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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도

건강하고 총명하게 살기

사람들이 나이 들면서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인지기능이 떨어져 치매에 걸리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100세까지 총명하게 지낼 수 있을까. 나이 들어도 젊은 시절 수준의 총명함을 갖고 있는 사람을 슈퍼에이저(super ager)라고 부르는데, 최근 그렇게 되는 방법이 많이 연구되어 나왔다. 뇌는 찰흙과 같아서 빚는 대로 모양이 바뀐다. 즉, 뇌는 쓰면 쓸수록 기능이 활성화된다는 의미다. 찰흙 같은 뇌를 잘 빚어 나이 들어도 총명함을 잃지 않는 슈퍼에이저가 되는 법을 소개한다.

김철중 한국헬시에이징학회 회장,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새로운 학습과 손쓰기

첫째는 새로운 학습이다. 뇌는 하던 대로 하면 머리를 안 쓴다. 따라서 새로운 공부를 해야 뇌의 신경 네트워크가 커지고, 탄탄해지고, 활성화된다. 새로운 학습에 제일 좋은 것이 외국어 공부다. 2013년 미국신경의학회지에 이중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한 가지 언어만 쓰는 사람에 비해 치매 발생 위험이 낮으며 설사 발생하더라도 4~5년가량 늦게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영어와 불어, 둘 다 공용어로 사용하는 캐나다 몬트리올 지역에서 이뤄진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평소 모국어를 사용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과 외국어를 구사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다르다. 성인이 되어 외국어를 학습하면 평소 사용하지 않던 뇌 부위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외국어를 익혀두면 여행 다니며 새로운 자극을 많이 받을 수 있어서도 좋다. 이중 언어를 오랫동안 사용하여 유창성이 증가한 사람에게서 언어기능과 관련된 뇌 영역은 물론 집행 기능에 관여하는 전두엽이나 기저핵 부위도 활성화되는 것이 최신 뇌 영상 기법 연구에서 확인됐다. 즉, 외국어를 할 줄 알면 판단력도 좋아진다는 얘기다.

뇌 회춘을 위해 두 번째로 권하는 것은 손쓰기다. 뇌의 전두엽에는 손, 발 등 신체 장기운동을 관할하는 영역이 있다. 이곳을 일차 운동 피질이라고 부르는데, 신체 장기별로 담당 구역이 따로 정해져 있다. 그 구역별로 신체 부위를 갖다 붙여 넣은 지도가 피질호문쿨루스다. 호문쿨루스는 라틴어로 작은 사람 또는 미니어처 인간을 뜻한다.

그런데 뇌피질 호문쿨루스를 보면, 손에 할당된 구역이 유난히 크다. 전체 운동 피질영역 중 약 30%를 차지한다. 서양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악수를 나누면, 각자 뇌의 30%가 접촉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손의 움직임이 가장 복잡하고, 운동신경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따라서 손을 많이 쓸수록 뇌가 활성화된다. 매일 손 글씨를 써라.

일기를 손으로 직접 쓰는 것도 좋다. 매일 신문을 보고 새로 접한 내용을 누가, 무엇을, 어떻게 등 6하 원칙에 따라 손으로 직접 1,000자 정도로 쓰는 것을 추천한다. 식사도 젓가락으로만 해보라. 수예를 하는 것도 좋다. 손으로 만지는 악기를 배워보시라. 뇌가 뜨거워질 것이다. 오른손잡이라면 오른손이 하던 것을 왼손으로 해보라. 뇌 기능이 활성화된다.

뇌를 즐겁게 하고 쉬게 하라

그다음으로 뇌를 위해 해야 할 것은 어울림이다. 최소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라. 혼밥 혼술이 가장 안 좋다. 밥은 되도록 여러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먹어라. 그 과정에서 눈 코 입을 즐겁게 하라. 맛집을 찾아 다니고, 사람들과 어울려서 미술관과 음악회를 가보라. 눈 코 입이 즐거워야 뇌가 즐겁다. 운동도 뇌 건강에 중요하다.

