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컨디션을 넘어
신체와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수면
수면장애는 누구나 겪을 수 있으며 병원을 방문하는 횟수는 선진국일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겨울철에는 불면증이 늘어, 계절성 정서장애 또는 계절성 우울증과 같은 기분장애, 수면시간 지연과 과다수면을 보이기도 한다. 하루의 컨디션을 좌우하는 질 높은 수면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리 편집실 사진 윤선우
신경과 이준홍 교수
진료 분야 뇌졸중, 치매, 수면장애, 뇌전증, 치매예방센터
진료 시간 월: 오후 화: 오전 수: 오전 목: 오전
수면장애 증상과 진단 기준
수면질환의 범위는 잠을 잘 때뿐 아니라 잠들기 전과 후를 포함한다. 현대의학은 수면장애를 질환의 기전과 특성에 따라 불면증, 수면관련호흡장애, 과다 졸림의 중추장애, 일주기 리듬 수면각성장애, 사건수면, 수면관련운동장애 등 여섯 가지로 분류한다. 이 여섯 가지 수면장애를 좀 더 쉽고 간단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불면증은 ‘잘 못 자는 병’, 수면관련호흡장애는 ‘자는 중에 숨을 잘 못 쉬는병’, 과다 졸림의 중추장애는 ‘너무 심한 졸음’, 일주기 리듬 수면각성장애는 ‘밤낮이 바뀐 것’, ‘사건수면은 ‘수면과 관련된 사건들’, 수면관련운동장애는 ‘잠과 관련된 움직임’ 정도로 간추릴 수 있다.
“수면장애는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지만 3개월 이상 지속되어 만성화되면 저절로 회복되기 어렵습니다. 특히 불면증의 정도가 심할수록 장기적인 예후가 불량하므로 만성불면장애의 원인이 되는 수면장애나 기저질환을 찾아서 교정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준홍 교수는 수면장애를 만성화하는 요인, 즉 부적절한 수면위생, 잘못된 수면습관, 불면증과 관련된 역기능적 생각들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로 수면장애를 치료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면 부족을 보상하기 위해 낮잠을 자거나, 잠이 오지 않아도 침실에 계속해서 누워 있는 행동, 불면과 신체건강에 대한 과도한 걱정 등이 환자 자신은 인지하지 못하지만, 불면증을 오히려 악화 또는 지속하는 원인이므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이들을 교정하는 것이다.
다른 질병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수면무호흡증은 체중감량, 자세치료, 구강 내 장치 등으로 치료하며,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양압기 사용이다. 양압기는 압력이 있는 공기를 지속적으로 기도로 밀어 넣어 기도를 열어주며, 사용을 중단하더라도 수면무호흡의 치료 효과가 남아 있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양압기 사용을 중단하면 수면무호흡이 재발하므로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 높은 수면을 위한 생활수칙
적정 수면시간은 연령에 따라 다르며 성인 기준 평균 7~9시간의 수면이 권장된다. 그러나 적정 수면시간은 개인차가 있으므로, 자고 일어났을 때 다른 도움 없이 하루 종일 명료한 각성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자신의 적정 수면시간이다. 수면시간이 이보다 짧으면 낮에 각성상태를 유지하기가 어렵고, 수면시간이 이보다 길어지면 잠들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나 수면 중 깨어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낮에도 무기력해진다.
이준홍 교수는 기상시간을 먼저 정하고, 자신의 평균 수면시간을 설정한 뒤, 기상시간에서 평균 수면시간을 빼서 취침시간을 계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이른 저녁에 취침하거나 아침 기상시간이 일정하지 않는 등 잘못된 수면 습관이 불면증을 악화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도움 되는 운동과 식습관
“아침에 운동을 하면 회복수면이 증가하고 수면의 질이 높아집니다. 특히 잠들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으며, 수면효율을 높이고 총수면시간도 늘어납니다. 아침 운동은 저녁에 코르티솔을 감소시키고,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해 쉽게 잠들 수 있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오후 시간대의 운동도 수면시간과 수면의 질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늦은 시간대의 운동은 수면에 미치는 효과가 다양하게 보고된다. 심한 운동은 심부체온을 높이고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해 잠들기 어렵게 만들고, 자주 깨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 젊은 사람에서 중등도 운동은 수면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잠들기 4시간 이내에 하는 운동은 수면을 방해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므로 늦은 시간대에는 되도록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음식도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타트체리에는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과 트립토판이 들어 있고, 항산화 작용으로 체내 염증을 줄여 수면에 도움을 준다. 키위도 세로토닌을 함유해 수면에 도움이 되며, 항산화 작용과 소화를 도와 불면증을 개선하고 수면의 질을 향상한다는 보고가 있다. 연어, 참치 등 오메가3를 함유한 생선이나 아몬드, 호두와 같은 견과류 등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식품도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따뜻한 우유를 마시면 잠이 잘 온다는 사례가 많은데, 우유, 치즈, 요구르트 등 낙농 식품에도 트립토판이 들어 있어 수면시간을 늘리고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 외 캐모마일차, 패션플라워로 만든 허브차도 수면에 도움이 된다.
뇌신경치료의 새로운 접근법 제시
이준홍 교수는 2023년부터 대한뇌신경조절치료학회 회장을 맡아 뇌질환 치료에 새로운 방법을 찾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다양한 임상 분야에서 비침습적 뇌조절 기술이 연구되어 논문으로 발표되고 있으며, 일부 기술들은 상용화되어 의료 현장에 적용됐고, 새로운 임상 적응증을 허가받기 위해 준비 중인 기술들도 있습니다.”
이준홍 교수는 ‘2024년 대한신경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뉴로프런티어 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뉴로프런티어 학술상은 국내 신경과학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신경과학 확장과 발전에 크게 기여한 업적을 기리기 위한 상으로, 수상자는 대한신경과학회 평의원의 추천과 업적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며 뇌질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뇌신경조절 또는 뇌신경자극(자기장자극, 직류·교류 전기자극, 저강도 집중초음파, 저선량방사선 등)으로 다양한 뇌질환(치매, 파킨슨병, 뇌전증, 뇌졸중, 불면증, 우울증 등) 치료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자 꾸준히 연구하고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