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소 관심 있던 빅데이터를 연구하기 위해 지난 1년간 뉴사우스웨일스 주립대학 의대 빅데이터 연구센터로 해외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암 역학을 연구하는 팀에서 유방암 코호트 연구에 참여해, 관심 있던 빅데이터를 통한 심도 있는 연구는 물론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글·사진. 종양혈액내과 홍수정 교수
저는 2019년 7월부터 1년여 간 호주 시드니에 있는 뉴사우스웨일스 주립대학(University of New South Walse, 이하 UNSW)에서 해외연수를 마치고 6월에 복귀하였습니다.
평소 빅데이터에 관심이 있던 터라, 해외연수를 가게 되면 해당 분야를 연구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했었는데요. 그래서 세계 여러 빅데이터 연구센터를 검색하고 접촉을 시도하던 중 UNSW 내 의대 빅데이터 연구센터(Centre for Big Data Research in Health, 이하 CBDRH)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암 역학(cancer epidemiology)을 연구하는 Claire Vajdic 교수와 연락이 닿아, 흔쾌히 저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CBDRH는 2014년에 설립된 연구소로, 5명의 교수와 50여 명의 연구원이 속해 있으며, 임상 및 보건 서비스, 공중보건 영역에 대해 호주의 대규모 전자 데이터를 이용하여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Claire Vajdic 교수가 이끄는 유방암 코호트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약물 역학을 연구하는 Pearson 교수의 도움을 받아 약물 처방 데이터베이스로 직접 연구설계부터 통계분석 및 논문작성까지 많은 도움을 받아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연구실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연수를 온 연구원들이 있었는데, 한국인으로는 제가 처음이었습니다. Visiting staff로서 매달 열리는 research conference에서 한국의 의료 시스템을 소개하고 우리 보험공단의 의료 빅데이터에 대해 알리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나라이자 가장 작은 대륙입니다. 제가 머물렀던 시드니는 호주 제1의 도시로, 뉴사우스웨일스의 주도이며 호주에서 가장 많은 인구, 다양한 이민족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호주를 떠올리면 ‘백호주의’를 먼저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으나, 제가 경험한 호주(시드니) 사람들은 여유롭고 친절하고 낙천적이며,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사계절 내내 온화한 좋은 날씨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저의 보스인 Vajdic 교수는 정이 많고 따뜻해 제가 지내는 동안 크게 의지를 하고 지낼 수 있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UNSW캠퍼스가 위치한 동네에 집을 얻어, 주말이면 본다이비치 아래로 죽 이어진 해안가로 산책을 하거나 여름에는 물놀이를 하고, 집 근처 1시간 거리의 블루마운틴, 로열 국립공원 등에서 부시 워킹(bush walking)을 하면서 자연으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호주는 한 학년이 4학기제로 되어 있어서 중간 방학을 이용하여 호주 다른 주를 둘러보고, 이웃 나라인 뉴질랜드로의 여행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저희가 머무르는 동안 호주에는 5개월동안 불이 꺼지지 않은 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큰불이 났었습니다. 다행히 저희 동네는 산불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으나, 산불로 인해 공기가 한동안 나빠져 고생을 한 날도 있었습니다. 이 산불로 인해 서울의 66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산림이 불타고 그 안에서 살아가던 코알라, 캥거루 등 야생동물 5억여 마리가 죽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호주를 대표하는 코알라는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심각한 가운데, 호주는 남반구에 위치하여 확산이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3월쯤 이곳에도 환자 발생이 증가하면서 호주 정부는 즉시 국경을 폐쇄하였고, 전면 락다운을 실시하였습니다. 당연히 제가 근무했던 UNSW도 재택근무를 권고하였고, 연구실 매니저와 교수님의 도움으로 한 달 정도 원격으로 재택근무를 하였습니다. 특이한 것은 락다운 중에도 제가 있던 NSW주는 아이들의 학교를 폐쇄하지 않아 저희 아이는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보다 코로나19의 확진자 수 증가가 크지 않아 일상의 큰 불편은 없었습니다.
다양한 문화가 혼재되어 있지만, 각자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나라,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호주에서 저희 가족은 일 년 간 너무도 값진 경험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또한,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꿈과 같았던 일년의 연수 생활을 가능하게 기회를 주신 병원의 선생님들과 직원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