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칙연산 건강법
마이너스 건강법

IH 진료실 ③

미세먼지 걱정 없이
안녕할 수 없을까?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매우 나쁨’, 미세먼지 농도가 연일 최악으로 경신되고 있다. 서울과 인천의 미세먼지 농도는 전 세계 1, 2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나아질 기미도 없이 며칠째 지속되고 내일도 최악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미세먼지에 갇혀있는 한반도는 앞다투어 쏟아지는 자극적 뉴스에 안녕하지 못하다.

글. 호흡기내과 한창훈 교수

산뜻함 대신 잿빛 하늘이 맞이하는 봄날

봄날이 다가오면 흔히 이런 모습을 기대한다. 따스한 햇살에 살짝 붉어진 뺨을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으로 달래며 가벼운 산행을 하고, 산길 양쪽에서 나를 반기는 나무에는 겨우내 잠들었다 파릇파릇 솟아난 어린잎들이 생기를 뿜어내는 숲. 새로운 생명의 기쁨을 느끼며 한껏 큰 숨을 들이쉬면 가슴속에 자연이 전해주는 에너지가 전달되어 온몸이 가벼워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모습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휴대폰 알람을 끄며 시작되는 하루다. 머리는 조이는 듯 지끈하고, 등짝은 밤사이 내내 발로 밟힌 듯하다. 목젖에는 커다란 포도알이 주렁주렁 달린 것처럼 ‘에헴, 음음, 칵칵’ 하고 연신 목을 가다듬게 된다. 어젯밤부터 종일 돌아가고 있는 공기청정기는 여전히 윙윙거리고, 창밖은 장마철 먹구름 낀 하늘처럼 우중충하다. 창문을 열어젖히고 큰 숨 한번 쉬어 보려고 하지만 ‘아차!’ 싶다. 바깥은 지금 봄날이 아니라 미세먼지의 나날이다.

미세먼지의 습격, 기관지에 특히 위험

이제 사람들을 만나면 밤사이 미세먼지로 고생은 안 했는지 묻는 인사가 일상이다. 언제까지 이런 인사를 주고받아야 할지 걱정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걱정만 할 수는 없는 일, 대책을 세워야한다. 우선 미세먼지가 뭔지 알아보자.
미세먼지란 너무 작은 크기라 한 알 한 알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먼지다. 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발생한 여러 유해 독성 물질이 여기에 섞여 있다. 너무 작다 보니 숨 쉴 때마다 코와 입을 통해 폐로 들어오는데 특히 더 작은 크기의 초미세먼지는 기관지의 끝에 달려있는 ‘폐포’ 혹은 ‘허파꽈리’ 라고 불리는 작은 곳까지 들어가 직접 염증을 일으킨다. 오랜 기간 많은 미세먼지가 호흡기로 들어가게 되면 유해물질로 인해 폐와 기관지에 병이 생기게 되고, 이미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짧은기간 노출로도 그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그것도 모자라 더 작은 것들은 폐포도 뚫고 혈관으로 직행하는데 이 경우 혈액 순환에 따라 뇌와 심장으로 이동해 뇌졸중, 심근경색도 일으킬 수 있다. 그뿐인가. 심한 경우 암이나 사망을 부를 수도 있다. 당연히 여러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에게는 더 위험하다. 어린이와 산모, 태아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최선의 대처는 마스크 착용과 환경보호 운동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했다면 대처 방안을 살펴보자. 일단 미세먼지 농도가 얼마나 높은지 알아야한다. 기상청이나 에어코리아 등 여러 기관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고 예측해주니 일기예보를 잘 활용하면 된다. 기상청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크게 4단계로 나누어 ‘좋음, 보통, 나쁨, 매우 나쁨’으로 분류한다.
미세먼지가 아주 심한 날이나 매우 나빠 주의보, 경보가 뜨는 날에는 가능하면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실내에 있는 것이 좋다. 실내에 머물더라도 환기는 꼭 해야 한다. 대신 짧게 환기를 하고 공기청정기나 물걸레질로 실내 먼지를 제거하는 것이 좋다. 또 굽거나 튀기는 요리는 미세먼지를 만들어 내는 실내공기 오염 원인이기 때문에 경보가 발효된 날 굳이 생선구이나 삼겹살을 집에서 구워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바깥 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공인된 방진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 일반 마스크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막지 못하고, 방진마스크도 제대로 잘 써야 효과가 있다. 외출 후에는 옷을 잘 털고 들어가 손, 발과 몸을 물로 잘 씻고 수분 섭취도 충분히 하는 것이 좋다. 미세먼지의 악영향에 비해 대처 방안이 다소 미약해보이지만 안타깝게도 미세먼지는 대처보다 발생 자체를 줄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미세먼지는 현대문명의 부산물이다. 공장이 운영되고 자동차 타고 다니고 발전소에서 만들어 주는 전기를 사용하는 현대사회의 모든 활동들이 미세먼지를 열심히 만들어내는 원인 중 하나다. 우리가 이런 것들을 당장 포기할 수는 없는 일. 다만 줄이기 위해 환경을 지키는 생활을 해야 한다.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려는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에 국민 개개인이 에너지 절약, 대중교통 이용 등으로 협조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1995년 미세먼저 농도 측정 이래 그 수치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미세먼지로 인한 질병은 그 농도가 높은 날 숨 한 번 들이 쉬었다고 바로 만성호흡기 질환이나 암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흡연과 과도한 음주처럼 장기간 노출되었을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과도한 걱정은 오히려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악화를 부를 지도 모른다. 날씨 때문에 이민 가려고 고민하기보다는 맑은 날 가벼운 산행이나 운동으로 심신에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고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앞서 제안한 대처 방안으로 이겨나가는 게 어떨까.

foo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