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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도 자도 피곤한 당신,잘 자고 있나요?

밤이 길어진 탓에 유독 하루가 더 길게 느껴진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종일 어깨를 짓누르던 옷을 편안히 갈아입고 따뜻한 물로 씻고 나니 절로 눈에 힘이 풀린다. 포근한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잠을 청해보는데, 맙소사. 오늘도 뒤척이다 보니 벌써 새벽 세시다.
 
하루 종일 활동해 피곤해진 신체와 뇌의 의식 활동이 쉬는 상태에서 머릿속을 청소하는 과정을 수면상태라고 한다. 그런데 스트레스, 긴장성 피로, 초조, 불안, 불편한 환경 등의 이유로 잠을 못 자거나, 깊이 잠들지 못한 채 꿈을 꾸고 가위에 눌리면 뇌가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게 된다. 건강하지 못한 수면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자.
 
조금씩 비만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 수면시간이 부족하거나 과다한 것, 좋지 않은 수면의 질이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많은 연구 결과 수면시간과 체질량지수는 ‘U’자 모양의 관계를 보인다.
실제로 하루 6시간을 자는 사람들은 7시간의 수면을 취하는 사람보다 비만이 될 확률이 약 24% 정도 높다고 알려져 있으며, 하루 8시간 이상 자는 사람들 중 28%가 비만으로 알려졌다. 반면 6시간 이하로 자는 사람들의 약 40% 정도가 비만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우리 몸에서 식욕조절 역할을 하는 것이 렙틴과 그렐린이라는 호르몬인데, 지방세포가 만들어내는 렙틴은 식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며, 그렐린이라는 호르몬은 식욕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수면이 부족하게 되면 그렐린의 분비가 증가하면서 렙틴이 제 기능을 못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식욕이 증가하고, 특히 지방과 탄수화물의 섭취가 늘어나면서 비만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수면부족은 인슐린 민감성을 높여 체내에 지방이 축적되기 쉬운 상태를 만든다. 수면부족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만성피로를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 신체활동도 감소하여 비만을 부추기는 것이다.
반대로 수면시간이 길어지는 경우에도 비만이나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9시간 이상 자는 사람들은 7~8시간 자는 사람보다 체질량지수가 더 높게 나타나며 대사증후군의 유병률도 더 높게 나타난다.
다양한 질병을 동반하는 수면 중 무호흡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건강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정말로 문제가 되는 것은 수면무호흡증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상기도의 폐쇄 혹은 숨 쉬는 신경이 제 기능을 하지 않아 발생하게 되는데, 이 경우 여러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일단 수면 중 무호흡이 발생하면 깊은 잠을 못자고 자주 깨게 되어 건강한 수면을 취할 수가 없고, 다음날 피곤함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심혈관 질환, 고혈압, 뇌졸중, 당뇨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이게 된다. 특히 우울증이나 성 기능 장애의 원인이 될 수도 있으며, 수면 중 원인 불명의 급사가 발생하는 것 역시 수면무호흡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평소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된다면 이비인후과 진찰 및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적절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면역력이 약해진다
적절한 수면은 건강한 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각종 스트레스와 과도한 업무로 인해 평소 잠을 제대로 못 자다가 심한 감기에 걸려 휴가를 내고 하루 푹 쉬면 몸이 개운해지고 감기도 괜찮아진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부족한 수면은 면역력을 억제시켜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 쉽게 만든다. 수면과 면역력과의 관계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는데, 수면이 부족할 경우 우리 몸에서 세균과 바이러스를 죽여 면역력을 담당하는 T-세포가 감소하고, 우리 몸에서 면역을 담당하는 여러 단백질물질의 농도가 낮아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렇다고 무조건 많이 자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성인의 경우 하루 10시간 이상 수면할 경우 오히려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수면장애는 신경계질환과 동반한다
단순한 불면증이나 환경적인 요인에서 오는 수면장애도 있지만, 수면장애는 신경계질환과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뇌줄기와 뇌하수체, 그리고 시상의 여러 신경핵과 신경전달물질이 수면각성주기를 조절하기 때문에 신경계질환의 병변 위치에 따라 다양한 수면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신경계질환을 앓고 있는 많은 환자가 다양한 약물복용으로 인한 부작용과 장기치료로 인한 우울증으로 수면장애를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60%의 뇌졸중 환자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있고, 코골이 하나만으로도 뇌졸중의 상대위험이 3.2배 증가한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뇌졸중에서 가장 흔한 수면호흡장애이지만, 중추 수면무호흡이나 체인-스토크스호흡(교대성 무호흡)도 30~40%에서 나타난다. 뇌줄기 뇌경색에서도 드물지만 다양한 형태의 호흡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데, 가장 치명적인 형태는 야간 중 자발호흡이 없어지는 온딘의 저주(Ondine’s curse)이다. 수면무호흡으로 일어나는 혈관내피 손상, 염증반응, 고혈압, 응고항진, 산화물질생성, 혈관내피성장인자(VEGF) 증가뿐만 아니라, 뇌혈관 자동조절의 변화와 이산화탄소 증가 등이 뇌졸중 발생기전으로 작용한다.
치매 환자는 외부활동이 제한되어 하루주기리듬에 중요한 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적고, 동반하는 다양한 신체질환, 정신질환, 또는 약물 부작용으로 수면각성주기가 깨지기 쉽다. 이러한 수면각성주기의 변화는 질병초기부터 나타날 수 있다. 수면분절로 인한 잦은 각성은 주간과다졸림증을 유발하고, 주간 수면은 다시 야간 불면증으로 이어져 야간배회현상이 나타나며, 이는 또다시 인지기능저하를 초래하는 악순환을 보인다.
특히, 심한 치매 환자는 하루주기리듬의 변화로 12~25%에서 혼동, 초조, 불안, 환각, 망상 같은 증상이 저녁이나 밤에 반복되는데, 이를 일몰증후군이라고 한다. 이때 심리적인 지지와 함께 행동치료가 도움이 되며, 약물은 소량의 항정신병약과 벤조디아제핀을 사용한다.
또한, 파킨슨병 환자의 80~90%가 수면장애를 호소한다. 파킨슨병 환자는 잠자리에서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해 하지의 경련이나 근긴장이상으로 통증이 흔하고, 이 때문에 수면 중 잦은 각성과 불면증, 주간과다졸림증, 피로를 호소한다, 또한, 파킨슨병 환자에게 흔히 동반하는 사건수명인 렘 수면행동장애, 악몽, 하지 불안 증후군 등이 수면을 방해한다.

수면다원검사란?
수면 중 나타나는 생리적변화를 종합적으로 기록하며, CCTV를 통해 수면 중 행동상의 이상유무를 관찰해 환자의 수면장애를 보다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글. 최영은 교수(가정의학과), 이준홍 교수(신경과), 장정현 교수(이비인후과) 정리.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