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환자를 위한 어벤저스
외과계 중환자, 중증외상환자에게는 일반 환자와 다른 집중 관리, 즉 외과전문 의료진의 케어가 필요하다.
일산병원은 쇼크앤트라우마팀을 결성하고 일산병원만의 시스템을 구축해 증가하는
중증외상환자에 대처하고 있다.
글 편집실 / 사진 송인호
중증환자 치료에 필요한 전문 인력
외과의사가 부족한 현실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한 대학병원에서는 외과 전문의 모집을 위해 11차례나 공고를 냈을 정도다. 수술적 치료를 하는 외과의사 부족은 환자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일산병원은 전공의 주당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전공의특별법과 외과 3년제 수련으로 인해 외과 전공의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원내 중증외상환자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쇼크앤트라우마팀을 조직했다. 외과 전문의 2명과 외과 전임의 3명, 전담간호사 1명으로 구성된 쇼크앤트라우마팀은 외과계 중환자의학, 병동 내 외과 환자의 수술 후 관리를 위한 입원전담전문의, 중증외상환자의 수술과 관리를 담당하는 외상의학 등 세가지 영역을 모두 담당한다. 쇼크앤트라우마팀 구성원의 필수 요건은 중환자의학 세부 전문의 수련을 받은 외과의사로, 이를 충족하기 위해 현재 전문의 1명과 전임의 3명이 중환자의학 세부 전문의 과정을 수련 중이다.
중증외상환자나 병동에서 경과가 좋지 않은 환자들은 결국 중환자실에서 집중 관리를 해야 하는데, 일정 수준의 지식과 술기 능력을 갖춘 전문 인력에 의한 연속성 있는 치료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공통적인 특성을 가진 세 가지 요소를 담당하는 팀을 구성해 운영함으로써 환자의 임상결과를 향상하고, 인력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ACTS(Admission, Critical care, and Trauma Surgery)팀을 구성했다. 2023년부터는 쇼크앤트라우마팀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운영 중이다. 병동에서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사전 예측하여 조치하고, 필요한 경우 중환자실로 옮겨 진료한다는 개념은 현재 일산병원에서 시행 중인 신속대응팀(RAPID)의 역할과 일정 부분 겹치기 때문에 쇼크앤트라우마팀 구성원은 신속대응팀의 일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쉽지 않았던 시스템 구축
최근 권역외상센터를 배경으로 한 의학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으며 중환자와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외과계 중환자는 수술 전후에 혈역학적으로 불안정한 환자로, 일산병원에서는 주로 응급수술이나 중증외상에 의해 응급집중치료실로 입실하는 환자, 정규 수술 후 상태가 악화되어 외과계 집중치료실로 입실하는 환자를 뜻한다. 외력에 의해 환자에게 해부학적 손상이 발생한 경우를 외상환자라고 하고, 외상환자 중 손상 중증도 점수(Injury Severity Score, ISS)가 15점이 넘는 환자를 중증외상환자라고 한다.
중환자와 중증외상환자 치료에서 전문가의 지속적인 개입은 필수적이지만, 환자 발생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인력을 무한정 늘릴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쇼크앤트라우마팀은 이러한 공통 필수요소를 가지는 영역에서 중환자 진료가 가능한 전문가가 케어하기 때문에 환자 안전이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입원전담전문의로서 외과 전공의들의 교육도 담당할 수 있다. 외상환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술적 치료도 중요하지만 대부분 중환자실 또는 병동에서 보존적인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 외상환자들의 초기평가(primary survey)와 시술 및 수술의 결정이 매우 중요한데, 원내 당직전문의가 조기에 개입할 수 있어 환자의 더 나은 경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스템을 새로이 구축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일산병원 쇼크앤트라우마팀도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력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장지영 팀장은 “힘든 일이었지만 일산병원 임원진과 여러 부서의 도움으로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빠르게 구축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빠르게 성장해온 쇼크앤트라우마팀
장지영 팀장은 평소 구성원들에게 균형감 있는 진료, 적극적 토론을 통한 진료를 진행해 타 과와 수평적인 관계를 구축할 것을 강조한다. 또 진료하며 궁금한 점을 데이터화 해 이를 분석하고 연구로 발전시키는 선순환을 지향한다. 그래야 쇼크앤트라우마팀이 지속가능한 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쇼크앤트라우마팀은 불과 3년 반이라는 짧은 시간에 빠르게 성장해왔다. 올해부터 일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간 외과 전공의 모자관계가 종료되면서 수급할 수 있는 전공의 인력이 지속적으로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공의가 부족해도 환자 안전이 유지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쇼크앤트라우마팀의 역할과 책임감이 막중할 수밖에 없다. 현재 평일 5일을 담당하고 있지만, 추후 인력 보강이 이루어지면 주말까지 7일을 모두 커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내에서 상태가 위급한 환자나 중환자 치료가 필요한 외과계 환자의 집중치료를 담당하고, 지역외상센터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병원 내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쇼크앤트라우마팀. 환자 실적을 데이터화해 대외적으로 알리고 쇼크앤트라우마팀의 유용성에 대한 근거를 만들어나가는 모습을 보니, 필수 의료 인력 인프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국내 대표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