뇌 무게는 1.5㎏밖에 안 되지만 심장에서 박출되는 혈액의 25%가 뇌로 간다. 그만큼 뇌는 혈류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작동한다. 운동은 이런 뇌혈류를 증가시킨다. 75세 미만이라면 매일 150분 정도의 경보나 배드민턴 같은 중강도 운동이 권장된다. 한 번 할 때 15~20분 정도 운동을 지속해야 효과가 있다. 달리기 같은 고강도 운동은 하루 75분 정도면 충분하다.

잠도 충분히 자야 한다. ‘뇌 세탁(washing)’ 이론이 있다. 잠자는 동안 뇌가 그날 들어온 정보를 분석해 요긴한 것은 기억 창고에 저장하고, 쓸데없는 것은 씻어버린다. 실제로 잠잘 때는 뇌 속 신경 독성물질이 뇌척수액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입증됐다. 수면이 부족하면 뇌에 쌓이는 노폐물을 청소할 시간이 부족하다. 하루 7시간은 자도록 해야 한다.

활성 뇌세포를 늘려라

뇌 회춘의 마지막 축은 음식이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줄여서 궁극적으로 치매를 예방하는 이른바 마인드(mind)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이는 뇌혈관 동맥경화를 줄여서 뇌혈류 감소로 생기는 혈관성치매를 막는다. 매일 아몬드, 호두와 같은 견과류 한주먹, 채소 한 움큼, 들기름 한 스푼 먹기를 권장한다. 붉은 육류 섭취를 주 2회 이하로 줄이고, 대신 가금류와 생선을 자주 먹는 게 좋다. 베리류 과일을 주 3회 이상 섭취하기를 권한다. 짜게 먹으면 치매 발생률이 높다. 싱겁게 먹어야 삶이 짭잘하다.

끝으로 팁 하나 더. 피부는 제3의 뇌다. 피부에 보습제를 매일 바르면 늙어도 총명하게 살 수 있다. 유럽 피부과학 저널에 나온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200명을 반으로 나눠서, 한쪽에는 피부를 촉촉하게 해주는 보습 로션을 하루에 두 번 6개월간 바르게 했고, 한쪽은 바르지 않았다. 3년 후 이들의 인지기능을 평가해보니, 피부 로션 그룹에서 피부 수분 손실률은 줄어든 반면, 인지기능은 더 좋았다. 보습크림을 열심히 발랐더니, 고령자 인지장애가 늦춰졌다는 얘기다. 피부 보습을 잘하면 노화와 관련된 염증 지표 사이토카인이 낮아지고, 피부 건조와 불량 상태는 혈청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올린다. 게다가 나이 들면 건조와의 싸움이 계속된다. 뇌를 위해서도 피부 보습을 열심히 하시라.

많은 이가 고스톱이 치매 예방에 좋냐고 묻는다. 우리 몸에서 가장 ‘게으른 인간’이 뇌다. 애써 머리 쓸 일이 아니면 자는 뇌세포를 깨우지 않는다. 구구단을 백날 되풀이해봐야 뇌 신경 네트워크 늘리는 데는 헛일이다. 고스톱을 배우고 익힐 때는 뇌세포가 늘어나지만 ‘비’ 나오면 ‘비’ 치고 ‘풍’ 나오면 ‘풍’ 치는 기계적 놀이가 되면 뇌세포는 늘지 않는다. 고스톱 치느라 움직이지 않고 오래 앉아 있으면 되레 치매가 더 잘 생긴다.

저수지에 물을 많이 채우면 가뭄이 와도 바닥이 드러나지 않는다. 인지기능 유지도 같은 이치다. 뇌에는 뇌세포가 1조 개 있다. 쉰 살 넘어서는 매년 1%씩 사라진다. 평소에 써먹을 수 있는 활성 뇌세포를 늘려놓으면 나이 들어도 잔량이 충분해 치매에 잘 걸리지 않는다. 오더라도 늦게 온다. 우리 모두 슈퍼에이저가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