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휴가철, 여행은 떠나고 싶은데 꽉 막힌 도로와 장시간 운전 생각에 피로감부터 밀려온다면? 테마별 코스와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코레일(한국철도공사) 관광열차를 이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동이 목적이 아닌 탑승 자체로 설렘과 낭만이 깃든 여행이 된다. 일상에 지친 그대여, 여름행 특급열차를 타라.
글. 곽한나
사진. 한국관광공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소.”
정선아리랑열차는 아리랑의 춤사위와 선율이 느껴지는 외관부터 인상적이다. 정선 여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정선 5일장. 기왕이면 매월 2일과 7일로 끝나는 날(2, 7,12, 17, 22, 27)에 맞춰 열차에 오르는 것이 좋다. 지방 전통시장 중에서도 역사와 규모가 남다른 정선 5일장은 곤드레, 더덕, 곰취 등 향긋한 산나물 구경과 더불어 강원도 특유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지닌 주전부리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면발의 탄력으로 후루룩 끌어당기면 콧등을 친다는 콧등치기 국수와 쫄깃한 메밀 전병, 맛과 향이 순한 곤드레밥 등 입맛 따라 즐길 수 있다. 강원도의 깨끗하고 맑은 자연을 그대로 호흡하고 싶다면 정선 레일바이크를 추천한다. 지금은 전국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는 레일바이크지만 그 최초가 정선 레일바이크다. 잔잔한 물길이 마음을 일렁이는 뗏목터 아우라지도 여행자에게 잊지 못할 풍경을 선물한다. 정선아리랑열차 여행 역시 여름과 가을이 좋지만 해발고도가 높아 눈이 많이 오는 겨울 여행도 해볼 만하다.
중부내륙관광열차는 강원도, 충청북도, 경상북도를 가로지르며 백두대간의 3도를 하나로 잇는다. 하나(One)를 상징하는 중부내륙순환열차(O–train)와 시속 30km로 느리게 달리며 바위산의 협곡을 누비는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로 나뉜다.
O–train에는 나홀로 여행족을 위한 1인석과 커플룸, 패밀리룸, 아이들을 위한 유아놀이방 등 다채로운 객실이 마련돼 있어 긴 여행 시간도 즐겁다. 차창을 마주 보고 앉아 사파리형 열차로도 불리는 V–train에는 자동 냉·난방 시설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름에는 차창을 열어 상쾌하고 진한 숲 바람을 즐기고 겨울에는 난로를 이용하는데 난로에 구워 먹는 군고구마가 별미다. 두 열차를 모두 경험하고 싶다면O –train을 타고 분천역에서 V–train으로 갈아탄 후, 다시 O–train을 타고 돌아오는 방식으로 여행하면 된다. 백두대간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기에는 사계절을 가릴 것 없지만 한여름에는 시원한 호수 트레킹과 다채로운 레포츠 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제천과 단양이 제격이다. 한여름 중부내륙관광열차에 만족했다면 가을은 영주 부석사 여행을 겨울에는 분천역 산타마을여행을 계획해보자.
남도해양열차의 ‘S’는 구불구불 이어진 남도의 리아스식 해안을 떠올리게 한다. 외관은 한반도 남해안을 지킨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모양이다. 부산에서 보성을 잇는 남도해양열차의 경전선은 영호남을 연결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횡단 철도로 유명하다. 이름만 들으면 남도의 바다 여행을 떠올리기 쉽지만 막상 열차를 타보면 낙동강과 섬진강 등 강줄기와 더 많이 만난다. 서울에서는 여수엑스포행 S–train을 탄 후, 순천에서 경전선 S–train에 오를 수 있다. 산과 바다, 갯벌을 모두 껴안고 있는 남도는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순천을 손꼽을 만하다. 순천을 대표하는 여행지인 낙안읍성과 함께 세계 5대 연안습지이자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최지로 유명한 순천만국가정원은 한 번 들르면 다시 찾게 되는 매력적인 곳이다.
장항선을 따라 서울 용산에서 온양온천, 홍성, 군산과 익산을 잇는 서해금빛열차의 가장 큰 자랑은 단연 한국식 온돌마루실이다. 의자가 아닌 온돌마루에 둘러앉아 여행할 수 있어 아이나 어르신이 동반된 가족여행에 좋다. 한 실당 최대 인원이 6명인 만큼 여유 있는 공간으로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일반 요금에 4만 원을 추가하면 온돌마루실을 즐길 수 있는데 인기가 많은 만큼 예약은 필수. 한 달 전부터 예약 가능하며 승차권을 구입할 때부터 온돌마루식을 선택해야 한다.
서해금빛열차에서는 족욕 체험도 할 수 있다.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그는 온천 습식 족욕(8천 원)과 물 없이 따뜻한 공기로 발을 데우는 건식 족욕(4천 원) 역시 미리 예약해야만 이용 가능하다.
도라산 안보관광을 할 수 있는 평화열차 DMZ는 최근 가장 핫한 코레일 관광열차다. 기존에는 외국인과 실향민에게 인기가 높았지만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평화 기류를 타고 여행객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용산역과 서울역에서 탑승해 임진강역에 도착한 후, 민간인이 자유롭게 드나들수 없는 도라산역으로 향한다. 도라산역은 남쪽의 마지막 역이지만 통일이 된다면 평양까지 달려갈 첫 번째 역이 된다.
라산평화공원, 통일촌, 도라전망대, 제3땅굴을 차례로 돌아볼 수 있다.
코레일 관광열차는 자유여행과 패키지여행 모두 가능하다. 자유 여행을 하고 싶다면 어플리케이션 ‘코레일톡’을 이용해 간편하게 예약할 수 있다. 메인 화면에서 테마특가여행–관광열차를 선택하면 된다. 다양한 테마의 패키지여행을 하고 싶다면 ‘레츠 코레일(www.letskorail.com)’에서 소개하는 여행상품을 확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