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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보다
더 젊은 어르신들의 탄생
‘액티브 시니어’
노년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젊은이들보다 더 젊게 사는 어르신,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 시대가 도래한 것.
이들은 패션 스타일은 물론이고, 여행, 취미를 구가하며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글. 정덕현 일러스트. 김남희
<윤식당>, 윤여정과 신구가 보여준 액티브 시니어의 자화상
사실 그 누가 나이 들고 싶을까.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면 그들처럼 나이 들고 싶다. tvN에서 방영됐던 <윤식당>의 윤여정과 신구를 보며 많은 중년과 노년들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와 칠순을 넘긴 나이. 하지만 발리의 한 외딴 섬에서 한식당을 차리고 외국인들에게 우리 음식을 선보이는 프로그램 속에서 윤여정과 신구에게 그 나이는 전혀 실감되지 않았다.
그 나이에도 불고기를 만들고 닭을 튀기고 라면을 끓여내는 사장 윤여정은 청춘 못잖은 열정을 보여줬고, 막내를 자처하며 손님들을 서빙하는 아르바이트생(?) 신구는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더할 나위없는 즐겁다는 걸 보여줬다. 물론 그들은 할 이야기는 똑 부러지게 하면서도 그것이 권위적이라는 느낌은 거의 주지 않았다. 윤여정은 찾는 손님들이 음식을 먹고 보이는 반응에 소녀처럼 설레어하고 주방보조로 함께 일하는 정유미와도 마치 자매처럼 살가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처럼 나이 들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건, 다름 아닌 여행이나 가게를 오픈하는 식의 도전들을 그들이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바로 젊은이들보다 더 젊은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들이다.
액티브 시니어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문화 소비 생활에 적극적이며 활동적인 노인세대’를 일컫는 신조어를 말한다.
경제력은 절대적, 몸 관리는 기본
액티브 시니어의 전제조건으로 많은 이들이 소비에 초점을 맞춰 경제력을 꼽는다. 물론 노년의 삶에 있어서 경제력은 절대적이다. 노년의 삶이 달라진 건 경제력을 바탕으로 해서 보다 젊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몸 관리가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영위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력만큼 중요한 것이 ‘의지’와 ‘마인드’다.
액티브 시니어의 삶에서 건강만큼 중요한 건 없다. 노년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몸이 건강한 청춘이라면 그는 여전히 청춘의 삶을 구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고령화 사회가 본격화되면서 웰니스(Wellness)라는 새로운 건강 문화가 자리하고 그것이 액티브 시니어의 동력이 되고 있는 건 그래서다. 웰니스란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의 합성어이다. 그간의 우리네 삶이 최상을 추구하기보다는 보통을 유지하려는 쪽이 맞춰져 있었다면, 웰니스를 추구하는 삶은 항상 자신의 상태를 최고로 맞추려 노력한다. 웰니스를 추구하는 이들은 그래서 이러한 건강에 대한 접근이 수명과 상관없이 삶의 질을 높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건강하고 정력적인 삶. 웰니스가 꿈꾸는 이런 삶은 ‘액티브 시니어’라는 새로운 노년의 탄생을 가능하게 해준다.
액티브 시니어 문화에 동참하려면 소통은 필수
현재 중년을 부르는 두 표현, 즉 ‘아재’와 ‘꼰대’라는 표현의 차이는 그들이 앞으로 맞이할 노년의 삶을 두 갈래로 나뉘어 놓는다. 즉 ‘꼰대’가 어딘지 구세대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아저씨를 표현하고 있다면, ‘아재’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들이 이렇게 똑같은 중년세대를 서로 다른 표현으로 부른다는 건 그 지향점을 드러내는 일이다. 꼰대가 될 것인가 아재가 될 것인가를 묻는다면 대부분의 중년들은 후자를 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꼰대와 아재를 나누는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은 다름 아닌 ‘소통’이다. 현 세대와 소통하지 않은 기성세대를 꼰대로 부르는 반면, 그래도 소통하려 노력하는 이들을 아재로 부른다는 것. 결국 지금의 중년들이 추구하는 꼰대가 아닌 아재를 지향하는 삶, 그것은 향후의 새로운 실버문화를 가능하게 할 동력이 되는 셈이다.
나이는 점점 숫자에 불과한 어떤 것이 되어가고 있다. 청춘 같은 어르신이 있을 수도 있고, 거꾸로 꼰대 같은 청춘이 있을 수도 있다. 나이가 연장자로서의 지위를 갖던 시대는 점점 물러나고 있다. 이제는 나이 차가 아니라 동등한 인격체로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시대다. 액티브 시니어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실버문화가 우리 앞에 조금씩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