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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CAL THEME 1
부모가 가장
두려워하는 병, 치매
우리나라 80세 이상 노인 4명 중 1명이 앓고 있다는 치매.
60세 이후 5년이 지날 때마다 치매 발병 위험은 2배씩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인은 물론 환자 가족의 삶의 질을 위협하는 치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글. 치매예방센터 이준홍 교수(신경과), 이정석 교수(정신건강의학과)
나도 혹시 치매?
“52세 주부인 정OO씨는 요즘 부쩍 기억력이 떨어진 것 같아서 걱정이 많다. 이전부터 기억력이 아주 좋지는 않았지만 전에 없던 실수가 늘었다. 냉장고에 무언가를 가지러 갔다가 그냥 오기도 하고, 약속 하루 전까지 기억하고 있다가 당일에는 이를 까맣게 잊고 지나가기도 한다. 가스 불에 무언가를 올려놓고 태우는 일도 있었다. 요즘 TV 드라마에서 젊은 주인공이 치매를 앓기도 하는데, 본인도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것 같아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치매는 병적인 상태로 시간에 따라 점진적으로 인지기능이 떨어지지만, 건망증은 병적인 상태는 아니다.
우리는 항상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듣게 된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기억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람이라도 하루에 몇 번이나 분명히 기억해둔 것을 잊는 현상을 경험하기 마련이다. 치매예방센터를 찾는 환자들의 가장 흔한 질문은 “내가 이전에 비해 기억력이 떨어진 것 같은데 이것이 치매 초기 증상인가요?”이다.
치매검사, 내게도 필요할까?
증상만으로 100% 치매와 양성 건망증을 구분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1~2년의 시간을 두고 두 번의 인지검사, 뇌영상검사를 해서 이를 비교해 보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도 검사를 받아봐야 할까’ 하는 것이 궁금할 것이다.
병원에 방문할 것을 결정하기 위해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 ‘물건 둔 곳을 잊었는가?’, ‘냉장고에 물건을 가지러 갔다가 그냥 오는 일 등의 빈도가 이전에 비해서 증가했는가?’, ‘보호자들도 이를 느끼는 정도인가?’이다. 위의 사례인 정◯◯씨의 경우는 본인은 분명히 이전보다 기억력이 나빠졌고, 이로 인한 실수가 증가했다고 느꼈으나, 인지검사에는 정상이었다. 정◯◯씨의 경우는 다른 가족들이 전혀 증상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반대로 가족들은 이상하다고 느끼는데, 본인은 정상이라고 느끼는 경우는 자신의 문제에 대한 병식이 결여된 상태로 객관적인 인지검사에서 오히려 이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일상생활 수행능력의 변화이다. 치매의 초기 증상 중 가장 민감한 구분법은 이전에 수행하던 복잡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기억장애로 인해 평소에 해 오던 업무에서 큰 실수를 하거나, 주부라면 음식의 맛이 변하거나 음식 만드는 순서를 잊는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자신의 기억력과 일상생활 능력에서 어려움을 느끼면서 아래에 언급할 증상도 함께 보인다면 반드시 병원에 와서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는 치매의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TIP
표시한 문항의 점수를 모두 합산해 본인의 상태를 확인해 보세요.
* 7점 이상이면 치매를 의심할 수 있음
* 출처 : 한국치매협회유전자
- 01 귀하는 도박에서 잃어도 크게 상관없는 금액 이상으로 도박을 한 적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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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자기가 놔둔 물건을 찾기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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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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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 약속을 하고서 잊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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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물건을 가지러 갔다가 잊어버리고 그냥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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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 물건이나 사람의 이름을 대기가 힘들어 머뭇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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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 대화 중 내용이 이해되지 않아 반복해서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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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 길을 잃거나 헤맨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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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 예전에 비해서 계산능력이 떨어졌다.(물건 값이나 거스름돈 계산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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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예전에 비해 성격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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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이전에 잘 다루던 기구의 사용이 서툴러졌다.(세탁기, 전기밥솥, 경운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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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예전에 비해 방이나 집안의 정리정돈을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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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상황에 맞게 스스로 옷을 선택하여 입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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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혼자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목적지에 가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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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내복이나 옷이 더러워져도 갈아입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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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의 증상
첫 번째 증상은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겨서 나타날 수 있는 것인데, 치매환자의 가장 주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평소에 잘 다니던 친숙한 곳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길을 잃은 적은 없지만 길을 잃을까 두려워 혼자서 집밖에 나가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 언어기능에도 이상이 생겨서 말을 할 때 머뭇거리거나 남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몇 번이고 반복해 묻기도 한다. 또, 단순한 계산이 힘들어지기도 한다. 잘 아는 사람의 얼굴을 분간하지 못하는 증상으로 시작하는 치매도 있다.
