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건강한 심혈관을
유지할 수 있게
환자와 원인을 깊이 살피는 사람
우리나라 성인 인구 중 약 30%가 고혈압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에는 중년 이후에 많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인식했으나, 비만과 마찬가지로
최근 급격히 달라진 사회문화에 따른 생활 습관 변화로 인해 젊은 고혈압 환자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심혈관질환은 한번 발생하면 평생에 걸쳐 꾸준하게 치료하고
관리해야 하는 만큼 주치의와의 면밀한 상담이 특히 중요하다.
정리 편집실 사진 송인호
심장내과 전경현 교수
진료 분야 심부전, 구조심질환, 고혈압, 협심증, 고지혈증, 심장이식, 심뇌혈관질환센터
진료 시간 화: 오후(심뇌혈관질환센터) / 수: 오전 / 목: 오전 / 금: 오후 / 토: 오전(순환근무)
20~30대 10명 중 1명은
고혈압 환자
고혈압과 심부전, 허혈성 심장질환 등 약물 치료가 필요한 심혈관질환을 주로 진료하는 전경현 교수는 젊은 고혈압 환자 증가 추세를 실제로 체감한다. 20~30대 환자 중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높게 나와 고혈압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고 두통·목덜미 뻐근함·가슴 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있어서 내원했다가 진단받는 사람도 꽤 많다. 젊은 고혈압 환자의 증가세는 고혈압학회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20~30대의 고혈압 유병률이 10% 정도로, 10명 중 1명은 고혈압 환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중 고혈압을 인지하는 비율은 약 17%밖에 되지 않으므로, 실제로 자신이 고혈압 환자임을 아는 사람은 아직 매우 적은 편입니다.”
고혈압이 생기는 원인은 유전적 요인과 생활 습관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유전적 요인은 타고난 것이라 자세히 알기 어렵고 개선하기 쉽지 않으므로, 고혈압 치료에는 다른 어떤 질환보다도 생활 습관적 요인이 중요하다. 특히 아시아 인구에서 가장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고혈압의 원인으로는 단연 나트륨 섭취를 들 수 있다. 소금을 많이 섭취할수록 체내에 수분 저류가 많아져 장기적으로 심장과 신장의 혈관 손상이 가속화된다. 비만이나 사회적인 환경도 원인이 된다. 전경현 교수는 바쁜 일상에서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는 불규칙한 생활 방식과 외식 위주 식이, 부족한 운동량이 심혈관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위험인자를 멀리하는 것이 혈압을 낮추는 방법입니다. 나트륨 섭취를 줄이면 실제로 혈압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대한고혈압학회의 고혈압 진료 지침에서는 하루 소금 섭취량을 6g(나트륨 2,400mg)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는데, 실제 조사 결과 이 기준에 맞는 식사를 하는 고혈압 환자는 전체의 1/3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진단받았다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조기에 자세히 상담
생활 습관을 개선해도 혈압이 여전히 높거나 이미 고혈압으로 진단이 되었다면 무엇보다 약물 치료를 통해서 정상 혈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대 이후에는 신체 노화가 진행되므로 생활 습관을 개선해도 혈관의 경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치료를 너무 늦게 시작하게 되면 이른 시점에 치료를 시작했을 때에 비해 더 많은 약물을 투약하게 될 수도 있고, 치료가 늦어지는 동안 심장이나 뇌혈관 손상이 진행될 수 있으므로 늦지 않게 약물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번 혈압약을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약물 치료가 필요한 심혈관질환을 주로 담당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 말이 사실인지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저는 보통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단, 예외적인 상황은 있습니다. 애초 진단 당시에 경계성 혈압으로 진단 기준에 맞지 않았던 경우나, 고혈압으로 진단되어 치료하는 도중에 혈압이 너무 저하되면 혈압약 사용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약물 치료를 시작한 뒤 저혈압과 관련된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큰 수술을 받는 등의 이유로 이전보다 혈압이 낮아질 때도 중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예외적인 경우가 실제로는 많지 않고, 보통은 나이 듦에 따라 혈압이 점차 높아지기에 약물 치료를 유지해야 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고혈압은 건강검진에서 알게 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다른 이유로 찾아간 병원에서 측정한 혈압이 단서가 되기도 한다. 이런 환자는 대부분 증상 없이 내원하고, 환자 본인은 불편하지 않아 치료를 지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유 없이 목덜미가 뻐근하거나 알 수 없는 두통이 지속되는 증상이 있어 여러 병원에 다니면서도 딱히 이유를 찾지 못하다가 혈압이 높은 것을 알게 되어 내원하는 환자도 많다. 이 환자들은 고혈압 진단 후 치료하면 증상이 바로 개선되어 오히려 치료 성적이 좋을 때가 많다.
“고혈압은 흔한 질환이지만, ‘병’이라기보다는 조절할 수 있는 ‘위험인자’ 정도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생활 습관을 개선하거나 약물 치료를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할 수 있죠. 간혹 ‘혈압약을 먹는데도 왜 이렇게 혈압이 높은가요?’라고 물으시는데, 약물 치료를 하더라도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므로 약물 종류나 용량에 따라 더 적극적인 조절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또 생활 습관을 교정하지 않으면 아무리 약물 치료를 하더라도 정상 혈압에 도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고혈압이 있다면 주기적으로 병원에 내원하여 전문의와 상담하고 치료를 잘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젊은 환자 중에는 사회 활동이 많아 병원에 내원하기 어렵다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쁘시더라도 일상에서 생활 습관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면 늦지 않게 약물 치료를 시작하여 심혈관 건강을 오래도록 유지하시기를 바랍니다.”
심부전과 대사증후군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연구
전경현 교수는 고혈압 외에도 다양한 심장질환에 관심을 가지고 진료한다. 특히 약물 치료가 필수적인 심부전이 주요 관심 분야다. 심부전은 치료가 어려운 심장질환 중 하나인데,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국내에서도 유병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알 수 없는 호흡곤란으로 고생하시다가 심부전으로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 후 호전된 분이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심부전인지 모르고 병원을 전전하는 환자가 많았는데, 심부전이라는 질환이 더 많이 알려져서 제때 치료받는 환자가 늘면 좋겠습니다.”
대사증후군에도 주목한다. 대사증후군은 고혈압, 당뇨병, 비만, 이상지질혈증 등 다양한 대사이상을 가지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활동량이 전보다 줄어 대사증후군 환자도 늘어났는데 남녀 간 비율 차이가 꽤 있어 그 원인과 치료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저의 작은 노력이 우리 병원을 위해 일하는 많은 직원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모두 만족하는 병원이 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도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연구 역량을 더 키워 동료와 환자 모두를 더 많이 돕고 싶다는 전경현 교수의 바람이 진솔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