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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진료지원팀 마미영 파트장 가족
입맛은 추억을 낳는 법,
이 맛에 요리한다!
가족들의 귀여운 폭로 배틀이 시작됐다. 라면 물 하나 못 맞추는 사람이 누군지, 반찬가게 단골손님이 된 사연은 무엇인지. 가만히 듣고 보니 어느 누구 뺄 것 없이 모두 요리와 친해질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너무 바빠서 혹은 서툴러서 그동안 손 놓고 있었던 요리에 도전하기 위해 적정진료지원팀 마미영 파트장 가족이 출동했다.
글. 정은주 사진. 이서연(아자 스튜디오)
요리와 친해지기 위한 가족의 도전
짧은 가을이 어느새 깊어졌다. 바람이 차가워지기 전에 만끽하지 않으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하는 보석 같은 계절이다. 게다가 식탁이 풍성하기로 치자면 이맘때가 단연 최고. 온갖 맛있는 음식들로 식욕이 일렁이기 마련이다. 때마침 마미영 파트장 가족이 오늘 배울 요리 콘셉트가 소풍 도시락이다. 예쁘게 도시락 싸서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라도 가자는 얘기다.
“워킹맘이다 보니 평소 집에서 요리를 자주 못 해요. 그래서인지 딸 지민이가 예쁜 도시락을 싸달라는 얘기를 종종 하더라고요. 다음 주에 체험학습이 있는데, 오늘 배운 메뉴를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되면 마미영 파트장에게는 특별한 미션 하나가 더 얹어지게 된다. 오늘 하루 즐겁게 배우고 끝날 게 아니라, 일주일 뒤 다시 한번 실력을 발휘해야 하는 까닭. 강사님의 레시피를 완벽하게 익히기 위한 각오를 다져본다. 남편 이동륜씨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그동안 요리에는 손도 대지 않던 그지만 아주 문외한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생각이다.
“이럴 수가. 아빠가 요리하다니! 지금까지 두 번쯤 라면 끓인게 전부인데, 심지어 물도 잘 못 맞췄잖아. 이건 정말 사건이에요. 오늘 다 같이 잘 배워보아요.” 앞치마를 두르고 싱크대 앞에 선 아빠 모습이 신기한지 아이들은 장난 섞인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엄마와 아빠, 중학교 1학년 지훈이와 초등학교 4학년 지민이 남매까지 준비를 마쳤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울 순서다. 오늘 만들 메뉴는 강된장을 곁들인 케일·양배추 쌈밥과 데리 소스 스테이크, 연근새우전, 곶감매말랭이 무침, 방울토마토 마리네이드 등으로 풍성하다. 두 시간 남짓 수업 중에 만들기에는 종류가 꽤 많아 보이지만, 혼자가 아니니 어려울 건 없다.
누구에게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 하나쯤은 있다.
이들 가족에게는 오늘의 맛과 향이 그런 추억으로 남을 터. 소중하게 두 손으로 꼭 쥔 도시락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켠이 따뜻하게 데워진다.
맛은 물론 건강까지 꽉 찬 도시락
깨끗하게 손질된 재료들이 앞에 놓였다.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맛과 영양은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마련. 요리기능장 강사님의 맨투맨 강의를 따라 최고의 도시락을 완성해보기로 한다. 소풍 도시락이니 모양도 포기할 수 없다. 손은 많이 가도 한입에 쏙쏙 먹기 편한 쌈밥이 첫 번째 메뉴다. 장아찌와 참기름을 넣어 한입 크기로 뭉친 밥을 케일과 양배추로 감싸면 끝. 놀이하듯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너무 좋아요.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 익힌 양배추까지 있어서 맛이 기대돼요. 만들다 찢어진 양배추는 먹어도 되죠?” 뭐든 맛있게 잘 먹는 지훈이는 벌써 군침이 도는 모양이다. 남편 이동륜 씨도 “이 메뉴는 다음에도 만들 수 있겠어요.”라며 자신감을 보인다. 그 사이 마미영 파트장은 곁들여 먹을 강된장을 가스레인지에 올렸다. 안주인답게 가족의 요리 과정을 진두지휘하는 그. 요리에 대한 이해도며 노련한 칼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쉽게 쉽게 하는 듯 한데도 완성도가 훌륭하다. 평소 직접 요리할 일이 드물다는 얘기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워낙에 요리를 좋아하는 지민이는 스테이크를 담당하기로 한다. 평소 갈고닦은 솜씨를 제대로 발휘할 기회. 풍미를 끌어올리기 위해 꼼꼼하게 밑간을 하고 육질을 부드럽게 해줄 양파도 직접 채를 썰어 올렸다.
“학교 수업 시간에 요리를 배운 적이 있어요. 집에서 엄마나 외할머니가 하시는 것도 많이 보았고요. 음식을 만드는 게 재밌어서 오빠에게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주기도 하니까 칼질하는 게 어렵지는 않아요. 또 조심조심 사용하고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가족만의 추억
노릇하게 스테이크가 구워지고, 한쪽 가스레인지에서는 강된장이 보글보글 끓는다. 코끝에는 방금 부쳐낸 고소한 전 냄새, 그리고 오가는 대화에는 꿀이 뚝뚝 떨어진다. 그렇게 요리를 하나둘 완성해가는 사이 군침 돌게 하는 냄새와 가족의 온기가 공간에 가득 채워졌다. 역시, 힘을 모으니 어려움은 잊히고 온전한 즐거움만 남는다.
이대로 먹어도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될 테지만 오늘은 소풍 도시락이 콘셉트인 만큼 마지막 단계, 먹음직스럽게 담아내는 것까지 마쳐야 한다. 우선 동그란 통에 쌈밥을 담고, 바짝 졸아든 강된장도 듬뿍 덜어 넣는다. 살짝 맛본 강된장이 마음에 들었는지 “집에서 꼭 만들어 달라”는 이동륜 씨. “배웠으니 직접 만들어 보라”며 마미영 파트장이 응수한다. 아마도 오늘을 계기로 이들 가족의 주방 풍경에 약간의 변화가 생길 듯하다.
반찬 통에는 먹기 좋게 자른 스테이크와 간장 넣고 조물조물 무친 곶감매말랭이, 전을 꽉꽉 채웠다. 영양을 균형을 위해 한입 크기 채소 스틱과 구아카몰 소스도 함께다. 맛은 두말 할 것 없고 눈까지 즐거워지는 도시락이 드디어 완성됐다.
“너무 예뻐요. 우리 가족이 직접 만들었다는 게 기쁘기도 하고요. 사진 찍어서 친구들에게도 자랑해야겠어요. 엄마, 아빠, 우리 이 도시락 공원에 가서 먹을까?” 얼른 휴대폰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 지민이를 보며 마미영 파트장이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병원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어릴 때는 이유식 한 번, 커서는 도시락 한 번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내내 묵직했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누구에게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 하나쯤은 있다. 이들 가족에게는 오늘의 맛과 향이 그런 추억으로 남을 터. 소중하게 두 손으로 꼭 쥔 도시락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켠이 따뜻하게 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