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정형외과의사로서 아이들을 진료할 때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어디 한 번 걸어볼까?”이다. 아이의 걷는 모습을 확인하는 것은 아이가 잘 성장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글. 정형외과 박민정 교수
아이들은 보통 생후 12개월 전후로 보행을 시작하게 되는데, 너무 일찍 보행을 시작하게 되면 아직 어린 성장판에 무리를 주게 되어 다리가 ‘O’ 자로 휘게 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다만 이 경우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너무 일찍 걷기 시작한 아이와 달리 15개월이 지나도 아이가 독립 보행을 하지 못한다면 발달지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서 걷는 모양을 관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물론 만 5세 이전의 아이들은 아직 보행이 성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주 넘어질 뿐만 아니라 걷는 모습이 서투르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서도 보행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아이가 걸을 때 두 발끝을 안쪽을 향해 들여 모아 걷는 걸음인 안짱걸음(내족지보행)은 비교적 흔한 증상이다. 아이의 안짱걸음은 허벅지의 대퇴골이 안쪽으로 돌아가 있는 경우, 정강이뼈의 경골이 돌아가 있는 경우, 발이 안쪽으로 휘어져 있는 경우 등 세 가지 원인에 의해 나타난다.
발이 안쪽으로 돌아간 내반족의 경우에는 생후 6개월 이내라면 비교적 간단하게 보조기를 이용해 걸음걸이 교정을 시도할 수 있다. 이후에는 각도에 따라 스트레칭에서 석고 고정까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허벅지나 정강이의 회전 변형의 경우는 대부분 아이들이 앉는 자세를 바르게 하고 고관절 스트레칭을 하는 것만으로도 만 10세까지 자연적으로 호전을 보이게 된다. 아이가 앉을 때 무릎을 꿇거나 다리를 ‘W’ 자로 만들지 않도록 하며, 흔히 말하는 ‘양반다리’를 하고 앉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반대로 심한 외족지보행, 즉 팔자걸음을 보인다면 아킬레스건의 구축이 동반된 것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다. 특히 아이가 10대에 키 성장이 이루어지면서 눈에 띄게 보행패턴이 나빠지는 경우, 앞으로 기울어지게 걷거나, 점프하듯이 걷는 경우에는 아킬레스건의 구축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는 발목 운동에 중요한 아킬레스건이 뼈가 자라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상대적으로 짧아지게 되면서 기능이 떨어져 보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적절한 스트레칭을 통해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으나, 아킬레스건 구축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되므로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릴 때 정립된 보행 패턴은 평생의 건강을 좌우하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특히 성장하는 아이들의 대부분 보행의 문제는 자세 교정과 생활습관 개선, 스트레칭을 통해 호전될 수 있다. 다만 그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조기에 아이의 상태를 점검하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보조기, 수술 등의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바탕으로 나오는 것으로 미리 걱정하기보다는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건강하게 잘 걷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예쁘게’ 걷지 못하는것은 아이의 잘못이 아니다. 아이는 부모가 물려준 몸을 가지고 걷는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건강하게 걷고 있는지 잘 지켜보고 확인해 주는 것이 모든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