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의
행복한 일상생활을 위해
애쓰는 사람
질병관리청이 전국 중고등학생 5만여 명을 대상으로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년 동안
심각하게 극단적 선택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이 14.3%로 나타났다.
우울감을 경험한 청소년의 비율도 28.7%로, 2020년 25.2%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안재은 교수는 최근 점점 더 어린 연령의 소아청소년도 우울감, 자해, 자살사고를 경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아이들 개개인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정책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지적한다
정리 편집실 사진 송인호
정신건강의학과 안재은 교수
진료 분야 소아청소년 정신의학, 중독통합치료, 성인ADHD, 중독 통합치료센터
진료 시간 월: 오전 / 수: 오전, 오후 / 목: 오전 / 금: 오후
ADHD 치료의 첫걸음은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평가
안재은 교수는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 지적장애, 언어발달장애, 학습장애 등 발달장애 영역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투레트증후군 등 소아청소년 정신질환을 주로 진료하고 있다.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질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보이지만, 그 가운데 주의집중력저하, 과잉행동, 충동성이 주된 증상인 ADHD를 겪는 소아청소년이 많이 내원한다. 최근에는 성인 ADHD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이 증가한 추세다. 여기에 더해 발달지연, 틱 증상, 소아청소년 우울증, 자해, 자살 시도로 외래 혹은 응급실로 내원하는 경우도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ADHD로 병원 진료를 받은 사람들 가운데 10대가 41.3%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10대 ADHD 환자가 많은 이유는 초등학교 입학 후 진단되는 경우가 많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증상이 보여도 지켜보다가 고학년이 돼 학업이나 또래 관계에 어려움을 보이면 진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ADHD는 과잉행동, 충동성, 주의력결핍 등을 보이며, 감정조절의 어려움과 대인관계 어려움, 학습·수행 능력의 저하 등이 동반된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증상이 호전된다고 알려졌지만, 장기적 추적연구결과 60% 이상이 성인이 된 후에도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증상이 보이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언론에서 ADHD가 많이 알려지면서 ‘혹시 내가?’, ‘우리 아이가?’하는 걱정으로 병원을 찾는 분이 많습니다. 국내 역학조사에 따르면 ADHD 유병률이 10명 중 1명이라고 하는데, 유병률에 비해 실제 진료 인원수는 그리 많지 않아요. 최근 ADHD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는 진단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모두 다 치료받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ADHD는 잘 치료하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나 인지능력을 잘 발휘하고 지낼 수 있으므로 일상에서 의심되는 증상이 있으면 내원하셔서 체계적으로 진단해 치료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와 부모의 긍정적인 관계 맺기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아이들의 정신건강 문제도 많이 발현되고 있다. 특히 다른 과 질환처럼 명확한 인과관계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만큼 이 시기에 부모들이 가장 주안점을 두어야 하는 부분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이에 안재은 교수는 자녀 양육에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부모와 자녀는 무조건 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이들과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것, 친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얘기는 귀 기울여 듣게 되고,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 행동은 따라 하고 싶고 닮고 싶어집니다. 아이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부모가 스스로의 삶을 행복하게 잘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지녔으면 하는 삶의 태도를 직접 실천해 보여주고, 아이들이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교육입니다.”
또 안재은 교수는 시기별·연령별로 관심을 가질 목표를 나누어 세우면 육아가 다소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아이의 연령과 발달단계에 더 초점을 맞추어 큰 틀에서 기본적인 육아 원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는 과 특성상 아이만 치료하기보다는 부모, 또래 친구, 학교와의 관계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생물학적·심리사회적 접근방법을 통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일산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중심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전문 간호사, 임상심리전문가, 사회사업가 등 여러 전문가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치료와 연구에 임하고 있다. 특히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보호병동을 운영해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국내에 소아청소년이 입원할 만한 보호병동이 마땅치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일산병원은 보호병동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의 발달 관련 성과, ADHD를 비롯한 여러 질환에 대해 외래를 베이스로 해서 인지행동치료, 상담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시행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증상이 심한 아이들도 부모님이 노력하고 아이가 치료에 적절히 잘 따르면 드라마틱하게 개선돼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과정을 함께 헤쳐나갈 때 의사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최근 소아청소년 환자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체감하면서 위험한 상황에 방치된 아이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는 안재은 교수는 미래의 주역인 소아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최근 의미 있는 연구를 시작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성인 ADHD 질환과 관련해 역학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등 치료적 개입이 어느 정도의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또 소아청소년 우울증 환자들이 늘고 있는데, 상담치료 등 개입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소아청소년 우울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한 챗봇을 개발해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외상 사고는 줄어드는 반면 정신건강 질환은 늘어나고 있는 지금,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안재은 교수의 연구가 좋은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