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단짠 시대,

내 혈관과 혈당을

지켜라!

이른바 ‘단짠 시대’다. TV 프로그램, 광고, 온라인과 소셜미디어, 유튜브 쇼츠 영상이 입맛을 자극한다. 한입 베어 물면 짭조름한 치즈가 쭉 늘어나고, 달콤한 꿀을 뿌린 피자가 등장한다. 마트에는 짠맛과 단맛이 극대화된 스낵이 가득하다. 달고 짜며 맵기까지 한 ‘불닭 챌린지’는 전 세계를 돌고 있다. ‘단짠’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강력하게 소비되는 하나의 문화로까지 자리 잡았다.

구승준(번역가·칼럼니스트)

단맛은 왜 인간을 유혹하는가?

‘달고 짠 맛’이 인간에게 유혹적인 이유가 있다. 달콤한 맛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매혹되는 맛 중 하나다. 신화에서도 단맛은 종종 유혹적인 요소로 등장한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화에서 페르세포네는 저승의 왕 하데스가 건넨 석류 씨앗을 먹고 저승에서 영원히 살아야 하는 운명을 맞는다. 달콤한 석류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인간이 거부할 수 없는 매혹을 상징한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단맛을 좋아하는 이유는 생존과 관련이 있다. 인체는 음식물을 섭취하면 포도당(glucose)으로 분해하여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과일이나 벌꿀 등 단맛이 강한 음식은 포도당과 과당이 풍부해 인체에서 바로 쓸 수 있다. 냉장고가 없어 자연에서 먹을 것을 구해야 하던 시기에 포도당을 바로 섭취한다면 생존에 유리할 것이다.

달콤한 맛이 얼마나 유혹적이면 인간의 가장 큰 기쁨인 사랑에 비유했을까.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는 줄리엣을 만나 “현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달콤한 꿈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설탕이 금보다 귀했던 1세기경 고대 그리스인들은 설탕을 약으로만 사용했다. 그런데 지금은 원하면 언제든 단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인간이 마다할 수 있겠는가? 이는 마치 술꾼에게 술로 가득 채운 욕조에 몸을 담그고 목욕을 하되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유독 사탕이나 아이스크림을 보면 이성을 잃는 이유가 있다. 아이는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유 자체에 단맛이 강해 태어날 때부터 단맛에 익숙해진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성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 먹었던 ‘아이스크림의 추억’을 잊지 못한다.

인간은 짠맛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단맛만으로는 만족스럽지 않다. 짠맛도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였다. 소금은 생존과 직결된 필수 자원이었으며, 때로는 금보다 귀하게 여겨졌다. 로마제국에서는 군인들에게 월급 대신 소금을 지급했으며, 이를 ‘살라리움(salarium)’이라 불렀다. 현대 영어로 월급을 뜻하는 ‘salary’도 여기서 유래했다.

고대부터 중세까지 소금은 권력과 부의 상징이었으며, 이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까지 벌어졌다. 1930년, 인도의 독립운동을 이끌던 마하트마 간디는 영국이 인도인들에게 부과한 소금세에 저항하며 ‘소금 행진’을 주도했다. 간디와 그의 지지자들은 해변으로 가서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만들었는데, 이 행위는 단순한 저항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권리’를 되찾는 행동이었다. 그만큼 소금은 인간에게 필수적인 요소였다. 얼마나 중요하면 성경에도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 되라’는 말이 있겠는가.

짠맛을 내는 나트륨은 신경전달, 근육수축, 체액균형 유지에 쓰이며, 인체에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외부에서 섭취해야 한다. 인류의 조상은 채집과 사냥을 통해 식량을 구했다. 야생 식물과 고기에는 인체가 필요한 만큼의 나트륨이 부족하기 때문에 짠맛을 선호하는 개체가 생존에 유리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냉장고가 없던 시절부터 서양에서는 고기를 소금에 절이는 문화가, 동양에서는 된장이나 간장처럼 소금을 이용한 발효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

가장 저렴한 소확행은 ‘단짠’

‘단짠 열풍’은 최근에 번지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과 관련이 있다. ‘단짠 음식’을 먹으면 뇌에 즉각적인 반응이 오기 때문이다. 이는 유튜브의 쇼츠 영상을 선호하는 요즘 세태와 잘 맞는다. 천 원 남짓한 돈으로 살 수 있는 초콜릿이나 볶음라면을 먹으면 즉시 뇌에 자극을 주어 확실한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

