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밖은 위험해’를 외치게 되는 요즘, 보드라운 봄볕은 ‘어서 나와 놀자’며 우리를 이끈다. 슬기로운 대안이 필요한 순간, 미세먼지와 황사의 공격에도 끄떡없는 초록 공간이 답을 제시한다.
글. 정은주 사진. 서울식물원, 강서구청, 거제시, 아산 세계꽃식물원
도시 한가운데 살고 있지만, 사람들은 언제라도 숲으로 걸어 들어가 자연의 경이를 보고, 듣고, 느낀다. 바로, 서울 마곡지구에 문을 연 서울식물원 덕분이다. 무려 축구장 70개를 합친 크기. 공원과 식물원이 더해진 이 도시형 보타닉 공원은 규모부터 압도적이다. 그럼에도 위협적이기는커녕 빌딩숲에 이질감 없이 녹아들어 사람들을 반기는 건 자연을 닮은 건물 디자인 덕분일 테다. 꽃잎 같기도 한 전체적인 지붕의 무늬는 식물 세포의 생김새에서, 온실 돔의 무늬는 벌집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서울식물원에는 열린숲, 주제원, 호수원, 습지원 등 다양한 공간이 있다. 그 중의 백미는 주제원. 그 안에 온실이 있다. 지중해와 열대 환경을 주제로 세계 6대륙 12개 도시의 식물을 전시하고 있는데, 하노이, 상파울루, 샌프란시스코, 로마, 이스탄불 등 각 도시의 지형 및 기후와 연관 지어 식물의 발전사를 소개하는 점이 흥미롭다. 숲을 이룬 식물원이 시원스레 내려다보이는 스카이워크도 멋지다. 식물원을 가로지르듯 공중에 길이 나 있어 색다른 시선으로 나무들을 관찰할 수 있다.
이곳에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식물과 더 친해질 방법도 얼마든지 있으니 주목할 것. 산책하며 힐링하기, 어린이 아뜰리에, 요가 인더 가든, 식물원에서 배우기 등 전 연령층을 매료시킬 교육 프로그램이 알차다. 또한 국내외 식물 관련 도서 약 7,000권을 보유한 식물 전문 도서관도 있어 온실에서 눈여겨보았던 식물에 대해 탐독하는 시간을 갖기에 안성맞춤이다. 현재 서울식물원은 2027년까지 식물 8,000여 종 보유를 목표로 운영되는 중. 오늘보다 내일 더 울창해질 테니 진화의 과정을 함께 해보자.
씨앗도서관이라는 이색적인 공간이 있다. 이름처럼 책을 빌리듯 씨앗을 대출받을 수 있는 곳으로, 해바라기, 잣나무, 소나무, 편백나무 등 익숙한 종류는 물론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씨앗도 다양하다. 대출받은 씨앗은 자유롭게 심어 재배하고, 수확 후 반납하는 방식. 수확물이 없을 경우 다른 종류의 씨앗으로 반납해도 된다. 혹은 씨앗 기증도 가능하다. 참고로 씨앗 반납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로 161 02-2104-9711
요즘 거제에서 가장 핫한 여행지 하면 단연 이곳. 장엄한 열대우림의 생태계를 만나볼 수 있는 거제정글돔이다. 대지에 거대한 알이 툭 놓여있는 듯 매우 독특한 외관부터 이색적인데, 가까이에서 보면 삼각형의 유리 마감재 약 7,500장이 빼곡하게 온실을 덮고 있다. 게다가 통풍을 위해 천장 일부를 개방할 때면 유리가 뾰족하게 솟아 반짝이는 고슴도치 같기도 하다.
정글돔 내부에는 300여 종 1만 주의 열대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열대 수목원으로는 우리나라 최대인 4,468㎡ 크기이기에 가능한 스케일. 온실 최대 높이도 30m라 큰 키의 열대식물도 여유롭게 자라는 모습이 가슴을 탁 트이게 만든다. 10m 높이의 인공폭포와, 인공암벽을 타고 자라는 화초들의 조화도 장관이다. 폭포 앞에는 정글돔의 대표 수목이자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흑판수도자라고 있는데, 수령이 약 300년으로 추정된다.
