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시대의 우울함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신뢰의 상징, 그리고 여름의 시원함을 대신해 주는 컬러가 어쩌다 우울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을까.
세계적인 색채연구소 팬톤에서는 올해의 컬러로 ‘클래식 블루’를 선정했다. 구름 한 점 없는 여름의 청량한 하늘처럼, 때로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시원한 바다를 닮은 블루 컬러는 세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색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이렇게 사랑받기까지는 순탄치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블루 컬러는 중세 시대까지 세상에 없던 컬러다. 사실 자연 속에서 블루 컬러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눈에 푸르게 보이는 하늘과 바다도 빛의 산란에 의해 푸르게 보일 뿐이며, 또 일조량이나 날씨,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색이 바뀐다. 과거 그리스인은 블루 컬러를 그린 컬러의 변종이라 생각해 이름을 따로 짓지 않았을뿐더러, 중국·일본·유대인들 또한 역사적으로 파란색을 언급한 일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인류 최초의 회화로 알려져 있는 전기 구석기 시대 동굴벽화에서도 검정색, 빨간색, 갈색, 황토색, 흰색 등 다양한 색깔이 발견됐지만, 파란색은 없었다.
자연에서 얻기 어려운 색상이라는 것은 염료로 얻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때문에 당시 사람들이 바라보는 블루 컬러는 어둡고 칙칙해 미적 감수성을 자극하지 못하는 색깔일 뿐이었다. 어쩌면 블루가 우울감을 나타내는 영어 단어로 쓰이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우울하다(Felling blue)’라는 표현이나 우울한 날을 의미하는 ‘블루 데이(blue day)’ 처럼 말이다.
하지만 파란색이 늘 우울함을 표현한 것은 아니다. 중세의 절정인 12~13세기에 이르러 파란색은 르네상스를 맞이하게 된다. 당시 많은 성직자들이 하나님의 빛을 파란색으로 인식하면서 파란색은 신분 상승을 하게 된다. 성모 마리아는 파란색의 망토를 두르고 성화에 등장했으며,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등에 사용되면서, 기독교적 숭고와 순수를 상징하게 되었다. 또 귀족들은 성모마리아에 대한 숭배는 파란색 드레스의 유행을 만들어 냈고, 이에 푸른색 광물염료인 청금석은 금보다 귀한 고귀한 재료가 되었다.
우울감을 나타내는 단어 ‘blue’와는 달리 실제로 블루 컬러는 심신을 회복시키며 신경 계통의 긴장을 완화하고 창의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이 때문에 기업 CI를 상징하는 컬러로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 또 블루칩, 블루오션과 같이 경제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뜻하는 용어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예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파란색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차분하면서도 냉정하고 신뢰를 주는 컬러로 굳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