행복 밸런스

쉼표 여행법

올림픽 무대 뒤, ‘가슴 뛰는’ 풍경 평창
강릉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평창과 강릉이 들썩들썩하다.
강릉에서는 박진감 넘치는 빙상경기가 열리고, 스키 보드 등 설원의 향연은 평창에서 펼쳐진다.
올림픽의 열기와 함께, 두 지역은 살갑고 은은한 겨울 매력으로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글. 사진. 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정중동’의 다채로운 체험천국, 평창

‘눈의 왕국’ 평창에서는 겨울이면 체험 천국이 열린다. 눈꽃마을, 겨울 숲 등 체험 거리가 한가득이다. 체험 마을은 평창 곳곳에서 알토란같은 겨울 체험을 전한다. 의야지 바람마을은 겨울이면 가장 깨끗한 눈과 만나는 동네다.
해발 750m~800m, 대관령목장 인근에 들어선 마을 뒤편으로는 풍력 발전기가 돌아가는 아득한 풍경이 호젓함을 더한다. 마을에서는 눈썰매, 튜브 썰매 타기 등의 각종 체험을 즐길 수 있으며, 양 떼들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살가운 시간도 함께 마련된다.
차항리 대관령 눈꽃마을은 황병산 아래 아름다운 눈꽃과 숲, 계곡을 지닌 동네다. 이곳 주민들은 고랭지 감자와 산나물을 채취하고 덕장에서 황태를 말리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 눈꽃마을에서는 활을 쏘며 수렵하던 황병산의 옛 사냥 민속 체험도 복원해 재현하고 있다.
평창에서는 동계올림픽의 현장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렌다. 올림픽의 열기를 느끼고 싶다면 대관령면 알펜시아로 향해보자. 알펜시아의 스키 점프대는 스키점프 선수들의 애환을 다룬 영화 ‘국가대표'의 실제 촬영 무대가 된 곳이다.
체험 속도를 서서히 줄이면 평창은 차분하게 몸속으로 스며든다. 아무도 거닐지 않는 숲속 눈밭 위에 홀로 발자국을 찍는 행위는 고요하면서도 탐스러운 경험이다. 산책이 곁들여진 조용한 눈 체험을 즐기려면 오대산 월정사의 문을 두드린다. 월정사 초입의 전나무숲은 겨울이면 초록과 백색이 어우러져 길의 운치를 더한다. 일주문에서 금강교까지 이어지는 숲길에는 최고 300년 수령의 전나무 1,700여 그루가 계곡과 함께 나란히 길목을 채운다. 이 길을 시작으로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는 예전 스님들이 오가던 ‛선재길’이 이어진다. 3시간 남짓 평이한 산길인 이 선재길에서의 사색은 언제나 좋다. 국보인 팔각구층석탑과 설경의 월정사는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가 곁들여져 평창 나들이를 더욱 은은하게 단장한다.

커피향이 깃든 강릉

강릉은 커피 한잔의 여유가 깃든 도시다. 가슴이 확 트이는 바다내음, 솔향과 더불어 최근에는 은은한 커피향이 해변을 채운다. 해변을 거닐면 파도 소리 너머 고즈넉한 고택이 배경이 되고, 갓 볶은 코스타리카 커피가 코끝을 감싼다.
예전에는 회 한 접시 먹으러 강릉에 갔다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갓 내린 드립커피 한 잔을 위해 강릉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노천카페나 솔숲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 즐기는 풍경은 어느덧 익숙해졌다. 찻집이 들어선 해변은 분주해졌으며, 매년 강릉에서 커피 축제도 열린다. 100여 개를 훌쩍 넘어선 커피 전문점들은 아직도 ‘뚝딱뚝딱’ 현재진행형이다.
관광객들이 최근 단골로 방문하는 장소는 안목해변이다. 안목해변은 커피 붐과 함께 덩달아 분주해진 곳이다. 경포에 비해 한적했던 해변은 오히려 그 호젓함 때문에 커피 해변의 타이틀을 꿰찼다. 안목해변 일대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을 음미할 수 있는 카페들이 수십여 곳 늘어서 있다. 한적한 오전, 안목해변을 찾은 커피 애호가들은 파도 소리에 취해 고즈넉하게 커피 한 잔을 들이켠다. 굳이 커피산지인 에디오피아, 콜롬비아, 코스타리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 순간만은 모두 바다 향 깃든 ‘강릉 커피’다.

반전의 묘미가 있는 여행

강릉은 커피 향처럼 여운 넘치는 여행지들이 가득한 곳이다. 광활한 바다와 따뜻한 한옥이 대비를 이루는 반전은 강릉 여행의 묘미다. 예부터 ‘동대문 밖 강릉’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강릉은 서울 동쪽으로 가장 번성한 고장이었다. 그 윤택함에 기댄 오죽헌, 선교장 등의 한옥은 문화적 향취를 머금고 이방인을 반긴다.
오죽헌은 신사임당과 그의 아들 율곡 이이가 태어난 곳으로 주변으로는 ‘오죽(烏竹)’의 유래가 된 검은 대나무가 심어져 있다. 오죽헌 담장 너머로는 화부가 직접 방을 데워주는 전통 온돌방식을 갖춘 한옥마을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오죽헌에서 경포생태저류지를 넘어서면 수려한 옛집이 모습을 드러낸다. 영동지방 최고의 고택으로 여겨지는 선교장이다. 선교장은 300여 년 동안 원형이 보존된 사대부가의 전통가옥으로 연못 옆 정자인 활래정은 예전 경포호수의 경관을 바라보며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의 안식처였다.
고택을 나서면 경포의 호수와 바다로 연결된다. 관동팔경 중 으뜸으로 꼽는 경포대와 강릉여행의 절대 동력인 경포의 바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경포 해변은 나무데크로 단장된 솔숲 산책로가 모래사장을 따라 이어진다. 강릉 시내에서는 올림픽 홍보체험관에 들려 동계스포츠 가상 체험도 미리 즐길 수 있다. 강릉해변 북쪽 길은 한적한 7번 국도변을 따라 주문진까지 닿는다. 주문진 바닷가는 드라마 ‘도깨비’의 배경이 된 이후 연인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오징어잡이 배가 빼곡하게 채워진 주문진항과 해산물이 진열된 주문진 수산시장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강릉여행은 넉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