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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년,

은퇴 준비는 건강관리부터

4050세대는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 이후를 위한 준비는 더욱 중요해졌다. 돈, 할 일, 관계 등 중요한 부분이 많지만 은퇴 준비의 시작은 바로 건강관리다. 노년의 건강이 가정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은퇴 준비 리스트에 꼭 넣어야 하는 건강관리가 왜 중요한지 살펴보자.

손성동 한국연금연구소장

중년과 신중년의 차이

수년 전부터 신중년이라는 단어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신중년이 누구를 지칭하는 것이냐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뤄지지 않은 듯하다.

각종 신중년 대책을 내놓는 정부기관도 부처별로 신중년의 나이를 다르게 정의할 정도이니 말이다. 신중년 이전에 중년부터 살펴보면 국어사전에서는 중년을 ‘마흔살 안팎의 나이. 또는 그 나이의 사람. 청년과 노년의 중간을 이르며, 때로 50대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고 정의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떨까?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는 45~64세, 미국 인구조사국에서는 45~65세로 규정한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에릭 에릭슨은 40~65세를,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의 저자 윌리엄 새들러 교수는 40대에서 70대 중후반을 중년으로 보았다. 인구통계학적으로 중년은 대략 40대에 시작하여 노년이 시작되는 65세 전후까지의 시기에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럼 신중년은 누구일까? 중년과 같은 의미일까, 아니면 다른 세대를 일컫는 말일까? 중년의 한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중년의 은퇴 준비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온 필자의 시각에서 볼 때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 신중년과 중년을 구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중년과 신중년을 가르는 핵심은 바로 그들이 살아가는 인생의 환경이 다르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소득활동 기간과 은퇴생활 기간의 역전 현상이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과거의 중년은 소득활동 기간이 은퇴생활 기간보다 긴 시대에 살았다면, 오늘날의 신중년은 소득활동 기간보다 긴 은퇴생활 기간을 보내야 한다. 이는 은퇴설계를 포함하는 인생설계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했음을 의미하며, 장수를 마냥 좋게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부양과 관련한 문제다. 과거의 중년과 오늘날의 신중년 모두 자녀부양과 부모봉양이라는 책임을 진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과거의 중년은 은퇴 이후 자녀에게 부양을 받는 피부양자로서 생을 보낼 수 있었다면, 오늘날의 신중년은 모두 잘 알다시피 부양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현실은 은퇴 준비에서 큰 차이를 초래한다. 과거의 중년은 자녀를 잘 키우는 것이 곧 자신의 은퇴 준비였다면, 오늘날의 신중년은 자녀를 부양하면서 자신의 재무적 은퇴 준비를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퇴 준비의 부담이 훨씬 커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생각보다 오래 사는 축복을 누리고 있는 부모 세대를 봉양하는 의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신중년에게 붙은 ‘낀세대’라는 표현은 엄청난 중압감으로 다가오는 말이다. 그럼 신중년의 미래는 과연 어떨까?

건강과 체력은
신중년의 2차 성장을 위한 토대

지금 신중년이 돈, 할 일, 관계 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까닭은 바로 이 긴 시간 때문이다. 돈이 많다고 이 긴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인 셈이다. 긴 미래는 장수라는 축복을 즐길 만큼 돈이 많은 신중년에게는 경종을, 그렇지 못한 신중년에게는 응원의 메시지나 다름없다.

은퇴 전문가인 새들러 교수는 중년기를 2차 성장을 위한 시기라며 이렇게 말한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우리에게 덤으로 주어진 세월은 복권에 당첨된 것과도 같다. 남아도는 이 세월을 가지고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에겐 부모 세대나 조부모 세대가 경험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인생 후반기를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리고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태도에 달려 있다. 즉, 우리가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 사람들이 돈 외에 할 일이나 관계 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2차 성장을 위한 마음이 있더라도 건강과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쇠퇴할 뿐이다. 이런 점에서 신중년에게 건강관리는 은퇴 준비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몸 건강과 마음 건강은
신중년의 2차 성장을 위한 두 수레바퀴

톨스토이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안나 카레리나》의 첫 장을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무릇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으로 불행하다.”

