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고통 속에 병원 문을 두드렸다. 병을 방치하면 생명까지도 위험해질 수 있는 상태였다. 어려운 살림에 장기간 입원해야 하는 상황은 부담스럽기만 했다. 일산병원 직원들이 기부해 조성한 원내후원금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김선희 씨에게 생명의 동아줄과도 같았다.
글. 정라희 사진. 남윤중(AZA 스튜디오)
일산병원을 찾은 김선희 씨의 건강 상태는 겉으로 보기에도 심각했다. 얼굴은 황달로 뜨고 폐에도 물이 들어찼다. 간경화가 악화하면서 급성 신부전까지 닥쳐 신장 기능까지 약해졌다. 간과 신장 기능이 약해지면 몸 전체의 건강까지 위협받는다. 실제로 김선희 씨는 이로 인해 복수와 폐부종 등의 합병증이 발생한 상태였다.
이천균 교수는 “복수와 폐부종 등의 합병증은 인체 내에 과하게 도는 수분과 염증을 배출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체내 밸런스를 맞추는 과정이 제일 중요하지요. 여전히 치료가 필요하지만, 다행히 처음 입원했을 때보다 상태가 많이 회복되었습니다”라고 그녀의 건강 상태를 설명했다.
간경화 같은 만성질환은 수술로 해결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하지만 급성으로 상태가 나빠졌을 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자칫 생사를 오갈 수도 있다. 게다가 간과 신장이 약해지면 감염에 취약해진다. 이런 상태에서 합병증이 오면 증세가 더욱 심각해진다. 더구나 김선희 씨는 수시로 발열이 생겨 입원 중간에 의식이 떨어지기도 했다. 긴급하게 중환자실로 이송해 밀착 간호를 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다행히 이천균 교수를 비롯한 의료진의 노력으로 지금은 입원 초기보다 많이 회복되었다.
덧붙여 이 교수는 “급성 악화된 간경화 치료는 현재로서는 뾰족한 치료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간이 재생될 때까지 다른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환자 분의 간기능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간 기능이 워낙 좋지 않은 상태여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급성 악화된 간경화 치료는
다른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환자의 상태마다 편차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간경화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입원 기간은 2주 내외. 하지만 김선희 씨의 경우 한 달 이상 입원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정 경제 형편상 장기 입원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이 갔지만, 그렇다고 생사가 갈릴 수도 있는 상태에서 무작정 퇴원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사정을 접한 일산병원 공공의료사업팀에서 구청과 시청, 여러 사회복지재단에 의료비 지원 제도를 알아봤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상황은 전형적인 복지 사각지대에 해당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산병원의 원내후원금이 큰 힘이 되어주었다. 최서연 사회복지사는 “일산병원 원내후원금은 병원 직원들이 급여에서 십시일반 기부한 금액으로 조성한 것”이라며 “정말 필요한 분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자격을 평가하고 있다”고 전한다. 김선희 씨의 사정과 건강 상태를 깊이 아는 이천균 교수가 주치의 추천서를 꼼꼼하게 작성해 도움을 주었다. 이러한 일산병원의 배려에 힘입어 그녀는 조금씩 더 건강을 회복해가는 중이다.
선희 씨는 “한 번은 너무 아파서 ‘집에 가겠다’고 울며불며 응석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천균 교수님은 화 한 번 내지 않으시고 묵묵하게 곁에서 달래주시고 힘을 실어 주셨어요. 지금은 저도 좀 더 여유를 갖고 치료에 임하고 있어요. 퇴원해서 집에 돌아가면 스스로 건강 관리도 제대로 해야지요”라며 다짐했다.
간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해도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꾸준히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결국 환자 개인의 의지에 달렸다.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원만하게 치료를 받은 선희 씨는 “앞으로는 더욱더 즐겁고 활기차게 살겠다”라고 다짐하며, 미래의 희망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