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무언가를 삼켰을 때!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소아가 무엇인가를 입에 넣어 삼켰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당황스러울 때가 있을 텐데요, 급하게 병원으로 가야 하는 상황과 치료법을 알아봅니다.
글 외과 전호종 교수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습니다. 세상을 알아가기 위해 본능적으로 모든 촉각을 동원합니다. 그중에 가장 쉽고 유용한 자극 수단이 손과 입이어서 무언가를 자꾸 입에 넣어 보거나 집어 먹습니다. 주로 먹음직하게 생긴 장난감, 건전지, 동전, 안전핀, 자석 등을 입에 넣는다고 보고됩니다.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어서 제조사마다 주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고 예민한 보호자들은 관련 정보를 접하고 아이들에게 조심하라고 이르지만, 이물을 삼켜서 응급실에 오는 환아들은 항상 있습니다. 팔다리에 힘을 주기 시작하는 생후 6개월부터 제대로 된 인지능력이 생기는 4세까지가 주로 보고되는 연령입니다.
이물을 삼킨 직후에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어, 아이가 무엇인가를 먹었는데 보호자도 모르는 상태에서 배설물과 같이 이물이 모두 배출되면 다행입니다. 그러나 아이가 이물을 삼켰는데 보호자도 모르는 상태에서 한동안 아이에게 문제가 진행돼도 알지 못하다가 나중에 발견되어 문제가 커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아무래도 일찍 발견하여 처치했을 때보다 합병증이 생길 우려가 있고, 예후도 좋지 않습니다.
치료가 필요한 위험 이물
대부분 위험하지 않은 이물들은 배설물과 같이 잘 배출되므로 아이가 이물을 먹었다고 해서 무조건 입원 치료를 하지는 않습니다. 위험해서 치료적 접근이 필요한 이물을 다음과 같습니다.
① 날카로운 것- 칼 조각, 핀 등
② 크기가 큰 것- 5cm 이상
③ 고흡수성 폴리머- 물에 넣으면 커지는 공룡이나 구슬, 일명 개구리알
④ 자석 ⑤ 버튼형 건전지
날카로운 것은 소화관 손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크기가 5cm를 초과하는 이물은 식도 또는 장의 각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므로 배출되지 않고 장관 막힘을 유발할 수도 있어 위험합니다. 고흡수성 폴리머는 뉴스에도 나온 ‘개구리알’ 장난감이 대표 제품이고, 물을 먹으면 크기가 커져서 장관 막힘을 유발할 수 있고 엑스레이 검사에서 잘 보이지 않아 진단이 늦어질 수 있는 위험한 이물입니다. 2018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어린이 자석완구 등 안전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자석은 대표적인 위험 이물이고, 이미 2015년 이후부터 외국에서도 제품마다 경고 메시지를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하는 위험 이물입니다. 알록달록 맛있게 생긴 구슬자석이 자주 보고되고 있고 2개 이상을 삼켰을 때 천공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이물입니다. 버튼형 알칼리 건전지는 주로 약하고 좁은 소화관인 식도에 걸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식도가 약하고 좁은 기관이다 보니 주변 조직에 대해 압박괴사, 전류손상, 알칼리 손상 등으로 짧은 시간 내에도 문제가 발생되고 이로 인한 식도천공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치료보다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
아이가 위험 이물을 먹은 것이 확인되거나 발견되면 먼저 검사를 진행해 이물의 위치를 확인합니다. 이물이 식도나 위에 있는 경우 응급내시경을 통해 꺼내주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식도에 걸린 버튼형 알칼리 건전지는 되도록 빨리 꺼내야 예후가 좋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또는 검사 때 이미 위를 넘어 소장에 이물이 위치한 경우에는 수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입원해 면밀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증상 없이 이물이 소장과 대장을 넘어 배설물과 같이 배출되면 특별한 치료 없이 문제가 해결되지만, 증상이 나타나거나 2일 이상 이물이 같은 위치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확인되면 장관 막힘 또는 장관 천공 등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수술적 개입을 통해 이물을 꺼내고 필요한 경우 소화관의 치료(장 절제 또는 재건)를 시행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입니다. 아이가 위험한 이물에 노출되어 응급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호자가 주의를 기울이고, 사회적으로도 예민하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2개월 동안 만성기침으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기침치료를 하였으나 호전되지 않아 시행한 엑스레이 검사에서 식도에 걸린 건전지가 발견되어 수술적 치료를 했지만 예후가 좋지 못했던 사례를 생각하면 의료진의 관심 또한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