매우 심오한 말이라 필자의 수준에서 본뜻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이를 은퇴 전문가의 시각에서 재해석하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싶다.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사람은 모두 원칙에 충실하게 준비했고, 불행한 노후를 보내는 사람의 핑계는 제각각이다.’ 여기서 원칙에 충실한 노후 준비는 재무적 준비와 비재무적 준비 간에 균형이 잘 잡힌 것을 말한다. 많은 사람이 노후 준비라고 하면 돈과 관련 있는 재무적 준비를 우선시한다. 그러나 아무리 재무적으로 준비가 잘된 상태에서 은퇴하더라도 그것을 이용할 사람이 신체적·정신적으로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균형 잡힌 노후 준비와 관련하여 최근 필자의 눈이 번쩍 뜨이게 만들어준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4개의 기둥’이다. 이는 노화 전문가인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의 정희원 교수가 주장하는 성공적으로 나이들기 위한 필수조건을 말한다.

그는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라는 책에서 한국 사회의 최대 위기는 바로 우리가 너무 빠르게 늙고 있는 것이라며 성공적으로 나이들기 위한 4가지 기둥을 강조한다. 4가지 기둥은 이동성, 마음건강, 건강과 질병, 나에게 중요한 것을 말한다. 이 4가지를 합쳐 내재역량이라고 부른다. 4개 기둥 중 하나만 문제가 있어도 집이 무너질 수 있는 것처럼 4가지 기둥을 균형 있게 가꾸어야만 내재역량이 충만해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게 정희원 교수의 주장인 것 같다. 정 교수가 주장하는 4가지 기둥 중 이동성·건강과 질병은 몸 건강에, 마음건강과 나에게 중요한 것은 마음 건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비로소 돈도 쓸모가 있는 법이다.

‘몸짱’보다는 ‘근육부자’에 도전

정희원 교수의 4가지 기둥 중에서 긴 인생의 여정을 시작하는 신중년이 특히 눈여겨봐야 할 점은 첫 번째 기둥인 이동성이다. 몸은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스마트폰과 좌식 생활 등 편리함을 지향하는 현대사회의 트렌드가 몸의 이동성을 훼손함으로써 노화의 시계를 빨리 돌아가게 한다는 것이다. 이 편리함에 안주하는 것은 와병노인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꼴이라고 주장하는 정 교수는 특히 근육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은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근육량이 감소하는데, 근육량과 근력의 정도는 노후를 보내는 모습과 직결된다. 팔다리 근육량을 기준으로 평생 한국 사람들이 가장 건강했을 때의 평균 근육량에서 남성은 약 15kg, 여성은 약 10kg 정도를 잃으면 여생을 누워서 살아야 한다고 본다. 이는 근육량 감소와 신체기능 저하로 정의되는 근감소증이 지속되는 경우, 그렇지 않은 동년배에 비해 3~5년 내에 사망할 가능성과 요양시설에 입소할 가능성이 2~5배 증가하는 이유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근육 1kg의 경제적 가치를 2022년 물가 기준으로 1,400~1,600만 원이라고 주장한다. 근육부자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사람은 평균적으로 30세 이후 10년마다 3~8% 정도 근육이 줄어드는데, 이는 나이 들수록 가속화되어 60세 이후에는 매년 1%씩 줄어든다고 한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40세는 근육량이 약 5% 감소하고, 50세는 10%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근육량이 감소하면 낙상이나 골절 등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일상생활을 영위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는 건강과 수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건강은 신중년의 필수품

지금 신중년은 긴 여정의 출발점에 서 있다. 긴 여행을 떠날 때 이것저것 챙길 게 많듯이 인생의 긴 여정을 앞둔 신중년도 챙길 게 많다. 해외여행을 떠날 때 여권이 필수품인 것처럼 이전 세대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긴 인생의 여정에 나서는 신중년에게 필수품은 단연 건강일 것이다.

내재역량을 유지하기 위해 챙겨야 할 4M

출처: 정희원,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