두 번째는 인지기능 이외의 신체 기능의 변화이다. 걸음걸이가 바뀌거나, 자주 넘어지고, 말이 어눌해지고, 사래가 자주 걸리는 등의 증상도 건망증 보다는 치매를 시사하는 증상일 수 있다.
세 번째로 성격의 변화도 중요한 단서가 된다. 치매환자는 초기에는 말수와 활동이 줄고, 이유 없이 우울해하는 증상이 늘어날 수 있다. 중기로 가면 억제력이 줄어서 성격이 급해지거나, 화를 잘 내는 증상을 보일 수도 있고, 전에는 그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남이 물건을 훔쳐갔다고 의심하는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또, 이전에 없던 중년기 이후에 발생한 환청 또는 환시도 치매를 시사하는 소견일 수 있다.
치매 진단, 원인을 밝히는 것이 중요
병원에서의 치매 진단은 치매의 원인을 밝히는 과정이다. 치매에는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성 치매, 수두증, 감염증, 자가 면역증 등의 다양한 원인이 있다. 치매의 진단 과정에는 의사와의 면담, 신경학적 검사, 신경심리 검사, 뇌영상 검사, 혈액 검사, 한국치매협회유전자 검사 등이 있다. 그 밖의 유망한 검사에는 PIB(Pittsburg compound B) PET과 뇌척수액 검사가 있다.
치매의 가장 확실한 진단은 일부 뇌의 조직을 떼어서 검사를 하는 방법이지만 이는 살아있는 환자를 대상으로는 해서는 안 되는 검사이다. 1994년도에 개발되어 현재 임상적용을 눈앞에 두고 있는 PIB PET은 살아있는 생체에서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물질의 축적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이다. 이 외에 뇌척수액 검사법이 있다. 뇌척수액에서 특정 단백질의 농도를 측정함으로써 치매의 진단 뿐 아니라, 정상인에서 치매의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그러나 뇌척수액 검사는 환자에게 약간의 고통이 있다는 것과 매우 소수에서는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치매, 치료는 어떻게?
치매가 의심되는 경우 최대한 빨리 병원에 방문하여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한데, 치매는 치료가 빠르면 빠를수록 호전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진단과정을 통해서 치매의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게 되면 그 원인에 따라서 치료와 관리가 적용되는데 치매 원인 질환 가운데 10~15% 정도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완치 가능하다. 다만, 가장 흔한 원인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혈관성 치매의 경우 현재 사용되는 치료법으로는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늦은 시기에 발견했더라도 치료를 받으면 상태가 악화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기 때문에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 꼭 필요하다. 치매 치료에는 약물 치료와 비약물적 치료 방법이 있는데 치매의 유형, 병의 심각도 및 BPSD(치매의 행동심리증상)의 동반 유무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TIP
-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대처는 피할 것 치매환자들의 경우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대방이 하는 말이 논리적으로 맞더라도 자신의 말에 반대했다는 사실에 화를 낸다. 그럴 땐 간단히 대응하는 것보단 간단하게 상황 설명만 하는 것이 좋다.
- 누구도 완벽한 보호자가 될 수는 없다 보호자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치매환자를 돌보다 보면 화도 나고 절망에 빠질 수도 있다. 때문에 ‘완벽한 보호자’는 없다는 생각과 함께 보호자 자신도 용서할 줄 알아야 하며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예”라고 말하도록 하자.
- 가끔 거짓말도 필요! 치매환자들에게 항상 진실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병원에 안 가려고 하는 환자에게 병원에 가자고 말하기보다 맛있을 것을 먹으러 가는 길에 잠깐 병원에 들르는 식으로 유도하는 등의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하다.
- 환자가 계속 배회할 때는? 환자들은 아무 의미 없이 자꾸 서성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집 밖을 나가서 길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낮에 주기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게 하여 긴장을 해소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 반복적인 질문을 계속한다면? 환자들은 기억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같은 질문을 계속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간단한 간식이나 다른 활동으로 환자 주의를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