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디 초식동물이었다거나 육식동물이었다는 설, 동양인은 육식에 부적합한 장기를 가지고 있다는 설 등 우리 주변에 채식과 육식에 관한 속설들도 상당하다.
하지만 이 중에서 어떤 것이 맞는 정보인지 가려내는 것은 쉽지 않다. <문안> 가을호에서는 채식과 육식에 관한 속설을 진단 해본다.
참고. <채식 대 육식> 다른, <우리 고기 좀 먹어볼까?> 디자인하우스
사실 아직까지 인간이 초식동물에 가깝다고 주장하는 학자들과 처음에는 육식동물이었다가 점차 잡식동물로 진화했다고 보는 학자들간에 의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남아있는 180개 유목민족의 식생활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채식보다 육식을 선호하는 것이 인간이 본성이며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알 수 있다. 이들 유목민이 섭취하는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식품의 평균 섭취 비율은 66~75% 대 16~25%로 동물성 식품이 3~4배 높다. 인류의 식생활이 잡식으로 바뀐 것은 기원전 4000~1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 수렵 이동에서 농경정착으로 전환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장이 더 길어 육식에 부적합하다는 속설이 있다.
하지만 소화관의 길이는 인종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다. 더구나 초식동물과 육식동물만큼 두드러지는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2004년 영국 세인트 마크스병원과 일본 도쿄대학 의학부 부속병원이 함께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동양인과 서양인의 총 결장(대장의 한 부위) 길이는 엇비슷했다. 동양인이 쌀을 주식으로 하고 채식을 즐긴 것은 불과 수천 년 전부터다. 이 정도의 시간에 동양인이 채식 위주의 식생활에 적응해 소화관 길이가 서양인보다 훨씬 길어졌다는 것은 진화론의 관점에서도 무리가 있다.
일반적으로 채식주의자는 저열량·저지방·고식이섬유 식품을 즐긴다. 또 다수의 채식주의자는 정기적으로 운동하고 알코올을 적게 섭취하는 등 생활습관이 건강해 체중 고민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이처럼 건강한 생활습관을 지니지 않고 채식만을 한다면 체중감량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채식만으로 얼마든지 고열량 식품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크, 초콜릿, 비스킷, 프렌치프라인 등 당류가 많은 음식을 먹는다면 오히려 살이 더 찔 수 있다.
여러 역학 연구를 통해 콜레스테롤이 많이 든 음식의 섭취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는 상관성이 별로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다시 말해 콜레스테롤이 많이 든 식품을 즐겨 먹더라도 혈중 콜레스테롤이 이에 비례해 증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몸 안에 든 전체 콜레스테롤의 3분의 2는 간 등에서 직접 만들어지는데, 이처럼 우리 몸이 합성한 콜레스테롤이 먹어서 얻는 식이성 콜레스테롤보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단백질의 양과 질 면에서는 닭고기나 소고기 모두 100g 당 20g으로 비슷하다. 그러나 지방의 질은 닭고기가 낫다. 소고기는 전체 지방 가운데 혈관 건강에 해로운 포화지방 비율이 상태적으로 높다. 반면 닭고기에는 혈관을 보호하는 불포화지방이 풍부하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닭고기, 오리고기, 칠면조 고기 등 백색육의 소비를 늘리자는 대국민 캠페인까지 벌였을 정도다.
피부병이 있는 사람은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먹어선 안 된다는 속설도 있다. 하지만 어린아이의 아토피 피부염처럼 알레르기 반응이 의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할 피부병은 그리 많지 않다.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사람은 조심해야겠지만, 일반적인 피부병의 경우 오히려 돼지고기나 닭고기 등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