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1

오래도록 건강하게
걸을 수 있다는 것

65세 이상 인구 중 80%가 앓는다는 관절염은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무릎이 아프면 걷기가 어렵고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돼 삶의 질도 현저하게 떨어진다. 관절염을 예방하려면 적정 체중 유지와 꾸준한 운동이 중요하며, 증상이 나타난 후에도 지속적인 치료와 운동 등으로 일상에 활력을 유지해야 한다.

정리 편집실 사진 윤선우

정형외과 박상훈 교수

진료 분야 무릎(슬관절)질환, 인공관절, 관절경, 스포츠의학, 인공관절센터

진료 시간 월: 오전 화: 오전 오후

“많은 노인인구가 퇴행성관절염으로 고통받고 있고,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진료실을 찾는 환자가 늘었음을 체감합니다. 또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퇴행성관절염 발생 여부를 확인하려고 내원하기도 하고, 관절염이 많이 진행되어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결국 수술을 받으려고 병원에 오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 90세 넘은 고령 환자 두세 분이 인공관절치환술을 받기도 했으니, 인구 고령화가 피부로 느껴집니다.”

퇴행성관절염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한국인의 대표 질병으로, 남성보다 여성에게 나타나는 빈도가 높다. 여성의 무릎관절 연골 두께가 남성보다 얇고 근육량이 적어 무릎연골에 가해지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비슷한 연골 손상이라도 여성에게서 퇴행성관절염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더 높다. 무릎관절염의 주요 원인으로 노화를 꼽지만 관절을 무리하게 사용하거나 반복적으로 충격을 주면 젊은 층에서도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또 체중증가, 레저스포츠, 무리한 체중감량에 따른 골밀도 약화 등이 위험인자로 작용해 젊은 연령대에서 발병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인공관절치환술은 되도록 늦게

퇴행성관절염의 단계는 엑스레이 등 방사선학적인 구분에 따라 보통 1~4기로 표현하지만 증상이 퇴행성관절염의 단계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퇴행성관절염은 대부분 통증이 지속되지 않고 1~2개월 아프다가 1~2개월은 나아지는 양상을 반복하면서 점차 악화되기 때문에 환자들이 증상만으로 1단계를 쉽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보통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불편하거나, 무릎을 많이 굽히고 펴는 동작, 앉았다 일어설 때 통증을 느끼면 퇴행성관절염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통증이 1주일 정도 지속되면 빨리 가까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보아야 합니다. 또 급성으로 걷기 힘들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면 빨리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퇴행성관절염을 앓는 환자나 보호자는 수술 시행 시기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지속적인 통증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박상훈 교수는 “인공관절치환술은 사실상 마지막에 하는 수술”이라고 강조한다. 이른 나이보다는, 본인의 무릎이나 고관절을 최대한 사용한 이후 통증 등으로 인해 더는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때 어쩔 수 없이 시행하는 치료 방법이 수술이라고 말한다. 다만, 통증이 너무 심해서 일상생활이 어렵고, 가볍게 산책하는 정도도 힘들거나 방사선학적으로도 퇴행성관절염이 많이 진행되었을 때는 인공관절치환술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100세 시대로 접어든 요즘, 실제로 인공관절치환술을 받는 주요 연령대는 70~80대이며, 극히 드물게 90대도 수술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50~60대에는 인공관절치환술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치료해 통증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인공관절치환술은 최대한 늦게 시행하는 것을 권유합니다.”

다양한 주사치료로 일상 유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흔히 말하는 연골주사(히알루론산 주사)와 DNA주사(폴리뉴클레오나트륨 주사)는 관절 내 염증을 줄이고, 윤활 작용을 해 통증을 조절해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6개월 주기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각 1회·3회·5회 주사 등 다양한 제품이 나와 있다. 또 최근 자가골수추출물을 주사하는 치료법이 신의료기술로 등재되어 많이 시행된다. 자가 골수에 있는 성장인자 등이 연골 치료를 돕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 주사치료만으로 연골이 재생되는 것은 아니다. 실험실 수준에서는 동물의 연골세포 재생은 이뤄지고 있으나, 현재의 주사치료로 연골이 재생되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통증이 경감되는 효과는 어느 정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박상훈 교수는 관절 건강을 위해서는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근력을 강화하거나 유지할 수 있도록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지 산책 1시간 내외, 실내 자전거 30분~1시간, 수영이나 아쿠아로빅 등이 도움이 되며 스 이나 런지 등은 근력 강화에는 좋지만 퇴행성관절염이 심한 경우, 오히려 관절염이 악화될 수 있는 운동이므로 조심하는 것이 좋다고 전한다.

“무릎관절염에서 운동은 무척 중요한 항목으로,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운동을 실천하면 근력이 강화되고 유연성은 물론 균형감이 올라갑니다. 걷기, 자전거, 수영 등 유산소운동을 실시하면 심폐기능이 개선돼 통증을 줄이고 전신의 운동 기능을 유지해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댄스와 같은 유연성 운동은 굳어진 관절의 운동 범위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운동 전에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면, 경직된 근육으로 인한 손상을 줄이고 운동 중에 느끼는 통증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운동은 젊은 사람은 1시간 전후, 나이가 많으면 30분 전후로 무리하지 않게 적당한 선에서 하는 것이 좋고, 지나치게 높은 산을 오르는 등산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체중이나 중력 영향으로 연골 손상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되도록 높은 산은 피하는 것을 권합니다.”

통증 개선해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박상훈 교수는 연골재생과 퇴행성관절염, 인대 손상 등을 진료하며, 이를 빅데이터 분야에 적용하는 데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국내 인공관절치환술에서 사망률과 위험인자, 재치환술의 위험인자,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에서 이식건의 선택 및 흡연과의 연관성 등에 대한 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 연구를 진행했다. 이러한 데이터분석을 통해서 현황과 예방에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이다. 또 대한운동계줄기세포 재생의학회 총무이사, 대한슬관절학회 학술 및 보험위원 등 학회 활동도 활발하게 할 예정이며, 최근에는 관절염 주사 2종의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있다.

“저를 찾는 환자분들이 겪는 통증을 개선하고 일상생활을 아무 문제 없이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관절염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통증에서 벗어나 오래도록 건강하게 걸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