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티솔은 혈압을 유지하고 전해질의 균형을 도우며, 에너지의 저장을 촉진시키면서 또 저장된 에너지를 사용하게 한다. 이 외에도 면역 기능을 유지하면서 염증과 알레르기 반응을 조절하고 정신적인 안정을 유지하는 등 그 기능이 매우 다양하면서도 중요하다.
글. 내분비내과 남주영 교수
대표적인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는 코티솔은 우리 몸의 호르몬 전체를 관장하는 시상하부와 그 아래에 존재하는 뇌하수체, 신장 위에 고깔모자처럼 얹어있는 부신, 이렇게 세 축에 의하여 최종적으로는 부신에서 합성되어 분비된다.
즉, 체내의 코티솔 호르몬의 농도에 따라 시상하부에 합성을 자극하도록 신호를 주고 자극을 받은 시상하부는 또 뇌하수체를 자극하며, 뇌하수체는 부신을 자극하여 필요한 정도의 코티솔을 합성하여 분비한다. 만약 체내에 과다한 코티솔 호르몬이 존재한다면, 시상하부는 자극 호르몬을 적게 생성하고, 적게 자극 받은 뇌하수체는 또 부신을 적게 자극하여 적은 양의 코티솔을 생성한다. 우리 몸의 모든 호르몬이 그러하듯이 체내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상황에 따라 적절한 정도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자극 호르몬에 의해 자극을 받아서 우리 몸의 여러 호르몬들이 생성되는데, 이 중 부신에서 분비되는 코티솔은 생명에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호르몬이다. 코티솔이 분비되지 않으면 혈압이 떨어지고 의식이 없어지면서 죽게 된다. 코티솔은 혈압을 유지하고, 전해질의 균형을 도우며, 에너지의 저장을 촉진시키면서 또 저장된 에너지를 사용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면역 기능을 유지하면서 염증과 알레르기 반응을 조절하고 정신적인 안정을 유지하는 등 그 기능이 매우 다양하면서도 중요하다.
수능 시험처럼 중요한 시험 날이라고 생각해보자. 정신이 바짝 들고 배도 안 고프고 소변도 마렵지 않다. 어제까지 온 몸이 아프고 피곤했는데, 집중해서 시험을 치르다 보면 어제 아팠던 곳은 생각도 안 난다. 이때가 바로 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솔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혈압이 올라가고, 맥박수도 빨라지며, 저장된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사용하고 면역계도 활성화되며, 정서적으로도 집중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코티솔의 과다 분비를 오랫동안 자극하게 되고 과도한 코티솔에의 만성적인 노출은 근력 감소, 지방의 증가, 뼈의 약화, 면역 기능 저하 등을 일으키게 된다.
대표적인 코티솔의 증가가 일으키는 인슐린 저항성은 비만, 당뇨병, 고혈압 등의 질병 발생 위험을 높이고 만성 피로, 우울증, 생리 불순, 식욕 증가 등 부정적인 면이 더 크다.
내분비학적으로는 코티솔 분비가 과다한 경우를 쿠싱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비교적 드문 질환이다. 뇌하수체에서 자극하는 호르몬을 많이 분비하는 혹이 생기는 뇌하수체 종양, 부신에 생긴 종양이나 암이 코티솔 분비를 많이 하는 경우, 다른 종류의 악성 종양에서 코티솔을 분비하는 경우 등이 있다.
반대로 코티솔이 부족한 질병도 있다. 이는 매우 희귀질환으로, 국내에는 거의 없는 에디슨 병이나 결핵 등이 부신에 생기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는 여러 질병에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중요하게 사용되다 보니, 약물과다 사용으로 인한 의인성 쿠싱 증후군이 대부분이다. 최근 스테로이드 약물 부작용에 대해 많이 알려지면서 과거보다는 환자가 줄었으나, 스테로이드 사용을 피할 수 없는 질환들을 오래 앓는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노인 인구에서 의인성 쿠싱 증후군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코티솔이 과다한 경우나 부족한 경우 그 임상양상은 비슷하다. 얼굴이 동그랗게 달 모양이 되고, 배만 볼똑 나오고 팔다리는 가늘어지며, 피부는 얇아지면서 부딪치기만 해도 벌겋게 멍이 들거나 골다공증이 심해져서 골절도 잘 생긴다. 또 당뇨병 조절이 잘 안 되며, 혈압약도 늘어나고, 감염이 잘 되어 입원이나 중환자실 치료까지 필요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정신학적으로는 불면에 우울증도 심해지고, 다른 정신질환이 동반되기도 한다.
코티솔과 스트레스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보니, ‘코티솔 분비를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결국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휴식, 규칙적인 운동이야 말로 언제나 그렇듯이 외부의 스트레스에 우리 몸이 노출되었을 때에 이를 이겨내기 위한 가장 좋은 무기이다.
영양가 있는 균형 잡힌 식사를 제 때에 적절한 양으로 천천히 여유 있고 즐겁게 하는 것, 나이에 맞는 적절한 강도의 운동을 규칙적으로 적당한 시간 동안 꾸준히 하는 것, 남들 잘 때에 조용하게며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처럼 말이다. 여기에 정서적인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정신을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엔 ‘코티솔형(C형) 성격’이라는 단어가 있다고 한다. 이는 항상 바쁘고 분주하며 만성적으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이와 반대 개념인 E형 성격은 일상에서 크고 작은 스트레스 상황에 부딪혔을 때 빠르게 긍정 에너지로 전환, 호르몬의 균형을 이뤄 몸과 마음에 나쁜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유형으로 스트레스에 유연한 이타적 인간형이라고 한다.
우리는 중용과 절제를 잘 유지하여, C형 인간이 아닌 E형 인간이 되어 복잡한 사회에서 건강하게 살아가야겠다고 필자 역시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