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TION Ⅰ

interview

병원에서
‘보다’의 의미를 찾다

영상의학과 김철민 수석기사 & 병리과 소재옥 직원

2021년 새해를 맞이해 <問安>은 일산병원 구성원들이 함께 소통하는 대담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첫 주자인 영상의학과 김철민 수석기사와 병리과 소재옥 직원에게 병원에서 ‘보다’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15년 전 시작된 인연
두 분의 인연이 꽤나 오래됐다고 들었습니다. 친해지신 계기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소재옥 직원 : 2005년 원내 축구 동호회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그때 김철민 선생님께선 주전 멤버로 그라운드를 누비셨어요. 지금은 제가 다른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때 맺은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철민 수석기사 : 소재옥 선생님뿐만 아니라 일산병원 구성원이라면 대부분 비슷할 것 같은데요. 서로의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까지는 알지 못하지만, 만나면 누구보다 반갑게 인사하는 사이입니다.

영상의학과와 병리과, 독자 여러분께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철민 수석기사 : 영상의학과에는 전문의, 간호사, 검사를 담당하는 방사선사 등 여러 직종이 모여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투시’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조영제를 사용해 환자의 몸속을 살펴본다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소재옥 직원 : 영상의학과는 CT나 MRI 촬영 등으로 일반 환자들이 방문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희는 환자와 직접 만나지 않아 더욱 생소하게 느끼시지 않을까 합니다. 병리과는 환자에게서 채취한 조직이나 세포 검사물로 다양하고 정확한 검사를 진행해 의료진에게 최종 진단명을 제공하는 부서입니다. 조직병리·면역병리·세포병리·분자병리 네 파트로 이루어져 있고, 저는 세포병리 파트에서 암세포 선별검사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슬라이드를 제작해 검경하여 암세포나 암이 되기 전 이상이 있는 세포를 구별해서 찾아냅니다.

영상의학과와 병리과 모두 진료과를 든든하게 서포트하는 역할을 수행 중인데요, 두 과가 업무적으로 공유하는 부분이 있나요?

김철민 수석기사 : 환자가 외래를 방문하고 의사의 판단에 따라 검사를 진행한다고 하면, 영상의학과는 초음파나 CT 등을 촬영합니다. 검사 중 조직검사가 필요할 정도의 이상 소견이 보이면 조직이나 세포를 채취하는 역할을 합니다.

소재옥 직원 : 채취한 조직이나 세포를 병리과 조직병리 파트에 의뢰하면 검사가 진행됩니다. 두 과가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의외로 공유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보다’
두 분 모두 20년이 넘은 베테랑이지만 일에서 느끼는 고충, 그리고 보람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김철민 수석기사 : 아무래도 가끔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불친절한 환자들이 있는데 그럴 때 조금 힘이 듭니다. 그래도 최대한 이해하고 친절하게 응대하려고 노력합니다. 서로 조금만 더 배려하고 존중하면 좋겠어요.

소재옥 직원 : 저는 자궁경부 도말 검체에서 암세포나 암이되기전의 이상이 있는 세포를 찾는 일을 하는데, 슬라이드 한 장을 검경하는 데 보통 5~6분이 걸립니다. 요즘엔 하루 평균 40~50장을 보는데 눈의 피로감이 느껴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눈의 피로보다 정신적인 피로가 더 큽니다. 혹시나 내가 놓친다면 환자분은 다음 검사 때까지 병을 키울 수도 있기 때문에 긴장감과 정신적 압박을 느끼지만, 반대로 제가 암을 발견해 환자가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보람된 일은 없겠지요.

두 분 모두 20년 넘게 자신의 업무를 해오셨는데요, 각자의 파트에서 느끼는 변화가 있으신가요?

김철민 수석기사 : 영상의학과의 경우 기술과 시스템 부분에서 변화가 많았습니다. 장비도 발전하고, 일하는 데 편의성도 좋아졌고요.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땐 엑스레이 검사 후 필름을 인화해서 결과를 봤는데, 요즘은 다 디지털로 대체됐죠. 머지않아 더 작아지고 휴대성까지 겸비한 엑스레이 기계도 나오지 않을까 감히 상상해봅니다.

소재옥 직원 : 최근 같은 동일한 암이라도 암의 종류와 아형에 따라 치료제 선택을 달리 할 수 있는 개인별 맞춤 치료가 가능해졌는데, 암조직을 이용한 유전자검사가 필수입니다. 이에 병리과에서는 암에 대한 자세한 분석과 정확한 검사가 요구되기에 지속적인 학습과 신의료 지식 습득이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업무 이야기를 들으니 신년호의 주제인 ‘보다’와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두 분에게 ‘보다’란 어떤 의미인가요?

소재옥 직원 : 병리과 업무의 많은 부분이 현미경을 통해 조그만 슬라이드를 들여다보는 것이지만, 그 슬라이드에 환자의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슬라이드의 첫 부분부터 끝부분까지 이상이 있는 세포들을 찾아야 하기에 저에게 ‘보다’는 ‘찾다’입니다.

김철민 수석기사 : 저는 ‘서로의 마음을 보다’라고 하겠습니다. 영상의학과도 시술을 통해 혈관도 보고 조영제를 사용해 신체 곳곳을 살핍니다. 하지만 결국 병원에서 환자와 만나며 서로의 마음을 보는 게 가장 크지 않나 싶어요.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사보 <問安>에서 마련한 대담인터뷰를 통해 두 분이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갖게 되셨는데요. 앞으로 두 분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지 궁금합니다.

소재옥 직원 : 사실 처음 인터뷰를 제안받았을 때 굉장히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상대가 김철민 선생님인 걸 알고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알고 지낸 지는 오래됐지만, 서로의 업무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를 나눈 건 처음이에요. 몰랐던 점도 많이 알게 됐고, 고충도 알게 되어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더 가까워져 개인적인 만남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김철민 수석기사 : 최근 코로나19로 병원 내부 행사들은 물론이고 회의까지 모두 화상으로 진행 중입니다. 특히 우리 병원은 동호회가 활성화되어 있어 직원들이 서로 금방 친해지곤 했었는데, 요즘은 동호회 활동을 할 수 없어 아쉽습니다. 동료들과의 친목 도모가 업무에도 나타난다고 생각하거든요. 코로나19가 끝나면 소재옥 선생님과 한잔하며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싶습니다. 그러면 더욱 편한 사이가 되지 않을까요?

신년사

2021년 희망찬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신축(辛丑)년 ‘흰 소의 해’입니다. 예로부터 소는 온순하면서 끈질기고, 힘이 세지만 사납지 않아 끈기와 여유로움을 지닌 우리 민족의 기질과 잘 융화되어 선조들로부터 가족과 같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천천히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소처럼 끈기 있게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결국에는 성공한다는 의미이지요. 2021년 소의 해를 맞아, 모든 분이 쉽게 포기하지 않고 힘 있고 정직한 걸음으로 원하는 바를 다 이루시기를 소망합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라는 폭풍우 속에서 환자 치료를 위해 매진해주신 의료진과 안정적인 병원 운영을 위해 힘써주신 직원분들의 노고가 참으로 컸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초반에 방역과 진료의 체계를 잡기까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일산병원은 어느 병원보다 빠르게 안전하고 효율적인 병원 방역과 진료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그동안 선도적으로 또한 안정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해온 일산병원은 또 다른 새로운 변화로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이 되었습니다. 감염병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전환될 때까지 직원들의 안전과 안녕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환자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나간다는 사명감으로 병원을 운영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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