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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향한 따스한 손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의료자원봉사

승리다문화비전센터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코끝에서 느껴지는 알싸한 겨울 공기마저 훈훈하게 만드는 반가운 손님,
바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의 의료자원봉사단이다.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던 승리다문화비전센터 식당은 일산병원 의료자원봉사단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마음을 따뜻하게 채우는 ‘간이 병원’이 됐다.

글. 서애리  사진. 현진(아자 스튜디오)

일산병원 의료자원봉사단이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다

일산병원이 의료자원봉사를 나선 것은 2007년부터다. 외국인 이주노동자, 북한이탈주민 등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실질적인 의료 혜택을 제공한지 올해로 10년째다. 그 중 승리다문화비전센터와는 2013년부터 인연을 맺고 분기마다 의료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곳에 오는 이들은 대부분 외국인 이주노동자와 다문화 가정 외국인으로, 경제적 여건이 여의치 못해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일산병원의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수시로 봉사 날짜를 체크하는 등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오늘 역시 일산병원 의료자원봉사단의 도착 소식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차트와 약, 간단한 의료 장비가 식당에 도착하자, 어느새 식당은 진료실로 변신 완료. 오늘 봉사에 참여한 공공의료사업단장인 정형외과 오현철 교수와 신경과 조정희 교수를 비롯하여 봉사에 나선 모두의 눈에서 반짝하고 빛이 난다.

세심하고 친절한 진료 덕분에 따뜻해진 마음

진료를 시작한다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여기저기서 한국어와 몽골어가 뒤섞여 들린다. 환자의 인적 사항과 함께 접수가 진행됐다. “점심 식사 언제 하셨어요? 혈당 체크 좀 할게요. 다음으로 혈압 한 번 재볼게요. 어디가 아프세요?” 간호사들은 혈압, 혈당 검사와 함께 차트에 그려진 인체 모형을 보며 아픈 부위에 대해 세심히 질문한다.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들에게 증상을 묻는 방법이 기발하면서도 수차례 의료자원봉사에 나선 베테랑 간호사들답다.
“내과로 가시면 돼요.” 간호사들의 안내에 따라 내과파트를 맡은 신경과 조정희 교수에게로 가니, 문진이 예사롭지 않다. “소변볼 때 아파요? 열은 안 나죠?” 천천히 그러나 꼼꼼하게 묻고 또 묻는 조정희 교수. 하지만 한국어를 잘 알아들을 수 없다는 환자의 표정에 이내 손짓, 몸짓이 동원된다. 그때 진료를 기다리던 다른 환자가 몽골어를 통역하기 시작한다. 사실 의사소통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의료자원봉사에서는 비일비재한 일. 그래서 비교적 한국어가 가능한 이들이 ‘통역사’를 자처한다고. 다리가 비대칭이라서 외과 진료를 받았다는 바아리마 씨 역시 서툴지만, 한국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어 진료과를 오가며 통역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그녀 역시 한국어가 완벽하지 못해 일반 병원에서는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일쑤였다고. “일반 병원에 가면 진료 시간이 짧아서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하곤 했어요. 하지만 일산병원 선생님들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천천히 이야기해줘서 좋았습니다. 매번 감사하게 생각해요.”
CT나 MRI처럼 의료장비가 없는 의료자원봉사 현장에서 가장 요긴한 진단법은 문진과 촉진이다. 외과 파트를 맡은 정형외과 오현철 교수는 환자가 “몽골에서 류마티스 관절염이란 진단을 받았어요”라는 이야기에 관절염 의심 부위를 꾹꾹 누르며 꼼꼼히 촉진한다. 한참 이어진 촉진 끝에 오 교수는 류마티즘으로 의심은 되지만 문진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며, ‘진료의뢰서’를 건넨다.
“의료자원봉사를 하며 가장 안타까운 점은 진료가 단기로 끝날 수 있다는 겁니다. 추가 진료가 필요한 경우도 많거든요. 의료자원봉사 현장에서 진료의뢰서를 작성해 우리 병원 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돕고,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입니다. 의뢰된 환자가 우리 병원에 방문하면, 1인당 외래치료는 50만 원, 입원치료는 1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어요.”
공공의료사업팀 오현철 단장은 “의료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계속 받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소외된 이웃의 건강을 위해 애쓰는 일산병원 의료자원봉사단의 따뜻한 마음은 환자들에게도 오롯이 전해져 이들의 마음까지도 따뜻함으로 물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