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의 시작은 마취로부터
예정된 수술도 그러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응급수술에서는 마취전문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치료의 최전선인 수술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집도의만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가 바로 마취전문의다.
정리 편집실 사진 윤선우
마취통증의학과 전나형 교수
진료 분야
심폐혈관마취, 비뇨기과마취, 외래마취
마취통증의학과는 외과수술에서 환자의 통증 치료를 전담하고 급만성 통증에도 다양한 시술법을 시도하며 전반적인 통증을 치료한다. 만성통증 질환은 대부분 퇴행성으로 인한 통증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환자가 늘고 있다. 일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는 병원에서 시행하는 수술 마취관리와 수술방 운영, 중환자실 관리를 담당하며, 신경차단 시술 등으로 급만성 통증을 예방하고 치료한다. 전나형 교수는 심장혈관흉부외과 수술 마취를 담당한다.
“마취를 단순히 수술 시작 전에만 필요한 시술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마취전문의는 수술 시행 전 과정에 참여해 환자를 관리하고 또 환자의 회복 과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외래에서도 통증 관리와 예방 등 진료가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수술의 시작과 끝을 지키는 사람들
마취는 환자의 안전과 수술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 환자가 통증을 느끼지 않고 수술이 원활하게 끝날 수 있도록 돕는 보이지 않는 손길이기도 하다.
“수술 스케줄이 결정되면 먼저 환자 상태를 파악합니다. 모든 마취과 의사가 그렇겠지만 저 역시 이 과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수술받는 환자의 기저질환 유무와 이전 마취기록, 복용 중인 약물, 현재 상태 등 마취 중 주의가 필요한 부분을 꼼꼼하게 체크합니다. 그런 다음 수술의 종류와 예상 소요 시간 등을 고려해 마취 방법을 결정합니다. 수술 전 환자에게는 시술하는 마취 과정과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합병증 등을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수술 전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수술 전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취는 크게 전신마취, 국소마취, 준마취로 나뉘며, 각각의 종류에 따라 적용되는 상황과 방법이 다르다. 전신마취는 대부분의 몸을 마비시키고 의식을 잃게 하여 수술 중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방법으로, 주로 대규모 수술이나 심장수술 등에 사용된다. 국소마취는 수술 부위 주변을 마비시키거나 통증을 차단하는 지역마취와 신경차단을 통한 마취로 나뉘며, 소형 수술이나 통증이 적은 수술에 주로 사용된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수술은 대부분 전신마취하에 시행되기에 수술 시간이 길고, 준비와 회복에 필요한 시간도 길다.
“메이저 수술의 경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출혈도 많기 때문에 수술 전 마취 과정에서 준비해야 할 것이 많고 마취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간단한 수술이라도 고위험 환자에게는 마취가 쉽지 않습니다. 환자가 고령이거나 과거력이 많고 심혈관질환이나 호흡기질환 등으로 전신마취를 감당하기에 무리가 따를 때는 수술 시간이 길지 않아도 수술 중의 혈압 변동, 심전도 변화 등 바이털 유지가 관건입니다.”
회복 과정까지 관여하는
종합진료 과정
마취통증의사는 수술 중에 복잡한 수술 절차와 다양한 환자의 병태생리 상태에 맞춰 세심하고도 예민하게 마취관리를 해야 하므로 수술이 진행되는 중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수술 중에 적절한 마취 심도를 유지하는 것이 마취통증의사의 가장 큰 임무입니다. 환자의 심박수, 혈압, 산소포화도, 체온 등 바이털 사인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적정 수치로 유지하기 위해 약을 주입하는 등의 일을 합니다.”
또한 예정된 수술 외에 응급으로 수술을 시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긴박한 상황으로 인해 검사도 진행하지 못한 채 수술방으로 밀고 들어오는 환자를 적절하게 처치해 무사히 수술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호출을 받으면 가장 먼저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합니다. 수술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수술팀과 소통해 신속하게 대처하고 마취 깊이가 부족할 때에는 적절한 마취제를 투여해 마취 깊이를 조절하며, 저혈압이나 부정맥, 산소포화도 저하 등 바이털 사인에 문제가 있을 때는 그에 따른 심혈관계 약물을 투여하거나 벤틸레이터를 활용해 환자 상태를 조절합니다.”
AI 기반 마취관리 연구
AI를 활용한 의료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마취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해 더욱 안전하고 정확하게 마취할 수 있도록 돕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수술 전 마취 위험을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해주는 인공지능 모델이 개발됐고, 마취제를 최소한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돕는 등 AI 기반 마취관리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연구를 할 여유가 없지만 최근 마취제를 최소한으로 사용하여 마취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는 minimal anesthesia, AI를 활용해 마취 중 발생가능한 위험을 예측하고 최적의 마취 깊이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AI 기반 마취관리에 대한 연구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로서 더 안전하고 정확한 마취관리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