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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병원 안정희 씨와 정지연 씨 모녀
오래할수록
더 좋은 것,
엄마도 딸도,
우리는 ‘친구’
‘옷은 새것이 좋고 사람은 오래될수록 좋다’는 옛말이 있다.
게다가 오래된 사람이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친구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터.
함께한 지 13년, 그리고 서로를 꼭 빼닮은 딸까지 친구 사이라니.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큰 행복이 되는 이들의 봄날을 함께했다.
글. 왕보영 사진. 한정현(28Gram스튜디오)
너는 나의 봄이다
인생을 돌이켜 봤을 때 자신에게 ‘친구’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는 이가 다섯 명 있다면 그 사람은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다섯이라는 적은 숫자가 ‘친구’ 앞에 붙으면 어마어마하게 커 보인다. 현실에서 그런 친구를 만나 연을 이어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까닭일 것이다. 어릴 적 친구는 나이가 점점 들어감에 따라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이 달라 멀어지고, 또 커서 만난 친구는 직장생활과 결혼생활로 멀어지고, 게다가 업무를 같이 하는 직장 동료는 더더욱 ‘친구’처럼 친해지기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꼭 다섯까진 아니더라도 내 곁에 ‘아’하면 ‘어’하고 알아주고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헤아려주는 이가 하나라도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인생은 성공한 것이 아닐까.
딱 이맘때쯤, 그러니까 이제 막 꽃망울이 한껏 부풀어 오르고 봄이 어깨 위로 내려앉아 마음마저 싱숭생숭해지는 그런 날 말이다. 아는 이라고는 하나 없는 첫 대학생활, 둘은 운명처럼 만났다. 그리고 서로에게 의지하고 마음을 열어가며 타지생활의 외로움을 달랬다.
“저는 강원도에서 줄곧 살다가 대학교 때 인천으로 왔어요. 처음엔 낯설기도 하고 대학생활에 한껏 기대가 부풀기도 했었는데, 대학생활은 제 로망과 달랐어요. 대학생활의 꽃이라 불리는 MT도 가고 친구들과 왁자지껄 청춘을 논하는 줄 알았죠. 그런데 웬걸요. 간호과라 그런가 다들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하더라고요.”
지난 대학생활을 추억하는 정지연(외과계병동간호팀) 씨의 말에 안정희(적정진료지원팀) 씨도 옛 추억에 웃으며 덧붙인다.
“공부할 것도 많고 시험공부도 진짜 힘들었어요. 시험 기간이면 매일같이 둘이 나란히 앉아 도서관에서 밤을 새우기도 하고, 그러다 너무 스트레스받으면 노래방으로 뛰어가 지칠 때까지 노래를 불렀던 것 같아요. 둘 다 음치인데도 말이죠.”
그러고 보면 신기한 일이 참 많아요.
제 결혼식 부케를 받을 정도로 친한 사이였어요.
그래서 우리 남편들도, 우리 아이들도 우리처럼 정말 좋은 인연이 되었으면 했는데, 얼마 전 저희 딸들이 나란히 병원 직장어린이집에 입학했어요.
청춘을 지나 엄마가 된 두 친구
“우리 졸업해서도 같은 직장에 들어가서 함께 지내고, 우리 닮은 딸 낳아서 커플 옷, 커플 신발도 신겨주고, 그렇게 엄마도 친구, 딸도 친구 하면 얼마나 좋을까.”
평소 입버릇처럼 말하던 지연 씨와 정희 씨의 소원은 말한 대로 이뤄졌다. 대학교 1학년 때 만나 함께한 지 벌써 13년, 뜨거웠던 청춘은 물론 첫 사회생활의 희로애락을 서로가 다독이며 버팀목이 되어줬다. 두 청춘은 시간이 흘러 결혼을 하고 소원대로 같은 해에 딸을 낳아 엄마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어요. 사실 논술고사 당일 제가 지각을 해 시험을 볼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마침 KTX 열차 고장으로 수험생들이 단체로 지각하게 된 거죠.
그 틈에 저도 운이 좋게 시험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정희와 함께 입사 동기가 될 수 있었죠.”
아직도 그때의 일은 정말 다행이라는 지연 씨의 말에 정희 씨도 거든다.
“부케는 가장 친한 친구한테 던지잖아요? 제 부케를 받은 사람이 지연이거든요. 결혼 후에도 우리 남편들이나 아이들도 저희처럼 친한 사이가 되었으면 했는데, 그 소원이 정말 이뤄졌어요. 남편들도 동갑내기라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고, 저희 딸들도 얼마 전 병원 직장 어린이집에 같은 반으로 입학하게 되었어요. 저는 첫째가 있던 터라 1순위로 배정되었는데, 지연이 딸 서윤이는 인원이 꽉 차 대기자 명단으로 있다가 마침 한 자리가 나서 같이 다닐 수 있게 되었어요. 두 아이가 매일 보는 사이라 꽤 친한 사이가 되었어요. 저희처럼 말이죠.”
추억이 될 사진 한 컷
현실에서 워킹맘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녹록지 않다. 교대 근무와 업무에 시달리는 지연 씨와 정희 씨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도 퇴근 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은 잊지 않는다. 주말이면 평일에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려 가까운 교외라도 나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 특별한 나들이를 계획했다. 두 친구와 두 딸이 함께 일상을 사진으로 남기기로 한 것. 오전 11시,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아이들이 눈을 비비며 엄마에게 안긴 채 스튜디오로 들어왔다. 한창 낯가릴 나이라 그런지 엄마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다가도 호기심이 발동해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기 바쁘다.
“스튜디오라고 해서 어떤 공간일까 궁금했는데, 집 같은 편안한 분위기네요. 게다가 밖에는 이국적인 소품과 캠핑카 때문인지 외국에 와있는 기분마저 드는 것 같아요.”
오늘은 아이들보다 오늘은 엄마들이 더욱 신이 난 것 같은 모습이다.
“서윤아, 지우야, 엄마랑 책 읽을까? 여기 봐봐.” 오랜만에 그것도 친구와 함께 하는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고자 엄마들은 아이들 앞에서 재롱도 부려본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두 딸의 손짓 하나하나에 엄마들은 함박웃음을 그칠 줄 모른다.
오랜만에 밖에서 여유롭게 아이들과 책을 읽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아장아장 걸음을 함께 하기도 한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이지만, 이들에겐 함께한 오늘이 아마도 포근한 봄날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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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에게 장미꽃다발의 태몽과 함께 엄마에게 온 딸 지우야. 널 만나기까지의 시간은 가장 행복한 기다림이었어. 우리 지우 덕분에 엄마는 한 뼘 더 자랐고 우리는 더 완전한 가족이 되었단다. 엄마는 우리 지우가 희망을 주고 어둠을 밝히는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엄마도 노력할게. 우리 딸 지우, 오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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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이에게 뱃속에 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흘러서 아장아장 걷기도하고 ‘엄마’라고 불러주는 모습이 너무 대견하고 신기해. 늘 지금처럼 사랑스러운 딸로 항상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우리 서윤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