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고통을 겪는 것도 잠시, 취업한 것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해도 해도 쌓여있는 일 더미에 시간은 속도 모르고 잘만 흘러간다.
그러다 보면 이 밤의 끝을 잡기 일쑤. 잦은 야근과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 당신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글. 박종관 교수(심장내과), 이용강 교수(소화기내과), 최선아 교수(신경과)
잦은 야근과 주말 근무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에게는 생활화된 문화지만, 노동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는 단순 직장 전체의 생산성 저하뿐만 아니라 본인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야근이나 초과근무를 자주 할수록 심뇌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유럽, 미국, 호주에 거주하는 심질환이 없었던 60만 명을 평균 8.5년간 추적 조사하고, 뇌졸중이 없었던 53만 명을 7.2년 간 추적 조사한 결과 “잦은 초과 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정상 근무를 하는 사람보다 심질환이나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더 높아진다”고 보고했다.
조사결과 주당 55시간 이상 근무하는 사람은 정상 근무시간인 주당 35~40시간 근무자보다 관상동맥 질환이 13%, 뇌졸중이 33% 더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Lancet. 2015.31;386:1739-46) 장시간 근무가 심뇌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스트레스 반응에 대한 반복적인 자극으로 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과도한 음주와 큰 육체적 활동 없이 오랜 시간 앉아서 근무하는 것이 뇌졸중 발생 위험도를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장시간 근무자가 일상 근무자에 비해 음주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장시간 근무자의 경우 정상 근무자에 비해 심뇌혈관 증상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질병의 진단 및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장시간 근무보다 노동 효율성을 올려 근무 시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반복 작업이나 앉아서 하는 근무 중 정규적인 휴식 시간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야근이 많을수록 건강에 더욱 관심을 두고, 규칙적인 운동과 음주 자제 등과 같은 생활 습관 교정 및 정기적인 건강 검진을 통해서 질병의 초기 발견에 힘써야 한다.
‘얼마 전 42세 김OO 씨는 한 달여 전부터 중요한 프로젝트가 생겨 야근이 잦아지고 밤샘근무를 해야만 하는 일도 발생했다. 게다가 여러 사정으로 업무 진행에 차질이 많아지자 그동안 끊었던 담배도 다시 태우기 시작했다. 다행히 프로젝트는 잘 마무리 되었지만 이후로 식사량이 많지 않은데도 식후 더부룩한 증상과 명치 통증이 거의 매일 발생해 의원을 찾게 되었다. 위암이나 위궤양이 아닐까 걱정되어 내시경 검사도 받았다.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심은 되었지만, 증상은 좀처럼 호전이 되지 않았다. 결국, 김OO 씨는 의사와 상담 후 기능성 소화불량증이 의심된다고 하여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식후 더부룩함(postprandial fullness), 조기 만복감(early satiation), 명치 통증(epigastric pain)과 명치 화끈거림(epigastric burning) 등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질환이다. 전형적인 증상이 있는 환자 중, 위내시경 등의 검사를 진행하여 구조적인 질병(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등)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진단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으므로, 김OO 씨의 불편한 증상은 기능성 소화불량증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김OO 씨의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과로로 인한 유발된 것일까?
일반적으로 과도한 급성 스트레스는 위장관의 기능에 영향을 주고 위산 분비를 자극하여 상복부 증상을 유발한다. 그러나 만성적인 스트레스도 위장관에 영향을 미쳐 증상을 일으키는지, 만성적인 상복부 증상이 급성 스트레스에 의한 기전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최근 연구에서 기능성 소화불량증 환자의 경우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더라도 자제, 부정적 주의전환, 체념, 자기비판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수록 흡연 및 음주율도 높으며, 운동 실천율이 낮다고 보고한 바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건강은 더 나빠지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앨 순 없으므로 평소 나만의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고 타협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스트레스로 인한 음주나 흡연 등은 삼가도록 하며, 증상이 심하면 의사와 상담을 통해 약을 처방받는 것이 좋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혀 뇌세포가 죽고 원래 그 세포가 담당했던 기능이 상실되는 질병으로, 일반적으로 중풍이라 불린다. 가장 대표적인 뇌졸중 증상으로는 한쪽 팔·다리 마비, 저림, 어지럼증, 사물이 두개로 보이는 복시현상, 갑자기 걸을 수 없는 보행 장애 등이 있다.
뇌졸중의 원인으로는 노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병, 흡연, 과도한 음주, 동맥경화증, 비만, 스트레스 등이 있는데 그 중 스트레스는 업무와 직접 관련이 있어 직장인들이 특히 조심해야 할 요인이다.
물론 업무와 관련된 스트레스로만 뇌졸중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앞에서 언급한 뇌졸중의 원인을 가진 사람 중 혈관에 동맥경화증이 있는 경우 스트레스가 일시적인 혈관수축상태를 일으켜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심장 부정맥을 가지고 있는 환자가 긴장 상태에서 활성화되는 교감신경계 흥분상태의 영향을 받는다면 뇌졸중이 촉발될 수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병원에서 발표한 한 연구에 따르면 편도체가 활발하게 활동한 사람 35%가 5년 안에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이 발생한 반면, 편도체 활동이 적은 사람은 5%에 불과했다. 편도체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활성화되는데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 발생률이 높다는 결론이다.
또한, 뇌졸중은 신체장애뿐만 아니라 뇌에 손상을 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혈관성 치매를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따라서 뇌졸중뿐 아니라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관리와 규칙적인 식사, 운동, 정확한 위험 요인의 치료가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일상생활 중 갑작스러운 한쪽 팔·다리 마비, 저림, 어지럼증, 급작스러운 극심한 두통 등 뇌졸중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반드시 병원을 방문하여 진료를 통한 정확한 분석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어떤 직장에서나 전체적인 업무량을 개인이 조절하거나 원하는 대로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업무시간에 보다 집중해서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 야근을 줄이고,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으로 생활리듬을 유지한다면, 뇌졸중, 치매까지 예방할 수 있는 건강한 직장생활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