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씨만큼이나 좋은 연구소가 모여 있는 샌디에이고에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캘리포니아 센디에이고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이하 UCSD)에서 해외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샌디에이고 UCSD의 연구 그룹의 일원으로서 1년의 생활은 제게 새로운 도전을 주었고 또한 캘리포니아의 따뜻한 햇살을 즐길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글·사진. 신경외과 권영섭 교수
2018년 화학 분야 노벨상을 받은 분야인 파지 전시법(phage display technique)은 세포 단백질 표적화(cell protein targeting) 기법으로, 센디에이고에 이 분야에 많은 연구 실적을 가지고 있는 나노기술연구소(nanotechnology lab)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저는 카이스트에 계신 박지호 교수님의 소개로 UCSD 생화학부(biochemistry department)의 Michael Sailor 교수님과 연락할 수 있었고 의학과 연관된 나노기술 분야 연구를 1년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선원 연구 그룹의 주요 연구 분야는 다공성 실리콘 나노입자(porous silicon nanoparticle)에 대한 연구인데, 이 분야는 생물 및 화학 분야의 대학원생 및 연구원들도 생소한 분야라 전 세계에서 관심 있는 연구원들을 모아 SSSiN(Summer School for Silicon Nanotechnology)을 매해 연구소에서 개최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이 코스를 등록한 25명 중 한명으로서 2019년 여름을 실리콘 나노입자를 만들며 보냈습니다. 남은 기간에는 이란의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 Medhi Nasr와 팀을 이뤄 ‘Preparation of Colistin Loaded pSi NP for Treatment of Pseudomonas Aeruginosa Infection’이라는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3월부터 센디에이고 역시 코로나19 환자의 확산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연구에 차질을 빚었지만 직접 NIH 펀딩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도전이었고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생소한 생화학 실험실로 연수를 가면서 내심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옳은 선택이었을까’ 하는 의구심과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연수를 떠나기 전 많은 선배 선생님들이 센디에이고가 지내기 좋다는 말이 나름의 위로가 되었습니다. 센디에이고에서 생활하는 날이 더해질수록 주변에서 지내기 좋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낮은 범죄율은 물론 밤에도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는 환경은 안전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었고 아이들을 위한 좋은 교육 환경 또한 저에게는 큰 플러스 요인이 되었습니다.
또 남부 캘리포니아 특유의 친절함과 느긋함은 연구실 적응을 훨씬 빠르고 편하게 해주었습니다. 제가 있던 연구실은 해변가에 위치해 있어 피로할 때면 창밖으로 한가로이 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잠시 쉬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쉬는 날이면 가족과 함께 해변에서 레포츠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센디에이고는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LA와도 가까워 1년 동안 한인 친구도 사귀고 가족단위로 같이 여행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1년 내내 5~30℃ 사이의 좋은 날씨와 강수량이 적어 휴일마다 근교로 나가 소풍을 즐기며 자연과 휴식의 중요함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한국의 코로나19 확산 소식을 들으며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역시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졌습니다. 3월 말에는 휴교는 물론 생활에 꼭 필요한 생필품을 판매하는 마트 외에는 모든 곳이 문을 닫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어디에서도 투명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어 저뿐만 아니라 연구실 동료들 역시 늘어나는 걱정과 답답함, 컨트롤 타워 부재로 인해 피해가 점점 커지는 것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한인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 돕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협동심과 위기 극복 능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정된 연수 기간이 끝나 귀국 후 국내 의료진이 실시하는 신속하고 체계적인 코로나19 방역 절차와 그 성과를 보면서 새삼 한국인으로서, 의료진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제가 없는 동안 코로나19로 고생하셨을 동료 선생님들께 미안한 마음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덧붙여 새로운 연구 분야를 공부할 수 있게 1년간 소중한 기회를 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