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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탈장 수술을 리드하다
외과 이형순 교수

수술법은 날로 발전해왔다. 개복수술에서 개복하지 않고 몇 개의 구멍을 뚫어 수술하는 복강경 수술로, 더 나아가 로봇 수술까지. 외과 이형순 교수는 길지 않은 역사의 로봇 탈장 수술을 이끌고 있다.

김희연 / 사진 송인호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탈장

탈장이란 정상적으로 복강 내 위치하는 내장 일부가 다른 조직을 통해 복강 밖으로 돌출되어 나온 상태를 말한다. 대부분 복벽의 약한 부위를 통해 소장이나 대장이 빠져나오는데, 신체 어느 곳에서든 발생할 수 있지만 서혜부(사타구니) 탈장이 가장 흔하다. 탈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정도가 심해지고, 때에 따라 튀어나온 장이 복벽에 졸리면서 통증이나 괴사를 일으키는 등 합병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약해진 복벽의 틈을 보강하거나 메워줘야 하므로 대부분 수술적 치료를 시행한다.

“성인 탈장은 대부분 후천적 요인으로 발생합니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 무리하게 운동하는 경우나 비만, 만성기침, 변비, 고령 등의 이유로 복벽이 약해지거나 복압이 상승하는 것이 주된 원인입니다. 배에 힘을 주거나 무거운 짐을 들었을 때 사타구니 한쪽이 부풀거나 묵직한 통증이 느껴지는 증상이 주로 나타납니다.”

MAGIC 같은 로봇 탈장 수술

탈장 수술 방법은 크게 개복수술, 복강경수술, 로봇수술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개복수술은 가장 전통적인 수술법으로, 비용이 적게 들지만 절개 부위가 커 통증이 뒤따른다. 서혜부로 갈라져나가는 신경을 벗겨내며 수술하기 때문에 수술 후 만성통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이에 비해 복강경수술은 몸에 작은 구멍을 내 수술하기에 개복수술보다 통증이 덜하고, 복벽 아래에서 수술이 진행돼 신경 손상 확률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로봇 탈장 수술은 몸에 작은 구멍을 내어 진행하는 것은 복강경수술과 같지만,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이 따라잡을 수 없는 절대적인 장점이 있다. 이형순 교수는 로봇수술의 장점을 ‘MAGIC’으로 표현했다.

“로봇 탈장 수술은 다른 두 수술 방법이 가질 수 없는 마법과도 같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 탈장 수술보다 훨씬 섬세한 수술이 가능합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수술 후 통증도 적고 회복이 빠릅니다. 또 재발한 탈장이나 거대한 탈장처럼 어려운 수술에서도 기존 수술법보다 쉽고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습니다.”

M : magnification

(수술 시야가 10배 확대된 3D 고해상도 영상)

A : articulation

(수술기구의 손목이 다양한 각도로 움직이는 다관절 시스템)

G : greater freedom in suture

(다관절 시스템을 사용한 자유롭고 빠른 봉합)

I : incidental contralateral hernia

(숨겨져 있던 반대쪽 서혜부 탈장 발견 시 함께 수술)

C : complex hernia

(복잡하고 어려운 탈장을 더욱 쉽게 수술)

로봇수술 분야의 표준을 선도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에서는 서혜부 탈장 수술이 한 해에 2만 건가량 시행되고, 그중 40%가 복강경수술 같은 최소 침습 수술로 진행된다. 국내 로봇 탈장 수술은 역사가 짧아 아직 극소수 병원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2022년 한 해 동안 국내 로봇 탈장 수술 건수는 200건 정도로, 전체 탈장 수술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적은 편이다.

일산병원은 2022년 5월 첫 로봇 탈장 수술을 시행한 이래 지금까지 20례를 마쳤다. 환자의 예후도 좋아 재발되거나 수술 후 합병증으로 재입원한 경우도 없다. 이형순 교수는 최근 외과수술 트렌드가 복강경에서 로봇으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로봇 탈장 수술이 복강경 탈장 수술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형순 교수의 또 다른 전문 분야는 만성신부전 환자의 신장이식이다. 신장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매우 민감한 장기여서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거나 수술 전 교차반응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면역학적인 고위험군에 속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탈감작이라는 전 처치를 통해 성공적인 이식이 가능해졌다. 이 교수에게 새해 포부를 묻자 로봇 탈장 수술과 신장이식 등 자신의 전문 분야 연구와 진료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산병원의 로봇수술과 최소 침습 수술 활성화로 더 많은 환자가 수술 후 통증에서 벗어나게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 가까운 미래에는 로봇수술이 외과 분야의 표준 수술이 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이 로봇수술 분야의 표준을 선도하는 병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