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inic ②

소변이 마려워 밤잠을
설치는데, 괜찮을까?

‘자꾸 밤에 깨요’, ‘자다가 두 시간마다 소변보러 갑니다’는 외래 진료 중 많이 듣는 말입니다. 많은 사람이 밤에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서 깨는 증상으로 비뇨의학과에 방문합니다. 야간뇨란 수면 시간 도중 한 번 이상 깨는 것을 말하며, 임상적으로는 보통 2회 이상을 야간뇨라고 합니다. 밤이 아니라도 수면 시간을 의미하므로 야간 근무자의 경우 낮에 자다가 소변보러가는 경우도 포함됩니다. 야간뇨를 치료하지 않으면 수면장애로 인한 피로감 또는 우울감이 증가하며, 특히 노인의 경우 낙상 혹은 그로 인한 고관절 골절 위험성, 더 나아가 사망률도 높아진다고 보고됩니다

비뇨의학과 박재원 교수

야간뇨는 국내 40대 이상에서 야간에 1회 깨는 경우가 약 33%, 2회 이상은 약 48%로 보고된 바 있고,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야간뇨 유병률이 25~50% 정도까지 보고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며, 30대에서는 약 20%인 야간뇨 발병률이 60대 이상에서는 40% 가까이 높아져 2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남성의 경우 야간뇨의 원인을 전립선비대증이라고 생각하지만, 야간뇨는 원인이 다양하며 전립선비대증은 많은 원인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방광의 저장 문제, 야간다뇨 또는 다뇨, 수면장애 등이 있습니다. 야간다뇨는 가장 중요한 원인입니다. 보통 밤에는 항이뇨호르몬이 분비되어 소변 생산이 줄어드는데 항이뇨호르몬 분비가 줄면 소변 생산이 늘어납니다. 이는 뇌하수체의 일차적인 이상 혹은 낮 시간 동안 하체에 있던 수분이 누운 자세에서 재흡수되는 과정으로도 여겨집니다. 야간의 수분 섭취와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수 있으며, 그 외에 이뇨제와 같은 약물, 울혈성심부전, 당뇨, 폐쇄성수면무호흡증 등 야간다뇨를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요인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또 방광의 저장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과민성방광, 신경인성방광뿐만 아니라 잔뇨가 늘어나 실질적인 방광용적이 줄어드는 전립선비대증을 포함한 방광출구폐색 등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자다가 일어난다는 의미가 주관적인 부분도 있기 때문에 소변이 마려워서 깨는 것인지, 깬 김에 소변보러 가는 것인지를 잘 구분해야 하며 후자의 경우 수면장애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원인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

생활습관의 변화

야간뇨 치료의 첫 번째는 생활습관의 변화입니다. 낮 시간 동안 운동을 하면 도움이 되며, 수면 환경도 개선해야 합니다. 자기 전에 배뇨를 하고 저녁 이후 또는 잠자기 2시간 전부터 수분 섭취를 제한해야 합니다. 음주나 과일 섭취도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밤에 이뇨제를 먹는다면 복용 시간을 조절해야 합니다. 노인의 경우 압박 스타킹을 착용해 하지에 수분이 모이는 것을 방지하거나 당뇨, 신부전 등 기저질환도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방광용적 늘리기

두 번째로 방광용적을 늘리기 위해 약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과민성방광에서는 항무스카린제제 등을 사용해 야간빈뇨를 조절하거나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남성 또는 신경인성방광으로 잔뇨가 많은 경우 알파차단제를 이용해 빈뇨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야간 소변 생성 억제

세 번째로는 야간의 소변 생성을 막는 치료입니다. 저녁 수분 섭취 등 다른 요인을 개선해도 야간다뇨가 지속될 경우 항이뇨호르몬을 복용해 소변 생성을 줄입니다. 항이뇨호르몬의 합성유사체인 데스모프레신(desmopressin)은 신장에서 소변을 농축하고, 소변 생산을 줄여 배뇨를 지연합니다. 다만 저나트륨혈증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사용 전이나 초기에 혈중 나트륨 농도를 확인해야 합니다.

야간뇨는 적극적인 치료 필요

수술을 하면 요로 폐색이 호전되어 방광의 과민성을 해소해 야간뇨를 줄일 수 있지만 야간뇨는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수술을 통한 증상의 호전을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야간뇨 호전을 위해 수술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야간뇨로 고통받으며 이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지는데도 대부분의 사람이 노화 과정의 일부로 여기거나 치료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원인이 있고 생활습관 교정이나 약물치료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므로 올바른 진단과 그에 맞는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