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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OLOGY THEME
중2병,
안생기면 더 문제라고요?
언젠가부터 ‘중2병’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청소년기의 반항적인 특성과 함께 급작스럽게 신체적·정신적으로 변화하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소년을 잘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2병은 단순히 문제적인 아이들을 뜻하기 이전에 자녀가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글. 정신건강의학과 송정은 교수
우리 아이는 말도 잘 듣고 항상 밝은 아이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퉁명스러운 말투는 물론 제가 하는 모든 말이 잔소리라고 생각하는지 대들고 신경질을 부려요.
흔히 겪는 내 아이의 중2병에 대한 부모의 하소연이다. ‘언젠가 좋아지겠지’라고 생각하며 묵묵히 기다리지만 이 시기를 견디는 것은 부모나 자녀들에게 결코 쉽지만은 않은 시간이다. ‘중2병’을 겪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몰라”, “내가 알아서 할게”, “됐어” 등이다. 이 시기를 함께 나는 또래들끼리 주고받는 메시지는 부모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 투성이다. 이렇게 부모와 자녀 간에 대화의 벽이 조금씩 생기면서 부모들은 자녀들과 어떻게 대화를 풀어 나가야 할지 갈팡질팡하게 된다.
청소년기는 신체적·심리적으로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발달하는 과도기이다. 특히 요즘 청소년들의 신체 발달은 예전보다 훨씬 일찍 이뤄지는 것에 비해 심리적인 발달은 예전보다 늦는 경우가 많다. 즉, 신체 발달 속도에 뇌 발달이 따라가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또한 청소년기에는 충동억제와 실행기능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두엽 발달이 덜 완성된 시기이다. 따라서 계획을 세우거나 충동을 억제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며, 이로 인한 문제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청소년기에는 몇 가지 사고의 특징이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자아중심성이다.
즉, 청소년은 자신의 관념이 최고의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엘킨드라는 학자는 청소년기의 자아중심성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하나는 ‘상상적 청중’으로 주의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 바라보고 자신이 관심의 집중이 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개인적 우화’로 자신은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이 경험한 것은 다른 사람과는 다르다고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은 다치더라도 자신은 그럴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위험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하기도 한다. 이러한 신체적·심리적인 특징들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 처한 특수한 상황들도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현대 사회의 가족은 가족구성원간의 의사소통이 부족하고, 특히 부모님의 직업, 자녀의 학업 등으로 인해 같이 살지 않는 가족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삶의 질 보고서에서 아이와 부모가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한국은 48분(OECD 평균 151분), 아이들이 아빠와 보내는 시간은 6분(OECD 평군 47분)으로 조사된 바 있다. 또한 조기교육, 특목고 등으로 인한 빨라진 입시 경쟁으로 인해 청소년들의 신체적·정신적 발달 수준에 비해 과도한 과제를 요구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로 인해 청소년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물론, 국내 아동청소년 행복지수는 몇 년째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기의 모든 아이들이 심리적인 문제를 겪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부모의 노력으로 청소년기의 어려움은 얼마든지 극복해 나갈 수 있다.
청소년기는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해 가려는 몸부림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따라서 부모도 자녀를 분리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중2병’도 이런 의미에서 자녀가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부모는 이 시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무엇보다 아이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아이의 관심사를 같이 공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부모는 아이의 편에서 도움을 줄 것이라는 신뢰를 쌓아 주는 것이 이러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