열대우림원, 야자원, 관엽원, 향초원, 화목원, 석부작초화원 등 오랜 세월 동안 자연이 키워낸 보물 같은 풍경이 이어지는 동선. 푹 빠져 음미하다 보면 언뜻 정글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나무와 키를 맞춘 스카이워크도 잊지 말고 거닐자. 이적인 꽃과 잎의 생김새를 관찰할 수 있는 건 물론, 105m 길이의 스카이워크 마지막 구간에 전망대가 있어 정글돔 내부를 한눈에 담을 수도 있다.
참고로 거제정글돔은 열대 수목원답게 내부 온도가 18~19℃로 따뜻하다. 이곳저곳 걸어 다닐 것까지 고려하면 가벼운 옷차림이 효율적이다. 미세먼지만 심하지 않다면 정글돔 외부도 함께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야외 수변공원, 석부작공원, 잔디광장 등이 조성되어 있다.
자주 보기 어려운 열대식물을 배경으로 인증샷은 필수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칡넝쿨로 만들어진 새둥지. 성인이 여러 명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거대한 크기라 색다른 사진을 남길 수 있다. 10m 높이의 인공폭포와 화려한 조명으로 연출된 빛 동굴도 아름답다. 단, 유명 포토존은 주말의 경우 대기 줄이 길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를 갖고 일정을 짜는 것이 좋다.
경남 거제시 거제면 거제남서로 3577 055-639-6993
봄이면 으레 피는 꽃이지만 아산 세계꽃식물원의 꽃들은 조금 특별하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종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3천여 종을 전시하는 까닭. 무려 1,000만 송이의 꽃들이 군락을 이루어 핀 모습은 마치 동화 속 장면인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세계꽃식물원은 원래 화훼재배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재배 온실이다. 이후 건강한 여가를 즐길만한 공간을 대중과 공유하고자 네덜란드식 가든 센터를 본떠 전시 온실로 개방했다. 가든 센터란 화훼와 관련된 모든 상품을 원스톱으로 쇼핑할 수 있는 공간. 원예와 정원 문화가 발달한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는 흔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꽃식물원이 최초, 아직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다.
사실 재배 온실 하면 비교적 천고가 낮아 답답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온실 높이를 전체적으로 5m 들어 올려 개방감을 극대화했으니 걱정하지 말 것. 게다가 사시사철 꽃이 피도록 관리되기 때문에 계절과 상관없이 만개한 꽃들을 볼 수 있다는 점도 반갑다. 식물원에는 꽃뿐만 아니라 밀림을 연상케 하는 구간과 선인장이 가득한 다육 구간, 허브 정원, 미로 정원 등 다양한 공간이 개성 있게 꾸며져 있어 탐험하듯 자연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또한, 가든센터답게 각종 다육이와 선인장, 꽃, 나무 등을 입양할 수도 있다. 기념품 샵에서는 허브용품과 향초 바디용품 등 허브를 이용한 테라피 용품을 판매 중이며, 키우던 반려식물을 가져가면 저렴한 가격으로 분갈이도 가능하다. 그야말로 식물에 대한 모든 것이 이곳에 있는 셈이다. 4kg 이하 소형견에 한해 목줄 착용 후 출입이 가능하니 반려견과의 나들이 장소로도 추천할 만하다.
장기로 진행되는 심화 원예코스 교육과 단기 체험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짜여 있다. 간단하게 체험할 수 있는 것으로는 꽃잎으로 손수건을 물들이는 꽃손수건 염색, 식물원의 대표 꽃 12종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직접 관찰도 해보는 프로그램, 분갈이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분갈이는 한 번 배워두면 집에서도 혼자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워 활용도가 높다. 접수는 현장에서 직접 혹은 전화(041-544-0747)로 가능하다.
충남 아산시 도고면 아산만로 37-37 041 544 07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