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TION 3

food

나만의 세계를 넓히는 과정

영화 <아멜리에> 속

크렘브륄레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라고 말했다. 알을 깨는 것은 매우 어렵게 느껴지지만 깨고 보면 얇디얇은 껍질일 뿐이다. 영화 <아멜리에>는 자신의 세계에 심취해 있던 아멜리에가 알 밖으로 나오는 과정을 보여준다.

편집실 / 사진 백기광 /
푸드 스타일리스 박정윤(노하우스)

어린 시절 아빠의 착각으로 심장병을 앓고 있다고 오인한 채 살아온 아멜리에는 학교에도 다니지 않아 또래와 어울려본 적이 없다. 항상 아멜리에의 편이었던 엄마와 유일한 친구였던 금붕어마저 허무하게 세상을 떠난 후 아멜리에는 온전히 혼자가 된다.

성인이 된 아멜리에는 몽마르트르 풍차 카페에서 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집 한구석에서 주인 모를 상자를 발견한다. 누군가의 동심이 가득 담긴 상자를 본 아멜리에는 주인을 찾아주기로 결심한다. 자신이 구축한 세계에 갇혀 살던 아멜리에는 상자 주인을 찾으면서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의 즐거움을 깨닫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나와 더 큰 세상을 마주한다. 이후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집중한 아멜리에는 철저히 자신을 숨긴 채 호의를 베풀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러다 자신 못지않은 괴짜 ‘니노’를 짝사랑하게 된다. 아멜리에는 니노가 자신을 좋아하길 바라며 자전거에 메모를 붙이거나 자신의 사진을 두고 사라지기도 하지만, 정작 니노가 카페에 찾아왔을 때는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다. 이대로 흐지부지될 듯했던 둘의 관계는 아멜리에의 용기 덕분에 해피 엔딩을 맞는다.

물수제비로 강의 표면을, 숟가락으로 크렘브륄레의 설탕을 깨는 걸 좋아하지만 정작 자신의 세계를 깨뜨리지 못했던 아멜리에. 아멜리에를 더 큰 세계로 이끈 건 대단한 힘이 아닌 순간의 용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