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인류가 발견한
가장 강력한 치유제
대한수면학회에서는 일상생활을 잘 유지하기 위해 하루 6~8시간 정도 잠을 자라고 권고한다.
이보다 적게 자면 피로감을 느끼면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운동 능력도 저하된다고 한다.
또 적게 자면 비만이 생길 위험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잠이 보약’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자.
글 구승준(번역가·칼럼니스트)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서 맥베스는 지독한 형벌을 받았다. 그는 전투에서 승리하고 온 뒤 세 마녀의 꾀임에 빠져 던컨 왕을 살해하고 왕이 되었다. 그러나 왕이 되어 모든 것을 풍족하게 누려도 행복하지 않았다. 잠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읊조렸다.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잠을 죽였소. 근심의 헝클어진 실타래를 곱게 풀어주는 잠이여, 괴로운 하루의 수고를 씻어내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영약을, 대자연이 매일 다시 태어나게 베푸는 양식이며, 생명의 향연에 자양분을 주는 잠을 나는 죽였소.”
수면은 역사의 큰 줄기를 바꾸기도 했다. 나폴레옹은 워털루전투를 앞두고 심각한 불면에 시달렸고, 이로 인해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한다. 전투에서의 패배는 그의 몰락으로 이어졌으며, 불면은 이 비극적 실패의 숨은 원인 중 하나로 여겨진다.
기원전 216년 제2차 포에니전쟁은 로마군과 한니발 장군이 이끄는 카르타고군 사이에서 벌어진 전투로, 한니발의 천재적인 전술로 유명하다. 이 전투에서 한니발은 병력 5만 명으로 로마군 8만 6,000명과 상대해 7만 명을 사살했다. 반면 자신의 군대는 6,000명만 피해를 받았다. 사람들은 한니발이 전술적으로 로마군의 약한 진영을 공략하여 승리한 것으로 알지만, 당시 로마 군대는 무적이었고 세계 최강이었다.
한니발은 다른 부대는 수면을 충분히 취하도록 하고 소규모 군대만 로마군 쪽으로 보내 소란을 일으키거나, 기습적으로 작은 전투를 벌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로마 병사들이 편안히 잠을 잘 수 없도록 만들었다. 로마군은 지쳤고, 집중력과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전투에 임해 대열을 유지하지 못했다. 한니발은 이런 상태를 이용해 병력을 배치하고 로마군을 포위하여 궤멸했다.
잠이 보약이고, 곧 건강이다
잠에 대한 고찰은 문학과 과학뿐만 아니라 철학과 예술에서도 발견된다. 고대 철학자들은 수면을 인간 삶의 중요한 요소로 바라보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면과 깨어 있음이 조화를 이루어야 인간의 건강과 행복이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연은 수면을 통해 인간에게 회복의 시간을 준다’고 언급하며, 충분한 수면이 삶의 질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이러한 철학적 접근은 현대 심리학에서도 유효하다. 인간의 정신 건강은 수면의 질과 깊은 연관이 있다. 불면증은 우울증, 불안장애 등 다양한 심리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며, 반대로 충분한 수면은 긍정적인 사고와 정서적 안정을 가져온다.
또한 동서양의 다양한 전통 의학에서도 수면은 치유와 회복의 핵심 요소로 여겨졌다. 한의학에서는 수면을 통해 음양의 균형을 회복한다고 본다. 밤에는 음의 기운이 강해지면서 몸이 자연스럽게 쉬어야 한다고 여겼다. 서양의 중세 의학에서도 수면을 신이 인간에게 내린 큰 축복 중 하나로 여겼다. 중세 의사들은 환자에게 좋은 수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치료의 핵심으로 여겼고, 이를 위해 아로마세러피(aroma therapy)나 따뜻한 목욕을 권장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향료와 허브를 활용해 숙면을 유도하는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었다.
