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자유롭지 못하고, 사람들로 북적이던 거리와 쇼핑몰은 한산하다. 마스크 없이 집 밖을 나가는 일상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요즘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심각’ 단계가 되자 평범했던 일상은 마비가 되었다. 모든 것을 멈추게 한 코로나19, 제대로 알아보자.
글. 감염내과 박윤선 교수(감염관리실장)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일반 감기를 일으키는 흔한 바이러스 중 하나다. 이러한 코로나바이러스를 사람 코로나바이러스(human coronavirus, CoV)라 하는데, 이들은 사람과 긴 시간에 걸쳐 진화하면서 기침, 콧물 등의 가벼운 증상만을 일으킨다. 그러나 2003년 박쥐에서 사향고양이로 전파되어 사람에게 넘어 온 사스 코로나바이러스(SARS-CoV)나 2015년 박쥐에서 낙타로 전파되어 사람에게 넘어온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와 같이 유전자 변이를 통해 종족간의 장벽을 뛰어넘은 동물 유래 코로나바이러스도 있는데, 이는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뒤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는 초기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기 전염병으로만 알려졌으나, 세계보건기구(WHO)가 2020년 1월 9일 해당 폐렴의 원인이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 국제바이러스분류위원회 2월 11일 명명)라고 밝히면서 병원체가 확인됐다.
WHO는 2020년 2월 11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공식 명칭을 ‘COVID-19’로 정했다고 발표했는데, 여기서 ‘CO’는 코로나(corona), ‘VI’는 바이러스(virus), ‘D’는 질환(disease), ‘19’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이 처음 보고된 2019년을 의미한다. 이에 우리 정부는 2월 12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한글 공식 명칭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국문 약칭 코로나19)로 명명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의 전파 경로는 완전히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독감과 같이 비말(날아 흩어지거나 튀어 오르는 물방울) 및 호흡기 분비물(콧물, 가래 등)의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감염자가 기침, 재채기를 했을 때 공기 중으로 날아간 비말이 다른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거나, 손에 묻은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을 통해 침투해 전염된다.
보통 기침을 하면 비말은 2m 정도 날아간 후 중력에 의해 아래로 떨어진다. 바이러스는 표면에서 일정 노출 시간이 지나면 사멸하는데, 코로나19의 경우 수성용매에서 6일, 건조한 무생물 표면에서 3시간까지 생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폐 섬유화로 폐 기능을 잃게 된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퍼진 코로나19에 대한 증상과 후유증 설명이다. 이에 따라 국민들의 공포와 불안감은 더욱 커졌는데, 사실일까?
지금까지 알려진 코로나19에 대한 증상은 발열, 기침, 숨이 가쁨, 근육통 등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두통과 인후통, 설사, 흉통이 동반될 수 있다. 현재까지 보고에 따르면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병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지만, 엑스레이나 컴퓨터 단층촬영 등의 영상 검사를 통한 폐렴의 중증도에 비해 호흡기 증상(기침, 가래, 콧물, 코막힘 등)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떠돌고 있는 폐 섬유화에 대해서는 의학적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일반적인 폐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는 가역적 폐렴(폐에 염증이 잠시 생겼다가 원상태로 회복될 수 있는 정도의 증상)으로, 폐 섬유화 등 비가역적 폐 손상으로 직결될 확률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한 폐렴을 앓은 경우라면 폐 섬유화 진행에 의한 폐기능 저하를 걱정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지금까지는 이를 우려할만한 확진자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적으로 마스크 품절 사태가 연일 이어지면서, 마스크 구하기는 ‘로또 당첨’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됐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공적 마스크를 지원하고 있음에도 마스크 품절 사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이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알코올, 드라이기, 전자레인지 등을 이용한 일회용 마스크 소독법이 화제다.
일회용 마스크는 세탁하거나 알코올에 담그게 되면 마스크의 핵심인 필터에 구조적인 손상이 발생하게 된다. 특수소재로 만들어진 마스크 필터는 정전기를 이용해 필터 표면에 바이러스가 달라붙도록 하는 방식인데, 알코올 소독이나 세탁할 경우 정전기를 일으키는 기능이 저하되어 바이러스는 물론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효과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헤어드라이어나 전자레인지 역시 필터가 녹거나 변형될 수 있어 권고하지 않는 방법이다.
아직 원인 바이러스 자체를 죽일 수 있는 코로나19 치료제(항바이러스제)는 개발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다만, 에이즈 치료제로 개발된 항바이러스제제와 항말라리아제제에 효과를 보이는 환자가 있다.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 역시 아직 개발되지 않았으나, 여러 가지 대증 요법을 시도할 수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 완치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이를 증명해준다. 17번째 확진자는 완치 판정을 받으며 “심한 독감을 앓는 것 같았다”는 말을 남겼다. 이처럼 발병 후 원인 바이러스를 직접적으로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감염자가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증상을 이겨낼 수 있도록 다양한 보조적인 도움을 통해 완치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