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칼럼

염경엽 감독의 도전과 눈물
그리고 한화 이글스

병리과 최윤정 교수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끝났다. 올해에도 역시 삼성 라이온즈의 우승이다. 그것도 4년 연속 통합우승이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기록될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삼성 선수들과 류중일 감독님께 큰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번 넥센 대 삼성의 한국시리즈가 시작되기 전, 삼성 팬을 제외한 많은 야구팬들이 넥센이 우승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다.

그만큼 넘기 힘든 삼성의 아성을 대포군단 넥센이 무너뜨려 주기를, 그래서 다른 팀 팬들도 대리 만족을 느끼고 싶어 했었다. 전체 선수단 평균 연봉 8,100여만 원의 최저연봉 팀이지만, 홈런왕 박병호, 200안타 신기록 서건창, 20승 투수 벤헤켄, 그리고 메이저리그를 바라보는 유격수 강정호 선수까지, 2014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MVP후보를 네 명이나 거느린 막강 넥센은 마치 골리앗을 무너뜨린 다윗과 같은 위용을 갖추고 있었기에 그런 기대를 걸기에 충분했다. 선수 시절 좋은 기록을 내지 못했고, 은퇴 후에도 프런트 시절을 거쳐 한참 만에 넥센의 코치가 되었지만, 감독으로 선임되자마자 하위권을 맴돌던 넥센을 바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고, 또 부임 2년 만에 정규리그 2위로 한국시리즈까지 팀을 진출시킨 염경엽 감독의 강한 의지와 지도력도 믿을 만했다.

하지만 예상치 않은 타격의 극심한 부진 속에 시리즈 전적 2승 4패로 넥센 히어로즈는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될 듯 될 듯하던 경기가 두 번이나 9회 역전을 당하고 말았다. 경험 부족이었을까? 싸움에 나가 제대로 된 주먹 한번 못 날리고 주저앉은 셈이었다. 한국 시리즈 6차전이 끝나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우승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끝내 눈물을 보인 염경엽 감독의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을 접을 수가 없었다.

또한 1년 내내 멋진 경기를 보여주었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간 넥센 선수들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었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삼성 우승 축하의 불꽃놀이와 세레모니가 화려하게 진행 중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선수 시절 후보로 밀려 대주자, 대타자가 되었을 때, 그리고 프런트 시절 경기장 밖에서 바라본 경기와 선수단의 모습 속에서, 그때 그때 일어난 상황과 결과 그리고 그 안에서 느낀 모든 것들을 기록하면서 실패자가 아닌 제2의 야구인생을 준비하는 도전자가 되었었고, 지금 누구도 갖지 못한 승리와 패배의 노하우가 저장된 그의 메모수첩은 준비된 지도자 ‘염갈량’의 보물이 되어 그의 지도자 인생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2014년 그의 야심찬 도전은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러 서러운 눈물을 흘렸지만, 앞으로 그의 빛나는 비상을 기대하기에 충분하리라 믿는다. 이번 가을야구 기간에는 다른 시즌과는 달리 각 팀의 사령탑 이동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열혈 팬들의 간절함 속에 김성근 감독님을 모셔간 한화 이글스의 행보는 매일매일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기삿거리가 되었었다.

흙구덩이가 된 유니폼을 입은 한화 선수들의 사진을 보면서 박수를 치고, 오늘은 누가 새로운 코치로 부임했는지, 어떤 선수가 김성근 감독님께 붙잡혀 고된 훈련을 받았는지…. 탈꼴찌를 위해 몸부림치는 한화 선수들의 노력과 의지가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 야구팬들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그들을 주목하고 또 기대한다. 2015 시즌에는 한화 팬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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