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병원 사보 <問安> 2016 겨울호

따뜻한 만남

카자흐스탄에 번진 일산병원 국제 의료나눔
마쩨이 카우사르, 희망 한발자국을 내딛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과 고양시가 손잡고 국제 의료나눔사업을 펼쳤다. 국제 의료나눔 사업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치료가 어려운 이에게 필요한 수술 및 의료지원을 기부함으로써 의료서비스에 대한 깊은 신뢰감과 의료복지를 통한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고자 마련됐다. 겨우 여섯 살의 나이에 힘든 수술을 마치고 이제 막 희망의 한 발자국을 내디딘 주인공, 마쩨이 카우사르(6세)를 만났다.

생후 8개월, 힘든 싸움을 시작하다

뽀얀 피부에 깊은 눈망울, 고사리 같은 손을 가진 마쩨이 카우사르. 이제 막 긴 수술을 끝내고 온 아이는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곁에서 이를 지켜보는 엄마 쥬니소바 마르잔굴 씨의 표정에는 안도하는 마음과 동시에 아이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이 묻어났다.
“생후 8개월 때였어요. 아이가 갑자기 경기를 해서 병원에 데려갔죠. 큰일 아니겠거니 했는데, 검사를 해보니 머리에서 물집 같은 것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물집이 악성 종양이었어요.”
2010년, 한 살이 채 되지도 않은 마쩨이 카우사르는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한차례 수술을 했지만 차도가 없었고, 경기는 점점 더 심해졌다. 2013년 두 번째 수술을 받고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를 진행했지만 그사이 종양은 아이의 왼쪽 머릿속을 꽉 채울 만큼 더 크게 자리 잡았다. 한국에 오기 한 달 전까지도 카자흐스탄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아이의 경기는 심하면 일주일에 한 번씩 이어졌고, 최근에는 하루에 한 번씩 나타나기도 했다.
병이 조금씩 악화되던 마쩨이 카우사르는 다행히도 국제 의료나눔 대상자를 찾고 있던 일산병원과 고양시 담당자에게 소개되면서 지난 11월 9일, 치료를 위해 엄마 손을 꼭 잡고 먼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

상상할 수도 없던 행복한 꿈을 꾸다

수술은 11월 10일 오전 8시 30분쯤 시작되어 약 5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아이가 견디기엔 긴 수술시간이었다. 게다가 머리 수술은 다 큰 성인에게도 회복 기간이 더딘 수술인 터라 모두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감기 기운이 폐렴으로 심해져 아이 걱정이 너무 되고 떨렸지만, 의사 선생님을 믿었기 때문에 침착하게 기다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수술이 끝나고 담당 선생님이 아이에게 있던 종양이 깨끗이 다 제거되었다고 말씀해주셨을 때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기뻤어요.”
쥬니소바 마르잔굴 씨는 수술 후 종양이 깨끗하게 제거된 아이의 MRI 사진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수술을 집도한 양국희 국제진료센터소장(신경외과)은 “수술이 어렵긴 했지만,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일단 모든 종양은 다 제거를 했고, 신경에 생긴 종양은 전이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치료와 회복 기간을 잘 견뎌내면 또래 아이들처럼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아이 곁을 지키고 있는 엄마에게 말했다.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마쩨이 카우사르의 놀이터는 병원이고, 친구는 그곳의 의사와 간호사가 전부였다. 집 옆에 있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처럼 뛰놀고 싶어도 제 자신이 얼마나 아픈 줄 모르기 때문에 영문도 모른 채 다른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아이가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상상을 하면 아직도 꿈만 같아요. 즐겁게 뛰노는 아이 생각을 하면 병원에 뭐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중에 아이가 건강하게 크면 그때 한국에 꼭 다시 와서 여기가 네가 건강을 찾을 수 있는 곳이었고, 이곳 선생님이 너를 치료해줬다고 꼭 그렇게 말해줄 거예요.”
아이 머릿 속 절반을 차지하고 있던 종양도, 툭 하면 나타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던 경기도 치료를 통해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에게서 사라졌다. 회복 기간 동안 천천히 컨디션을 찾아 마쩨이 카우사르와 엄마 쥬니소바 마르잔굴 씨는 카자흐스탄으로 돌아갔다.
앞으로도 환경이 어려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국제 나눔을 꾸준히 실천해 나갈 일산병원, 차가운 겨울이지만 병원 곳곳에서 나눔이라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글. 왕보영 사진. 이서연(아자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