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다시 허리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구자순 씨가 찾은 이는 10년 전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끈 정형외과 하중원 교수였다. 하지만 수술비에 대한 부담으로 쉽사리 수술을 결정할 수 없었다. 만성질환에 해당하는 척추수술이라 외부 지원이 모두 거절된 상태에서 유일한 희망은 일산병원의 사회사업후원금이었다.
글. 백미희 사진. 홍덕선
10년 전, 구자순 씨는 의자에서 떨어져 다치며 척추협착증이란 진단을 받게 됐다. 수술을 망설이던 구자순 씨에게 ‘명의’라며 지인이 추천해준 사람이 일산병원 정형외과 하중원 교수였다.
“그때 처음 봤던 교수님의 젊고 씩씩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MRI를 찍었는데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었거든요. 9시간이 넘는 대수술이었어요. 그래도 수술 이후에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얼마 전까진 잘 지냈어요.” 구자순 씨가 다시 허리 부근에 통증을 느낀 것은 작년 무렵이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지만 상태는 점점 악화되었고, 결국 발이 아파 움직일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야 병원을 찾았다.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지만 경제적인 문제가 걸려서 쉽사리 수술을 받겠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구자순 씨. 그를 설득한 것은 10년 전 수술을 집도했던 하중원 교수였다. “할머니 나 믿죠?”라는 하 교수의 믿음직스러운 모습에 자연스럽게 “믿는다”는 대답이 나왔고, 바로 수술을 결정하게 되었다.
하중원 교수는 “오랜 시간 방치되어 허리가 많이 악화된 상태였기에 수술이 급한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0년 전 수술 부위는 아니지만 인접 부위에 재유착이 일어난 상태였습니다. 허리와 엉덩이 등 통증이 심해서 거동이 불편하셨을 거예요. 기존 수술로 인한 유착이 많은 상태였고, 뼈도 약해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일부 뼈가 골절되어 있고 척추측만증도 동반되어서 신경을 써야 하는 수술이었죠.”
당분간 허리보조기 등 보조기구가 필요하기는 해도 수술 이후 움직임이 한결 편안해졌다는 구자순 씨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해주신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일산병원 덕분에 병원비 걱정을 크게 덜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수술 직후에는 병원비 때문에 걱정이 컸는데, 일산병원의 사회사업후원금 수혜자로 선정되어 병원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구자순 씨가 사회사업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문의한 사람은 입원 직후 덜컥 수술을 받은 어머니의 병원비가 걱정된 구자순 씨의 큰딸과 경제적 부담 때문에 다급한 수술을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한 하중원 교수였다.
“상담 중 아무래도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수술을 꺼려하시는 것 같아서 공공의료사업팀을 찾아가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문의했어요.”
정형외과에서 진행하는 수술은 대부분 생명과 직결된 것은 아니지만 환자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 하중원 교수는 평소에도 환자들이 다급한 수술을 미루지 않도록 경제적인 고민이 엿보이는 환자들의 경우 공공의료사업팀에 적극 문의하는 편이다. 공공의료사업팀 이재윤 의료사회복지사는 구자순 씨의 사정을 듣고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백방으로 알아보았다.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구청에 긴급지원을 신청했으나, 척추수술은 지원이 불가능한 항목이었고, 외부 재단의 의료비 지원은 만성질환이라는 이유로 거절되었다. 외부 지원이 모두 거절된 상태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유일한 지원금은 일산병원 사회사업후원금이었다.
병실을 찾은 이재윤 의료사회복지사는 구자순 씨에게 “병원 직원들이 사회사업후원금을 모아서 195만 원을 지원해드리게 되었어요. 이제 병원비 걱정 안 하셔도 돼요”라고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한결 마음이 편해진 듯 구자순 씨는 연신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때마침 병실을 찾은 하중원 교수는 구자순 씨의 손을 꼭 잡고 “할머니, 혼자 계신다면서요? 요양병원 들어가신 이후에도 절대 무리하시면 안 돼요. 간병인 도움을 꼭 받으셔야 해요”라며 진심 어린 걱정을 내비쳤다.
“이렇게 다들 도움을 주셔서 어떻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꼭 건강해져서 하루빨리 보조기구 없이 편하게 걷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무엇보다 저에게 용기를 주신 하중원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