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TION Ⅱ

doctors 1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다
영상의학과 김태환 교수
영상의학과라고 하면 MRI나 CT 등 촬영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검사만 진행하는 곳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산병원 영상의학과는 외래를 개설해 직접 환자들과 만나고 있다. 영상의학과 외래 업무는 물론이고 신장내과 등과 함께하는 ‘투석혈관 클리닉’ 준비로 누구보다 바쁜 2021년을 맞이한 김태환 교수를 만났다.

글 김희연 / 사진 백기광

어느덧 영상의학과 전문의 10년 차를 맞이한 김태환 교수의 전문 분야는 영상의학 중재 시술이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영상의학 중재 시술은 ‘인터벤션 영상의학’이 공식 명칭으로, 혈관조영 장비나 초음파 등 영상 장비를 이용해 혈관 관련 시술 혹은 비혈관계 시술을 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의료기술과 시술 장비의 발전으로 영상의학 중재 시술이 증가하는 추세다. 예전에는 수술로만 치료할 수 있었던 여러 질병이 영상의학 중재 시술로 대체되거나 보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태환 교수가 몸담고 있는 일산병원 영상의학과는 전문의, 방사선사, 간호사, 접수 직원 등 총 80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신 기종의 MRI 및 CT 3대와 혈관조영 장비 2대, 하이브리드 장비 1대를 비롯해 초음파 장비와 투시 촬영 장비 등 경기 서북부와 인근 종합병원들에 비해 우수한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논어』에 ‘박시제중(博施濟衆)’ 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널리 베풀고 힘겨운 삶을 함께 풀자’라고 해석해볼 수 있는데요, 의사로서 일하고 있는 지금 제가 가진 역할에 감사한 마음이 있습니다.
새로운 도전, 외래 진료

일산병원 영상의학과에서 외래를 개설하고 중재 시술을 시작하게 된 데는 김태환 교수의 영향이 크다. 지난 2019년 일본 간사이 지방의 나라현립의과대학에 1년간 연수를 간 김태환 교수는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나라현립의과대학병원이 인터벤션 영상의학으로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병원이긴 했지만, 시술 수준은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영상의학과에서 외래를 보며 직접 환자와 만나고 시술과 입원이 가능한 시스템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일부 국내 대형 병원도 영상의학과 외래를 개설하고 있긴 하지만, 직접 환자를 보며 외래 진료하는 모습은 새로운 영역으로 다가왔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영상의학 시술 수준이 크게 차이 나는 것도 아니었지만, 시스템에서 정교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다소 생소한 그림이기도 했고요.” 현재 일산병원 영상의학과는 본관 2층 심뇌혈관질환센터 내에서 외래 진료를 하고 있다. 시술이나 초음파, 판독 등 다른 업무로 외래 진료 세션 자체가 많지 않지만, 여러 동료의 도움으로 외래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김태환 교수. 주로 만성신부전 투석 환자들의 투석혈관 시술 중심으로 외래 진료를 하고 있다. 앞으로 영상의학과 외래 진료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더욱 역량을 쏟아 더 많은 영역에서 인터벤션 시술이나 진료를 진행할 예정이다.

함께 만드는 투석혈관 클리닉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신장 기능이 떨어지는 환자도 늘고 있다. 대부분의 만성질환 환자는 신장 기능이 서서히 나빠지는 만성신부전증을 앓게 되는데 신장 기능은 한번 나빠지기 시작하면 스스로 회복하기 어렵다. 신장은 체내 노폐물을 걸러주고 전해질 등 신체 균형을 잡아주는, 우리 몸의 필터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 등 투석혈관 시술은 필수다.
김태환 교수가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투석혈관을 가지고 있으면서 지속적으로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들이다. 이들에게 투석혈관은 제2의 심장이자 생명줄(Life line)과 같다. 이런 투석혈관을 꾸준히 관리하고 필요한 경우 즉시 시술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김태환 교수의 목표다.투석혈관 관리는 영상의학과 외에도 처음 만성신부전 환자를 만나는 신장내과, 투석혈관을 수술하는 흉부외과나 혈관외과와 협업을 해야 할 때가 많다. 영상의학과에서는 투석혈관 수술 후 환자들이 투석을 받을 수 있는지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투석혈관이 잘 발달하지 않아 투석이 여의치 않은 경우 풍선확장술로 혈관 성형을 진행해 투석혈관의 발달을 돕는다. 또 계속 한 투석혈관을 사용해 투석을 받다 보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도 좁아진 부분을 넓혀주고 막힌 부분을 다시 뚫어주는 시술을 한다.
“투석혈관을 하나 만들어놓으면 최대한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용하던 투석혈관의 상태가 나빠져 다른 곳에 투석혈관을 또다시 만드는 모습을 임상에서 자주 접했습니다. 저희의 섬세한 관리로 5년, 6년 아니 그보다 오래 사용하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영상의학과를 포함한 여러 과가 협업해 ‘투석혈관 클리닉’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진행이 조금 더뎠지만, 서서히 틀이 잡혀가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앞으로 일산병원 내부를 넘어 지역사회의 투석 전문병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더 많은 환자가 믿고 투석혈관 관리를 맡길 수 있는 투석혈관 클리닉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 중이다.

박시제중(博施濟衆)의 마음으로

지난해 개원 20주년을 맞은 일산병원. 김태환 교수는 사람으로 치면 이제 막 청년기를 지났다며 앞으로 가야 할 시간이 더 많다고 말한다. 지난 12월 일산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병원 구성원 모두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일산병원 같은 공공병원이 수행해야 할 역할이 있고 그렇기에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또 영상의학과도지금까지 열심히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더 정진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뜻을 밝히며 김태환 교수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논어』에 ‘박시제중(博施濟衆)’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널리 베풀고 힘겨운 삶을 함께 풀자’라고 해석해볼 수 있는데요, 의사로서 일하고 있는 지금 제가 가진 역할에 감사한 마음이 있습니다. 제가 하는 시술이나 치료 등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널리 베풀 수 있는 자격이 저한테 주어진 것에 항상 감사합니다. 병원에는 의사 외에도 여러 직종이 있습니다. 저는 우리 일산병원 식구들이 다 널리 베푸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어려운 상황 역시 우리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박시제중의 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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