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눈을 뗄 수 없는 긴장의 연속이다. 최대한 조심하고 몸을 사려야 할 시기, 그러나 그러지 못하는 이들. 바로 의료진이다. 중국 우한시에서 전세기로 교민들이 입국할 당시 일산병원 의료진 역시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전방으로 향했다.
정리. 편집실 사진. 남윤중(AZA 스튜디오)
안녕하세요. 호흡기내과 이상철입니다. 저는 가정의학과 최준호 교수, 병동간호팀 석지윤 간호사와 함께 지난 2월 1일부터 8일까지 아산인재개발원 소재 임시격리시설 내 보건복지부 소속 의료지원반에서 코로나19 지원 근무를 했습니다. 당시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과 국내 확진자 발생 등으로 전국민적 불안감이 커지던 상황에 우한 지역에 거주 중인 교민들의 2차 이송이 급하게 결정되었고, 이와 관련한 의료 지원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전날 밤 받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일로 해외 출국이 예정되어 있어 고민되었지만, 누군가는 그들에게 도움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입국한 모든 교민들의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해 검체 검사를 시행하였고, 생활관 거주 기간 동안 증상 여부 확인과 의료 상담, 약물 처방 등의 의료 관련 업무를 지원했습니다. 사실 초기에는 교민 중 누가 감염자일지 모르는 상황이라 긴장감이 흘렀고, 전국적으로 대규모 단체 격리는 유례가 없었던 탓에 관련 관계 부처들의 실무적인 조율 과정에서 분위기가 어수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곧 시설 내 분위기는 눈에 띄게 안정을 찾아 갔고, 금세 적응하여 큰 무리 없이 일주일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교민들은 매일 개인 체온계를 이용해 측정한 체온과 호흡기계 증상 여부를 오전, 오후로 나누어 방문 앞에 붙어 있는 건강 일지에 기록했습니다. 이를 의료지원반에서 일정시간 별로 취합하여 발열 여부, 특이 증상 호소 여부를 확인하고, 증상이 있는 교민들은 전문의의 유선 연락을 통해 증상의 정도와 경과에 대한 추가 문진을 시행하는 등 세심한 관리를 하였습니다. 이외 생활 기간 중 발생하는 여러 의료 관련 문제들 (개인 지병이나 격리 생활 중 새로 발생하는 여러 비특이적인 전신 증상 관련 상담, 금연상담 등)에 대해서도 24시간 핫라인을 통한 상담과 약물 처방을 진행하였습니다.
격리 기간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교민들의 개인 생활실 밖으로의 출입을 금지하였고, 특히 교민들 간 물리적 접촉은 원천적으로 차단했습니다. 생활관의 주요 출입구는 경찰이 24시간 상주하며 관리해 관계자 외에는 출입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식사를 포함한 필요한 물품도 일회용품으로 전달하여 식사 및 사용 후 바로 폐기했을 뿐만 아니라, 개인 생활실 내 모든 물품의 외부 반출을 통제했습니다. 감염병 확산을 위해 교민들은 물론 시설 근무 중인 의료진과 각계부처 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감염병 확산 가능성은 극히 낮았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물론 가족, 주변 동료 모두를 생각하면 할수록 불안감이나 공포감이 점점 더 커지기도 했고, 근무와 관련한 내적 갈등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특히 의료인이기에, 제가 감염될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저로 인해 발생하는 환자, 동료, 병원에 대한 파급효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 두려움이 더욱 커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들은 실제 현장에서 근무할수록 희석되었고,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제가 작지만 도움이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맡은 일들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근무 초기에는 낯선 환경에서 익숙지 않은 일을 한다는 것이 쉽진 않았으나, 범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집중되는 현장에서 작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 확진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마음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본원에서도 코로나19의 방역 및 관련 진료와 관련하여 모든 부서 내 구성원들이 고생하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모두 조금 더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