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칼럼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병동간호팀 홍나숙 수간호사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 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겨울은 따뜻했었다./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어주고/ 가냘픈 목 숨을 마른 구근으로 먹여 살려 주었다.

영국시인 T.S 엘리어트의 걸작 ‘The Waste Land(황무지)’란 시의 일부분이다. 이 시는 현대인의 정신적 황폐를 다루었다. 참된 삶 의 의미를 망각하고 정신적인 황무지에서 사 는 사람들에게는 만물의 의식을 일깨워 소생 하는 4월처럼 잔인하게 느껴지는 달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오히려 생명의 싹을 트게 하 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역설이 있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모진 북풍한설을 참아 내야 하는 인고의 역사가 있어야 하고, 우리의 삶도 오늘의 노력과 땀이 없다면 결코 내 일의 값진 열매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 나에게 4월은…. 3월의 마지막 날 소 개팅을 하고 다음날 바로 ‘애프터’를 신청한 남편과 연애라는 것을 시작한 달이요,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태어난 달이기도 하다. 그 렇게 4월은 나에게 때로는 화가 나고, 때로 는 기쁨이 되어준 가족이란 울타리를 만들 어 준 잔인한 달이다. 그래서 4월이 되면 난 Sentimental해진다. 그러나 라일락을 키워 낸 것처럼 행복을 꿈꾸며, 오늘도 난 3년간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돌아온 남편과 열 살 된 아들과 함께 아침밥과 출근준비 전쟁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게 우리 가정 은 봄꽃처럼 화려한 삶의 향연을 누리면서 오 늘 하루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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