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와 함께
환자의 두려움 까지 보듬는 의사

소화기내과 이천균 교수

처음을 대하는 마음에는 설렘도 있지만 두려움도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나에게, 내 가족에게 생긴 질병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의 막막함과 두려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환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이천균 교수는 환자 한 명 한 명,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나눈다.
환자에게 충분히, 자세히 설명하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이천균 교수는 1996년부터 간 질환 진료를 전문으로 보고 있다. 2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환자를 진료해왔지만, 지금껏 고수하는 의료철학이 있다. 바로 ‘환자에게 충분히, 자세히 설명해 주자’는 것이다.
“예전에 몸담았던 대형병원의 경우, 의사 한 명당 진료하는 환자 수가 정말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질병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환자들의 불만이 많았죠. 또 설명을 잘 듣질 못해서 자신의 질병에 대해서 이해가 부족한 문제도 발생했고요.”
물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매 순간 실천하기는 어렵다. 설명해 주어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귀담아듣지 않는 환자도 있고, 환자 한 명당 진료시간이 길어져 뒤에 환자들이 오래 대기해 난감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처음 내원한 환자만큼은 반드시 최대한 시간을 할애해 충분한 설명을 하고자 한다.
“제 전문 분야인 간 질환의 경우에는 대부분 만성질환입니다. 이는 환자가 자신의 병에 대해 잘 알면 알수록 관리를 잘해서 질병이 더 빨리 호전될 수 있다는 얘기죠. 이것이 제가 환자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해 주려고 노력하는 이유죠. 그래서인지 한번 저를 찾아온 환자분들은 계속 제게만 진료를 보러 오시는 것도 같고요.(웃음)”
애초에 병원에 찾아올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이처럼 환자를 배려하는 이천균 교수의 마음은 건강관리에 대한 당부의 말을 전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애초에 사람들이 병원에 찾아올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기 때문이라고.
“보통은 술을 많이 마셔서 간 질환이 생긴다고들 알고 있어서, 음주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음주 관리도 중요하죠. 그런데 실제로는 우리나라에서 알코올성 간 질환을 겪는 사람보다 B형이나 C형 관련 간 질환자가 훨씬 많습니다. 전체 간 질환자의 2/3 이상이 B형이나 C형 관련 간 질환자입니다. 따라서 평소 음주 관리 못지않게, 바이러스성 간염에 걸리지 않도록 신경 쓰셔야 합니다. B형 간염의 경우에는 예방 접종으로 충분히 질병을 막을 수 있죠. 아직 예방법이 없는 C형 간염도 완치 가능한 질환이고요. 예전에야 치료가 어려운 질병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치료법도 많이 발전되었고 얼마든지 완치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러한 질병이 발생하더라도 치료가 어렵지는 않을까 미리 겁먹지 말고, 병원에 내원해 상담을 받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을 여는 일은 고되지만 설레는 경험
이천균 교수에게서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 못지않게, 몸담고 있는 ‘일산병원’에 대한 애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1996년 병원건립추진본부 시절부터 근무했기에 오늘날 강소병원으로 확고히 자리 잡은 일산병원의 모습을 보며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병원 개원을 준비하면서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일단 개원일이 예정일보다 많이 늦어져 속을 태웠죠. 1998년 개원을 목표로 1996년부터 준비를 했는데, 2000년에야 오픈했으니 예정보다 2년이나 연기된 거죠. 개원이 늦어지다 보니 의료진들은 외국에 공부하러 가거나,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보면서 기다렸어요. 행정업무를 담당하시는 분들도 사무공간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서, 병원 앞에 간이로 설치한 컨테이너에서 업무를 보았고요.”
이처럼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처음을 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지금의 일산병원이 있는 것일 터. 그는 끝으로 소중한 땀과 노력이 깃든 ‘일산병원’을 향한 애정을 듬뿍 담아, 첫 호를 맞는 일산병원 사보
<問安>에도 당부의 말을 건네며 인터뷰를 마쳤다.
“앞으로 병원 구석구석의 소식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알찬 사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김아영 사진. 이서연(아자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