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데이터(real-world)로
전이성 췌장암 일차 항암치료
효과 분석
소화기내과 박찬수·박병규 교수팀이 전이성 췌장암 환자의 일차 항암치료 효과를 분석한 연구 논문을 종양학 관련 저명한 국제 학술지 Cancers 최근호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보험 청구자료와 국립암센터의 국가암등록자료를 결합한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전이성 췌장암 치료의 실제 임상 결과(realworld data)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대규모 인구 기반 자료를 통해 항암치료 효과를 평가하여, 임상시험에서 입증된 항암요법이 실제 의료 환경에서도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한 것에 의의를 둔다.
정리 편집실 사진 윤선우
소화기내과 박찬수·박병규 교수
기존 국민건강보험의 청구자료는 암환자의 진단, 치료, 생존 기간 등 주요 정보를 포함하지만 암의 병기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다. 이러한 암 병기 정보는 국립암센터의 국가암등록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2021년부터 가능해진 보건의료 빅데이터 결합을 통해 국민건강보험 청구자료와 국립암센터의 국가암 등록자료를 연계하여 국내 전이성 췌장암 환자를 정확하게 선별하고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다.
연구 자료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립암센터의 심의 후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각 환자의 정보를 가명 처리하고 결합키를 생성해 안전하게 결합했으며, 여러 차례의 심사를 거쳐 2023년 3월 연구팀에 제공되었다. 연구팀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에서 전이성 췌장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21,899명 중 항암치료를 받은 8,652명을 대상으로 항암요법별 생존 기간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젬시타빈±에로티닙(gemcitabine±erlotinib) 치료의 중앙생존기간이 6개월이었던 반면, 젬시타빈+납파클리탁셀(gemcitabine+nab-paclitaxel)은 10개월, 폴피리녹스(FOLFIRINOX)는 11개월로 나타나 중앙생존기간이 더 길었다고 밝혔다. 특히 젬시타빈+납파클리탁셀과 폴피리녹스 치료를 받은 환자 각각 1,134명을 성향점수 매칭을 통해 비교한 결과, 두 항암요법의 중앙·생존기간이 동일하게 11개월로 나타나 효과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기간별로 살펴보면 2012~2013년 전이성 췌장암 환자의 중앙생존기간이 6개월이었던 반면, 2018~2019년에는 10개월로 향상되었다. 이는 2016년 이후 젬시타빈+납파클리탁셀과 폴피리녹스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사용이 증가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되었다. 이번 연구는 전이성 췌장암에서 일차적으로 권고되는 항암제인 젬시타빈+납파클리탁셀(gemcitabine+nab-paclitaxel)과 폴피리녹스(FOLFIRINOX)의 효과를 비교한 최대 규모의 연구로, 임상연구로 입증된 항암치료 효과가 실제 의료 환경에서도 유효함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박병규 교수팀은 췌장암에 대한 빅데이터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2022년 1편, 2023년 2편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게재한 데 이어 이번에 네 번째 연구 논문을 발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번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에게 선택 가능한 치료로 항암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까지 알려져 있는 췌장암의 표준치료제는 폴피리녹스와 젬시타빈+납파클리탁셀로, 두 치료제를 직접 비교한 연구는 아직 미흡한 상태입니다. 특히 전체 환자들의 실제 임상에서 생존율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대규모 연구는 극히 드물고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기존 연구들을 살펴보면, 국가별 의료 환경, 선호하는 치료법, 인종 등 대상 환자군 환자 상태의 차이 등에 의해 서로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 전체의 모든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인구 기반 연구는 이러한 제한점을 줄이면서 실제 적용되는 치료법의 실제 임상 자료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는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결합하여 더 많은 정보를 빅데이터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려, 국민건강보험 자료에 국가암등록자료를 결합하여 환자의 요약 병기 정보까지도 연구에 반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으로 국가적 인구 기반의 대규모 연구를 수행하여 기존 연구들에 비해 더 많은 수의 국내 췌장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췌장암의 치료 현황과 실제 임상에 가까운 결과를 도출하고 두 표준치료제의 효과를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소화기내과 박찬수 교수
소화기내과 박병규 교수
앞으로 이 연구가
어떻게 활용되기를
바라시나요?
수술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에게 1차 표준 치료제를 선택할 때 국가별·기관별·의사별로 정립된 기준은 아직 없습니다. 또한 예후가 불량한 췌장암 환자에게 표준 치료제가 도입되면서 생존율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결과를 보여주는 실제 임상 데이터는 부족한 실정이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한 국가의 전 인구를 대상으로 하여 표준 치료제가 전이성 췌장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에 크게 기여했음을 빅데이터 연구를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져 있는 1차 표준 치료제를 성향매칭을 통해 직접 비교한 이번 연구가 1차 항암제 선택에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계획하고 있는 후속 연구도 소개해주세요.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와 암등록자료를 병합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의료기관의 규모별로 전이성 췌장암 환자들의 항암치료 후 생존율에 차이가 있는지 분석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췌장암은 조기 진단이 어려워 수술 불가능한 상태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으며 적절한 항암치료가 생존율 향상에 중요함을 이번 연구에서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의료기관의 규모별로 항암치료에 따른 생존율에 차이가 있는지, 차이가 있다면 그 요인이 무엇인지 분석해보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고령 환자에게 항암치료가 이득이 있을지 아직 객관적 통계 자료가 부족하여, 실제 임상에서 몇 세 환자까지 항암치료가 도움이 될지는 의사마다 의견이 분분합니다. 따라서 고령 환자들의 항암치료 Outcome을 비교하기 위해 연령별 생존율 분석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2025년 계획과 목표도 알려주세요.
빅데이터 자료는 분석하는 과정보다도 데이터를 얻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에서 상당히 오랜 기간이 소요됩니다. 이번 연구에 활용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와 암등록자료도 1년 이상의 과정을 거쳐서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 데이터를 이용한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제도 개선으로 의료정보 결합이 가능해진 만큼 빅데이터 연구가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