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백아름 사진. 이서연(아자 스튜디오)
수술실 앞에서는 환자와 보호자는 물론,
의사와 간호자 조차 방패 없이 기도하는 약자가 된다.
그래서 이곳은 신의 영역이다.
한 인간의 생과 사가 이들 손에 달렸지만 동시에 이들의 손을 떠난 일.
그래서 이들은 수술대 앞에서 조용히 기도한다.
암에 잠식된 이 어린 몸이 더는 고통에 몸부림치지 않기를.
몇 해째 누워만 지내온 이 노파가 병원 문을 열어젖히고 두 다리로 걸어나갈 수 있기를.
이 순간, 내 앞에 누운 이 연약한 생명에게 내가 신이 되어줄 수 있기를.
그리하여 나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다시, 생명이 깃들기를.
이곳은 신들의 영역, 수술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