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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면熟眠’ 그 복잡하고도 어려운 숙제를 풀다

셰익스피어는 <맥베스>에서 “잠은 헝클어진 근심을 정리해주고 지친 일상과 고된 노동을 쉬게 하며 다친 마음을 아물게 하는 위대한 자연의 두 번째 과정으로 삶이라는 잔치의 주된 밑거름이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숙면, 그러나 우리는 이 당연한 것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고통받고 있지는 않은지. 복잡하고도 어려운 숙제를 풀기 위해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신건강과 숙면
숙면은 사전적으로 ‘잠이 깊이 듦’ 또는 ‘깊이 든 잠’을 뜻하는데, 이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를 ‘수면장애’라고 한다. 이는 건강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수면을 충분히 취했음에도 낮 동안 각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 수면 리듬이 흐트러져 있어서 잠자거나 깨어 있을 때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뜻한다. 최근 5년간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면장애로 진료를 받은 사람들이 2008년 22만 8,000명에서 2012년 35만 7,000명으로 5년 사이 1.57배나 늘었다. 하지만 수면장애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윤희우 교수는 “잠을 못 자는 사람들이 많이 늘은 것은 확실하지만 이를 다 ‘불면증’이라고 할 수는 없다”라며 “라이프스타일이 많이 바뀌면서 잠을 못 자게 하는 다양한 환경적인 요인이나 다른 질병으로 인한 불면증 케이스도 많다”고 전한다.
수면장애는 하나의 단순한 원인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다. 스트레스, 우울증으로 인한 불면증, 공황장애에서 오는 불면증 등과 같은 정신적인 문제와 동반되기도 하는데, 실제로 정신과 환자의 80%가 수면장애를 호소하고 있을 만큼 정신질환과 불면증은 짝을 이뤄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불면증, 다양한 원인만큼 치료 방법도 다양해
오늘은 꼭 일찍 잠들어야지’, ‘내일 아침에 늦잠자진 않을까?’ 잠이 안 오는 침대에서 억지로 자야 한다는 강박관념, 그리고 그럴수록 떠오르는 다양한 고민과 생각들. 이런 생각들이 오늘도 나의 꿀잠을 방해한다. 오랫동안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이 ‘꼭 자야 한다’는 생각이고,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불면증은 수면환경이나 원인이 되는 스트레스를 제거하면 금방 회복된다. 그러나 우울증,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질환과 관련된 불면증은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상담과 처방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도 ‘진료기록이 남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라는 오해 때문에 정신과 문턱을 넘는 것이 여전히 쉽지 않은 것이 사실. 하지만 실제로 본인의 의료 기록은 본인이 아니면 법적으로 열람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걱정은 내려놓아도 좋다.
정신적인 질환 외에도 내과적인 이유로 잠을 못 드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가 아는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그것이다. 가벼운 증상들은 질병으로 볼 수는 없지만, 심하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내과적인 시술이나 수면다원검사 같은 적절한 진단을 통해 치료받는 것이 좋다.

 
나는 수면호흡장애가 있는 것일까요?
수면 중 코를 골거나, 숨을 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잘 때 입으로 숨을 쉰다
아침에 일어나면 입 안이 건조하다
항상 피곤하다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거나 예민해진다
아침에 두통이 심하다
가족 중 나만 혈압이 높다
평상시, 집중력과 기억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성관계 기능이 저하되는 것 같다
가족 중 나만 당뇨병을 앓고 있다
✽ 3개 이상 항목이 해당되면 수면호흡장애를 의심할 수 있으며,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는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외래 진료는 6명의 전문의가 전문분야에 따라 우울증, 불안장애, 조현병 등 다양한 정신과적 질환과 함께 스트레스, 수면장애 등의 진료를 보고 있다.
 
글. 왕보영 사진. 이서연(아자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