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발견
양치의 역사, 미백에서 건강으로

안 가도 아프고, 가도 아픈 치과. 그 곳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평상시에 관리를 잘 하는 방법뿐이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과연 고대인들은 어떤 식으로 치아 관리를 했을까?’라는 물음이다.
칫솔보다 먼저 나온 치약
입속을 청결하게 하고 싶다는 것은 인류의 탄생과 더불어 시작된 욕망일 것이다. 최초의 칫솔은 이쑤시개로 추정되는데, 불교의 법전에 따르면 석가모니가 이쑤시개를 쓰고는 땅에 던졌는데 곧바로 뿌리를 내리고 나무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를 미루어 석가모니 시대의 인도에선 이를 닦기 위해 이쑤시개를 사용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석가의 설화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반도에서 스님들이 해야 할 일 중에 첫째가 이를 깨끗이 하는 일이었다. 버드나무 가지를 잘 잘라서 이를 쑤시는 것을 버드나무 가지인 양지(楊枝)를 따서 양지질이라고 불렀다. 이후 양지질은 양치질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지게 된다.
하지만 양치질의 기원은 그보다 훨씬 더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얼핏 생각하면 칫솔보다 치약을 만드는데 좀 더 고도의 문명과 기술이 필요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치약이 칫솔보다 먼저 사용되었다. 치약의 기원은 기원전 5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이집트에선 황소의 발굽, 수액, 구워서 부순 달걀껍질, 화산재 등을 조합하여 치약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치약을 손으로 직접 문지르는 것이 현재까지 알려진 최초의 양치법이었다.
칫솔이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는 모호한 점이 있다. 기원전 3500년경 바빌로니아에선 우리가 흔히 ‘이쑤시개’라 말하는 나뭇가지를 사용했다. BC 3000년경에 이집트에서는 좀 더 발전된 형태의 도구를 사용했는데, 나뭇가지를 이빨로 깨물어 부드러운 섬유질로 쪼개놓은 모양이었다. 이쑤시개와 칫솔의 중간 정도의 형태라고나 할까?
치아 건강보다 미백이 중요해
현대보다는 치아에 들러붙는 음식이 적었던 고대에는 지금처럼 철저한 양치질은 필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이에 낀 음식물을 제거하는 정도로 치아건강은 유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치아의 건강보다는 미백효과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런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1세기경의 로마 의사들은 처방을 내놓았다.
“소변으로 양치질을 하면 치아가 하얘진다. 그뿐 아니라 잇몸에 이를 더 단단히 고착시키는 효과도 있다.”
이 방법은 로마에 널리 알려져 자신의 소변으로 이를 닦는 것은 유행이 되었다. 포르투갈 인들의 오줌이 로마인의 오줌보다 더 진하기 때문에 효과가 뛰어나다는 말이 퍼지면서, 상류층의 로마 여인들은 포르투갈 산 소변을 비싼 값을 주고 구입하기도 했다. 이런 일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일일까?
오늘날의 학자들은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소변 속의 암모니아는 실제로 미백 효능이 있었으며 현대식 치약에도 암모니아가 이용된다는 것이 학자들의 설명이다. 포르투갈 산 오줌 역시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포르투갈인의 오줌이라고 딱히 성분이 진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육로를 통해 긴 시간 동안 수송되면서 소변의 성분이 발효되어 점차 강한 성분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글. 김지룡 〈사물의 민낯〉 저자,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