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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 Life

의료진 해외연수 후기

여유로움에서 출발하는
의료서비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어수선한 시기에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니 지난 1년의 연수 기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2019년 3월부터 1년간 미국 캘리포니아의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Health의 마취통증의학과에서 해외연수를 하고 온 저의 후기를 소개합니다.

글·사진. 마취통증의학과 최관웅 교수

연구부터 세미나, 실습과 다양한 경험쌓아 마취분야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다

제가 연수 갔던 미국 캘리포니아의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Health에서 만났던 Joseph B. Rinehart 교수님은 초음파를 이용한 부위 마취(regional anesthesia), 전공의 교육 및 환자의 혈 역학적 감시장비(hemodynamic monitoring)로 얻은 데이터를 이용하여 통계와 알고리즘 디자인을 통해서 수술 중 마취관리에 이용하는 연구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그곳 마취통증의학과에서는 수술 후 통증관리를 위한 부위 마취뿐만 아니라 초음파를 이용하여 수술 중이나 수술 후에 발생 할 수 있는 각종 합병증에 대한 point of care(현장에서 즉각 진료가 가능하도록 실시간으로 진료 기록·처방·검사 결과·투약 기록 등 임상 정보를 등록 및 조회할 수 있는 의료 정보 시스템)에 대해서도 진료와 교육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1년 중 분기별로 이루어지는 초음파를 이용한 ‘point of care’ 세미나에서는 마취에 사용하는 일반적인 초음파 검사뿐만 아니라 경식도 초음파를 사용하여 심장초음파 검사를 하는 실습을 교수진과 강사, 전공의 그리고 간호사들까지 모여서 굉장히 큰 규모로 진행하고 있었으며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실습이 이루어지고 각종 데모를 통한 시뮬레이션도 경험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주로 참관했던 정형외과 수술이나 복부 수술 환자의 경우 대부분의 환자들이 수술 후 통증관리를 위해서 수술 전에 초음파를 이용한 부위 마취 시술을 받은 후 수술을 받았으며, 이 시술 과정 역시 교수의 감독 하에 전공의 한 명과 여유롭게 진행이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의료복지체계가 한국과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이 가지고 있는 공간, 자본, 시간에서 오는 ‘여유’는 의사 한 명이 환자에게 할애하는 시간부터 그들이 교육이나 연구에 투자하는 시간까지도 충분히 가질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았고, 그런 점이 가장 부러웠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여유’가 없는 한국에서 그들과 거의 동등한, 또는 어떤 부분에서는 그들보다 월등한 의료기술과 지식, 연구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우리 동료 선생님들을 생각하며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UCI Health 수술 실 내의 통제실 및 의사실과 Dr. Rinehart UCI Health 수술 실 내의 통제실 및 의사실과 Dr. Rinehart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Health 전경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Health 전경
살기 좋고 안전한 Irvine

제가 지냈던 Irvine이라는 도시는 1970년대 초반에 기업이 주도하여 만든 도시입니다. LA에서 남쪽으로 50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있으며 미국 전체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치안이 좋고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이 있어 교육환경도 매우 좋은 도시 중 하나입니다. 교육, 치안, 환경 등의 장점으로 동양인들에게 매력적인 도시로 손꼽히며 한국에서도 의과대학뿐 아니라 법조계, 교육계, 금융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수를 오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한국인들이 지내기에는 매우 편안한 편입니다. LA 및 샌디에고와 가까워서 헐리웃, 유니버셜, 디즈니랜드, 씨월드와 같은 관광지를 방문하기도 좋고, 다져스타디움과 같은 메이저리그 야구장도 가까우며, 뉴포트 비치나 롱비치와 같은 아름다운 해안도 많아서 즐길 거리도 많은 곳입니다.


  • Colorado Aspen의 Maroon Bells lake 풍경

  • Yellow stone의 Grand Prismatic Spring
여유로움의 소중함

제가 느꼈던 1년 간의 미국 생활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여유로움’입니다. 처음 미국에 도착해서 집 계약, 은행 계좌 만들기, 인터넷 개통 등 정착에 필요한 준비를 하면서 한국에서는 단 몇 분 만에 끝날 일들이 1시간 이상씩 걸리는 것이 너무 답답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살다 보니 점점 이들의 여유가 부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여유로움에서 오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대함은 제 자신의 삶을 풍족하고 행복하게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긴 했지만요. 한국에 돌아와서 기존의 익숙하고 편리한 생활에 금방 적응해 이곳 생활을 편하게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난 1년간의 생활을 떠올리면서 저런 다른 방식의 여유로운 삶도 살았었구나 하는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저에게 이러한 소중한 기회를 주시고, 1년간의 해외 생활 동안 저를 도와주셨던 많은 선후배 선생님들과 동료 직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짧은 후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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