현대 과학은 수면이 단지 휴식 이상의 기능을 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수면 중 우리의 뇌는 낮 동안 쌓인 정보를 정리하고 기억을 강화한다. 이는 해마와 대뇌피질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정보 이동 과정과 관련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수면을 충분히 취한 사람은 학습한 내용을 더 잘 기억하고,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도 향상된다. 또한 수면은 면역체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면역력이 저하되고, 질병에 취약해진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2019년 하버드 의대 연구에 따르면, 수면 부족은 단순히 감기에 걸릴 가능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심혈관계질환, 당뇨병, 심지어 암과도 연관될 수 있다.
수면 부족의 위험성은 개인의 건강을 넘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현대인이 겪는 스트레스와 긴장은 수면 부족을 부추기며, 이는 업무 효율성과 안전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2016년 일본에서 발생한 열차 사고의 원인으로 기관사의 수면 부족이 지목되었고, 이는 산업 전반에서 수면의 중요성을 다시금 부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반면, 수면을 충분히 취하는 조직은 생산성과 직원 만족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기업들이 직원들의 수면 건강에 투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20년 미국 수면재단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하루 평균 3시간을 초과할 경우, 수면 시간이 평균적으로 1시간 이상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할까? 역사적으로 볼 때, 인간은 자연의 리듬에 따라 잠을 잤다. 전기 조명이 발명되기 전, 해가 지면 어둠 속에서 하루를 마감하고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밤에도 인공적으로 밝게 빛나는 세상을 만들었다.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기기들은 수면 부족의 주범으로 지목되곤 한다. 청색광이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생체리듬을 교란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 경쟁과 과도한 업무로 인해 ‘바쁨’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문화도 수면 부족을 부추긴다. 현대사회는 수면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종종 수면 시간을 줄여 이를 생산성과 맞바꾼다. 특히 젊은 세대는 수면 부족에 대한 경각심이 낮은 편이다. 이는 디지털기기의 과도한 사용과도 관련이 깊다. 밤에도 봐야 할 드라마가 너무 많다. 자기 전까지 유튜브를 끼고 산다. 특히 한국인은 OECD 국가 중 평균 노동시간이 길고 출퇴근 시간도 긴 편이다. OECD 국가의 평균 수면 시간은 8시간 22분인데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40분에 불과해 꼴찌를 기록했다.
잠은 건강과 창의력을 키우는 최고의 시간
수면은 단순한 생리적 활동이 아니라, 창의성과 영감을 자극하는 시간으로도 작용한다.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은 수면 중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기록하기 위해 침대 옆에 항상 메모장을 두었다고 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충분한 수면을 통해 복잡한 이론을 정리하고 영감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사례는 수면이 단순한 휴식을 넘어 삶의 도약을 가능케 하는 에너지의 원천임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건강한 수면을 유지할 수 있을까?
첫째, 수면위생(Sleep Hygiene)을 지켜야 한다. 이는 단순히 침구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규칙적인 취침 간과 기상 시간, 잠들기 전의 안정된 루틴, 편안한 수면 환경 조성이 포함된다. 둘째, 식습관과 운동도 수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적절한 운동은 수면의 질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잠들기 직전에 운동을 하면 오히려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이른 저녁 시간에 하는 것이 좋다. 셋째, 카페인 섭취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낮 시간의 피로를 이겨내기 위해 커피를 마시지만, 이는 밤의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 카페인은 섭취 후 6시간 동안 체내에 남아 생체리듬을 교란한다.
현대사회에서 수면을 위해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수면 패턴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선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스마트 매트리스와 수면 앱도 점차 대중화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수면 솔루션을 제공하며,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잠이 보약이다”라는 속담은 단순한 교훈이 아니다. 이는 우리의 삶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문학과 역사 속에서, 현대 과학의 연구 결과에서 우리는 잠의 소중함을 배운다. 과거의 교훈과 현대의 지식을 결합해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 밤, 나는 잠이라는 최고의 보약을 온전히 누릴 준비가 되었는가? 이 질문에 “예”라고 답하는 순간, 우리의 삶은 한층 더 나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