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이란 말초혈액 내의 적혈구수가 감소하고 혈색소(헤모글로빈) 농도가 정상 이하로 감소되는 상태를 말하며, 세계보건기구에서는 남자 성인의 경우 혈색소 농도가 13g/dL, 여자 성인의 경우 12g/dL, 6~16세 사이의 청소년은 12g/dL, 6개월에서 6세 미만의 소아는 11g/dL, 임산부는 11g/dL 미만인 경우를 빈혈로 정의하고 있다.
글. 종양혈액내과 장명희 교수
빈혈은 혈색소의 주재료인 철분의 부족으로 발생하는 철결핍성 빈혈이 가장 많으며 골수의 보상 능력을 앞서가는 실혈로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생리, 위장관 출혈이 있다. 그 이외 혈구세포를 구성하는 DNA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비타민 B12나 엽산의 결핍으로 발생하는 거대적아구성 빈혈, 골수의 조혈모세포가 없거나(무형성 빈혈), 혈액내에서 적혈구가 과도하게 파괴되어 생기는 용혈성 빈혈, 조혈 시스템에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골수이형성 증후군, 백혈병, 고형 종양의 골수 침범), 만성 질환에 의한 염증물질 과다로 철분이 충분한데도 조혈이 안 되는 급만성 염증에 의한 빈혈, 신장 질환이나 종양 때문에 적혈구 조혈을 촉진하는 적혈구 생성 인자가 부족한 경우에도 빈혈이 발생한다.
빈혈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적혈구 지수와 망상적혈구수를 포함한 일반 혈액 검사와 말초혈액 도말 검사가 포함된 선별 검사를 통해서 적혈구의 수, 크기, 모양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된다. 결과에 따라 철분 결핍이 확인 된 경우에는 가임기 여성의 경우 자궁 질환 및 생리와 연관된 경우가 많아 부인과 초음파를 포함한 진료가 필요하며 그 이외에는 치질여부, 위장관 출혈 및 암 확인을 위한 위내시경 및 대장 내시경을 고려할 수 있다.
빈혈은 쉽게 피곤하고 노곤하며 온몸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가장 먼저 나타난다. 피부는 혈색이 없고 창백하게 보이며, 많은 혈액이 지나야 하는 심장은 산소 부족으로 가슴이 뛰고 아프기도 하며 몸이 붓기도 한다. 계단을 오르거나 등산 시 숨이 차며, 현기증과 두통, 집중력이 떨어져 정신이 흐릿해 지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이 외에도 손발이 저리거나 차가워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여성들은 생리불순이 생기기도 한다. 얼음, 생쌀이 당기는 이식증이 생기기도 하며, 성욕 감퇴와 식욕부진, 변비와 구역질 등도 빈혈이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장기적으로 빈혈을 교정하지 않으면 심장에 부담이 가중되어 심부전 등 심장질환의 위험성이 증가된다.
일부 환자들은 갑자기 일어날 때 순간적으로 핑 도는 증상을 호소하는 기립성 저혈압을 빈혈로 잘못 이해하고 있은 경우가 있다. 기립성저혈압은 원인 질환에 따라 증상이 다르며 갑자기 일어날 때 나타났다가 다시 누우면 곧 가라앉는다. 이러한 경우 혈압검사, 기립경 검사 등을 시행해 볼 수 있다.
가장 흔한 철결핍성 빈혈의 경우 철분약제를 복용하면 1~2개월 이내에 정상 수치로 회복된다. 정상 수치로 회복된 이후에도 철분제를 적어도 4~6개월간 복용해야 충분한 철분이 몸에 저장되어 적혈구의 생성이 원활해진다. 위암이나 위궤양 때문에 위 절제술을 받은 환자는 수술 후 수년이 지나 체내의 비타민 B12의 고갈과 비타민 B12의 흡수 장애로 인한 빈혈과 철결핍성 빈혈이 같이 발생할 수 있고, 치료로는 부족한 비타민을 경구나 근육 주사로 공급하고 철분제를 복용함으로써 빈혈을 교정한다. 만성질환에 동반되는 빈혈은 노인의 33%가 여기에 속하며 만성질환을 치료하면 호전된다.
가장 흔한 철결핍성 빈혈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특히 식습관이 중요하다. 철분이 많이 함유된 시금치, 땅콩, 아몬드, 해바라기씨,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을 챙겨먹도록 하며, 정기적인 검진도 중요하다.
2020년 1월부터는 부인과초음파가 급여화 되어 가임기 여성에서 철분 결핍성 빈혈이 확인되면 철분제 복용과 더불어 부인과 질환 확인 및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