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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과 인술을 갖춘 명의
외과 이진호 교수

의술은 인술이라는 말이 있다. 의학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어진 마음이 필요하는 뜻이다. 의술과 인술을 모두 갖춘 이를 우린 ‘명의’라고 부른다. 2022 일산병원 명의로 선정된 외과 이진호 교수를 만났다.

김희연 / 사진 백기광

조기진단이 어려운 간담췌질환, 예방이 최선

일산병원 외과에 몸담은 지 8년째인 이진호 교수는 외과 중에서도 간담췌를 전문 분야로 환자를 만나고 있다. 간담췌외과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간·담도·췌장 질환을 다룬다. 간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인 간암을 비롯해 간세포암과 간내 담도암, 간에 발생하는 담석증, 선종, 혈관종 등 양성 질환 치료와 간이식도 시행하고 있다. 또 간문부 담도암, 원위부 담도암, 담낭암 등 담도에 발생하는 암과 담도낭종, 담석증 같은 양성 질환, 췌장암 및 췌장에 발생한 신경내분비종양, 낭성 질환들을 치료하고 있다.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주요 암 발생 현황 10위 안에 간암(7위)·췌장암(8위)·담낭 및 기타 담도암(9위)이 모두 포함됐다. 그만큼 발생률이 높은데 5년 상대생존율은 간암 38.7%, 췌장암 15.2%, 담낭 및 기타 담도암 29%로, 주요 암 중에서도 여전히 낮은 편에 속한다. 조기진단이 어려워 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이미 많이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모든 병이 조기진단과 예방이 중요하지만 간담췌 질환은 더욱 그렇다. 간담췌 질환의 위험인자로는 음주, 과체중, 흡연,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 꼽힌다. 따라서 금주, 체중조절, 금연과 함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여가 생활 등으로 위험인자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B형간염, C형간염 환자는 정기적으로 복부초음파를 진행해 추적 관찰하고, 가족력이 있다면 정기검진은 필수다.

모든 수술법 적용이 가능한 일산병원 외과

관련 통계에 따르면 간담췌 질환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췌담도 질환이 인구 고령화에 따라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수술적 치료도 늘었다. 이진호 교수도 얼마 전 92세 환자의 췌두십이지장절제술을 집도했다. 간담췌외과 수술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큰 수술인 췌두십이지장절제술은 제거하는 장기와 재건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다. 수술이 매우 침습적이어서 예전에는 고령 환자의 수술을 엄두 도 낼 수 없었는데, 이 환자는 수술 후 열흘 만에 퇴원했다.

이처럼 인구 고령화 추세에 발맞춰 일산병원 간담췌외과는 재활의학과, 중환자외상외과, 영양팀 등과 협진해 고령 환자뿐 아니라 초고령 환자까지 수술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이진호 교수는 일산병원에 부임한 2016년부터 최소침습수술에 중점을 두고 수술 술기 발전을 도모해왔으며, 비침습 수술법으로 옮겨가고 있는 외과의 전반적인 트렌드에 발맞출 수 있었다. 그 결과 고난도 간담췌 수술도 개복수술이 아닌 복강경수술이나 로봇수술로 시행할 수 있게 됐다.

간암은 바이러스 질환이 감소하면서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지만, 오히려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음주량이 늘면서 간손상과 비만, 당뇨 등 대사질환에 따른 간암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또 식습관 변화 등의 원인으로 젊은 층이 유증상 담석증으로 담낭절제술을 받는 경우도 늘었다고 한다.

환자와 보호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의사

일산병원은 지난해 처음으로 명의 제도를 신설했다. 탁월한 전문성으로 환자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진을 선정하는 것이다. 까다로운 내부 심사를 거쳐 이진호 교수가 2022 일산병원 명의로 선정됐다.

“명의가 되었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돌아보면 아직도 한없이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무사가 무공을 연마하듯이 환자 치료를 위한 역량을 키우는 데 더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이진호 교수가 진료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환자, 보호자와 신뢰를 쌓는 것이다. 늘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설명하려고 노력하는데, 이 노력이 좋은 결과를 내는 바탕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부모님이 환자가 되는 경험을 해봤고 또 부모님의 주치의가 됐던 적도 있기에 환자와 보호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는 이진호 교수.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선생님 가족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라는 질문은 환자와 보호자의 간절함과 절실함을 표현하는 말이라는 걸 안다. 그렇기에 ‘정직이 최선’이라는 생각으로 진료에 임하고 있다.

“아무래도 외과의사이다 보니 ‘Great Surgeon’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아 계속 발전하는 의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저를 찾아오시는 환자는 단 한 분도 잃지 않는 의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