단 음식을 먹으면 쾌락과 보상을 담당하는 도파민(dopamine)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트립토판(tryptophan)이라는 아미노산이 증가하여 세로토닌(serotonin)을 생성한다. 세로토닌은 행복과 안정감을 주는 신경전달물질로, 우울증 치료제로도 쓰인다. 또한 엔도르핀(endorphin)이 분비돼 고통을 줄이고, 긴장을 완화한다. 단 음식을 먹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은 인간이 사랑에 빠졌을 때와 같은 것이다. 단맛과 마찬가지로 짠 음식을 먹어도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어 쾌감을 준다. 초콜릿, 감자튀김, 라면, 팝콘 등 단짠 조합으로 적용된 음식들은 중독성이 강하다. 유튜브의 쇼츠 영상 등에서는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는 ‘셀프 면죄부’까지 발급하며 ‘단짠’ 섭취를 부추긴다. 스트레스가 많은 세상이니 즉각적인 보상이 필요한 것이다. 배가 고파서 먹는다기보다, 기분을 전환하거나 피로를 잊기 위해 음식을 찾는다.

단짠이 우리 몸을 망가뜨리는 과정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소금과 설탕은 더는 귀한 자원이 아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흔해졌고, 그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 되었다. 단짠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 몸을 중독되게 하고 병들게 하는 요소로 변질되었다.

쉴 새 없이 단 음식을 먹는 것은 세탁기를 24시간 동안 계속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췌장은 인체에서 혈당조절을 담당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단 음식을 계속 먹으면 췌장도 인슐린을 쉴 틈 없어 분비하다가 결국 고장 나고, 혈액 속에 당이 많아진다. 쉽게 말하면 혈관이 설탕물로 가득 차게 되는 것이다. 혈액은 끈적하고 걸쭉해져 피떡(혈전)이 생기고 이것들이 혈관에 달라붙어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당연히 혈관이 좁아진다. 또한 피가 끈적하기 때문에 신장에서 혈액을 걸러내는 기능도 약해져 만성신부전 위험이 증가한다. 게다가 눈의 모세혈관이 손상되어 당뇨병성 망막병증이 생겨 실명할 위험도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백미, 백설탕, 정제 밀가루는 피하고 단당류, 이당류보다는 복합당을 섭취해야 한다. 복합당은 섬유질이 함께 포함된 형태로, 현미, 고구마, 콩류 등에서 발견되며 혈당을 서서히 올려 인슐린 부담을 줄인다. 단백질이나 건강한 지방(아보카도, 견과류, 올리브유)을 함께 섭취하여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식사 순서를 조절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혈당이 급격히 오르지 않도록 채소를 가장 먼저 먹고, 그다음에 단백질을 먹고, 마지막에 탄수화물을 먹는 것이다.

짠 음식을 먹으면 혈관 속의 나트륨이 증가한다. 인체는 언제나 적절한 전해질의 농도를 유지하려고 하는데, 나트륨이 많아지면 혈액으로 들어가는 수분의 양이 증가하여 갑자기 혈관에 강한 압력이 생겨 고혈압과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한다.

나트륨은 신장에도 부담을 줘 체내 노폐물 배출을 방해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과 연결된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 고혈압, 고혈당, 높은 중성지방 수치, 낮은 HDL(좋은 콜레스테롤) 수치 등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상태를 의미한다. 대사증후군이 지속되면 심혈관질환, 당뇨병, 뇌졸중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 즉, 단짠 음식이 즉각적인 행복을 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짠맛을 조절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천연 재료로 만든 음식으로 염도를 조절해야 한다. 국물을 적게 먹고, 가공식품 대신 신선한 재료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칼륨은 나트륨 배출을 도우므로 짠 음식을 먹을 때는 칼륨이 풍부한 채소나 과일을 섭취하면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대부분의 채소에는 칼륨이 많이 들어 있다. 또한 물을 충분히 마시면 신장에서 나트륨이 원활히 배출될 수 있도록 돕는다.

‘먹고 싶은 것만 먹고 하고 싶은 것만 하다 보면, 먹고 싶은 것을 못 먹고 하고 싶은 것도 못 한다’는 말이 있다. 단짠을 즐기되, 운동을 실천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단짠을 섭취한 후에는 가벼운 산책이나 근력운동으로 혈당을 조절하고, 나트륨 배출을 촉진해야 한다. 단 음식 섭취 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근력운동을 하면 근육이 혈당을 소비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짠 음식을 먹은 후에는 땀을 배출하는 유산소운동을 하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