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기준 20종 이상 약물을 늘 복용하는 노인 환자가 2만 9,886명에 달한다고 한다.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오랜 기간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복용약물의 개수도 늘어난 것이다. 그뿐 아니라 각 가정의 약품 보관 장소를 보면 처방에 따른 조제약 외 약국에서 구입한 일반의약품, 영양제, 건강보조식품까지 유효기간이나 이름도 모르는 약이 수구룩하다. 안전하고 현명하게 약품을 보관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글 약제부 서지연 팀장
햇빛을 피해서 서늘하고 건조한 장소에
약품은 일반적으로 햇빛을 피하고 건조한 장소에 상온 또는 약간 서늘하게 보관하는 것이 좋다. 어린이 약물 사고 예방을 위해 어린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며, 사용 후에는 반드시 뚜껑을 잘 닫아두어야 한다. 창문 근처, 식탁, 화장실, 주방 등은 습도와 온도 변화가 잦아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더운 여름철에는 서늘한 장소가 마땅치 않아 실온에 보관해야 할 약품을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는 경우가 있는데, 냉장고는 습도가 높아 오히려 약품 보관에는 좋지 않은 환경이다. 최근에는 냉장 보관하는 약품도 많아졌는데, 낮은 온도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냉장 보관 약품은 얼어버리면 사용할 수 없으므로 냉장고 온도는 2~8℃를 유지해야 한다.
언제까지 쓸 수 있을까?
모든 약품은 본래의 용기 그대로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약품 출시 당시 표기된 사용기간은 약품 보관 조건을 고려한 용기에 보관할 때 설정한 기간이므로 임의로 용기를 바꾸지 않는 것이 좋다. 약품 사용기간은 보통 외부 상자나 약품 병에 표시되어 있다. 블리스터 포장인 약품은 상단 또는 하단에 사용기간을 음각으로 표시하기도 한다. 약품을 본래의 용기에 담아 보관 조건을 지킨다면 표시된 유효기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본래의 용기에서 꺼내어 옮겨 담거나 처방에 따라 조제하여 별도의 포장 용기에 담은 약품은 본래의 유효기간보다 짧은 기간 사용할 수 있다.
약품을 개봉한 후 사용 가능 기간은 대부분 약품별 사용설명서에 표시되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일반적으로 개봉 후 포장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약국에서 조제한 약품에서 가장 많은 형태가 약포지에 포장된 약품이다. 약포지에 포장된 약품은 일반적으로 1년 이내 사용이 가능하다. 약포지에 조제했더라도 가루약은 6개월, 시럽 병에 따라서 조제한 시럽은 1개월 이내 사용이 가능하다. 연고 같은 외용약은 뚜껑을 열어 사용한 후 6개월 이내에, 가글제·안약·점이제·점비제는 1개월 이내에 사용해야 한다. 1회용 안약은 재사용할 수 없으므로 즉시 폐기해야 한다. 또 음용수를 넣고 만들어서 복용해야 하는 항생제 시럽은 조제 후 사용기간과 보관 조건이 약품별로 다르므로 약국에 따로 문의하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약품의 사용기간보다 유효기간이 짧다면, 유효기간 이내에 사용하고 의사의 처방하에 복용하는 조제약은 복용 일수가 지나면 사용가능 기간이라도 복용하지 않아야 한다.
약이 변했는데?
유효기간과 사용 가능 기간이 남아 있어도 약품이 변형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약품의 보관 조건과 맞지 않은 환경에 노출되어 변질된 것일 수 있다. 알약은 코팅이 녹아 얼룩이 생기거나 변색된 경우, 서로 달라붙어 덩어리진 경우, 부서지거나 외형이 부푼 경우에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 또 가루약이 변색되거나 굳어서 덩어리가 된 경우, 시럽에 덩어리가 보이거나 변색된 경우 또는 가스가 발생한 경우, 외용제의 액체가 과도하게 분리되거나, 결정이 생기거나 변색된 경우, 연화되어 형체가 변하거나 딱딱하게 굳은 경우에는 사용을 중단하고 폐기한다.
이게 무슨 약이더라? 언제, 왜 구입했지?
의료기관을 방문해 처방받은 약품은 원래 약 봉투에 넣어 보관하여 처방일, 조제일, 약품명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동일한 질환에 복용하는 약물이 중복되는 경우 다음 의료기관 방문 시 복용 약물에 대해 의사에게 알리고 처방을 재조정해 불필요한 약물을 줄여야 한다. 무엇보다 복용 일수가 지난 약은 보관하지 않고 버리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약국에서 구입한 일반의약품은 약상자에 약의 성분, 효능, 사용기간, 주의사항이 적혀 있으니 꼼꼼히 살펴본 후 상자째 보관하는 것이 좋다. 일반의약품 앞면에는 약품의 이름과 성분, 함량이 표시되어 있고, 뒷면에는 복용하는 방법, 주의사항, 사용기간과 제조번호 등이 작은 글씨로 빼곡히 적혀 있다. 특히 ‘경고’ 문구가 있는 경우 중대한 부작용이나 약물 관련 사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므로 꼼꼼히 읽어보아야 한다.